최요한 예술감독

스펙보다 열정! 전시장 알바생에서 세계적 예술감독으로

글 : 이근미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대형 전시회를 연속적으로 성공시킨 최요한 예술감독이 이번에는 패션 일러스트를 들고 왔다.
12월 말까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G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은 세계 최초 패션 일러스트 전시회이다.
최요한 감독이 유치한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에서는 캔디스 부시넬이 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삽화를 그린 메간 헤스의 일러스트 300점이 영상, 설치미술 등과 어우러져 500평 전시장에서 블록버스터급으로 펼쳐진다. 미셸 오바마를 비롯한 여러 명사의 드레스 자태를 볼 수 있는 더 드레스, 럭셔리 브랜드들의 일러스트, 패션하우스 등 총 9개의 존이 마치 한 편의 공연처럼 연결된다.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그의 전시회에 이번에도 박신혜, 아이린, 서지석, 심은진, 김재경 등 연예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내 행사가 끝나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투어로 이어진다.

최요한 감독은 2011년부터 10여 차례 대형 전시회를 성공시켰다. 마이클 잭슨,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마돈나 등 톱스타들의 사진에 도발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한 데이비드 라샤펠, 아트 토이 영역을 확실하게 알린 마이클 라우, 가치 있는 삶을 산 오드리 헵번, 스트리트 아트를 구현한 미스터 브레인 워시 등 그가 소개한 인물과 작품은 늘 새롭고 파격적이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전시회를 기획하는 일이 쉽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지만 필이 오면 끝까지 합니다. 오드리 헵번 전시회는 일본 에이전시와 얘기하다 잘 안 되어 헵번의 큰아들과 접촉했고 그것도 여의치 않아 둘째 아들과 의논해서 8년 만에 성사시켰어요.”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최요한 감독(왼쪽)과 메간 헤스.
독특한 작가들과 새로운 기법을 구사할 때 믿는 것은 우리나라 관객의 수준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작가들이 저의 관심 대상입니다. 데이비드 라샤펠 전시회는 주위에서 다 망한다고 했어요. 세계적인 작가지만 국내에는 생소한 인물이었죠. 좋은 작가의 작품을 찾아다니는 분이 많아졌으니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보도사진전이 주를 이룰 때 초현실적인 작가 데이비드 라샤펠을 알리느라 힘들었지만 연예인들이 많이 오고 입소문이 나면서 마지막 달에 7만여 명이 몰렸다. 메간 헤스전은 ‘패션’을 염두에 두고 작가를 찾는 과정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그간 전시들이 패션과 다 맥이 닿아 있어요. 데이비드 라샤펠도 원래 패션사진작가였어요. 오드리 헵번전 때는 지방시 의상을 대거 가져왔고요. 제가 전시 제안을 하자 메간 헤스가 오히려 어리둥절해 했어요. 세계적으로 패션 일러스트 전시회를 한 예가 없거든요. 전시장을 다 둘러본 뒤 여기가 엔딩입니다 했더니 울더군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맥을 잡아서

12월 말까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열리는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삽화를 비롯해 명사의 패션을 테마로 전시 중이다. ©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
‘알바에서 세계적인 기획자가 되었다’라는 설명이 최요한 감독을 늘 따라다닌다. 체육대학을 나와 전시 기획자가 된 비결을 ‘맨땅에 헤딩 정신’이라고 말했다. 대학 다닐 때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1993년부터 공연 관련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다고 한다.

“공연 일이 매력적이고 흥미 있었어요. 관객들이 앉을 의자를 뭔가 좀 다르게 열을 맞추고, 연출자들이 놓고 간 큐시트(진행표)를 집에 가져가서 똑같이 써보기도 했죠. 1997년 마이클 잭슨 공연 때 수만 명의 관중이 지르는 함성이 어마어마했어요. 그때 이 길을 가야겠다고 완전히 결심했어요.”

그해 신문에서 안산 에어쇼 기사를 보고 이력서를 넣어 PD로 일하게 되었다.

“CP님이 무대연출 할 수 있냐고 했을 때 처음 해보지만 콘티(촬영대본)는 쓸 수 있다고 답했어요. 현장에서 뛴 경험으로 기획을 하여 행사를 잘 치렀죠. 알바를 하더라도 한 가지 맥을 잡아서 관련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면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요.”

이후 게임회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프로모션 팀장으로 일하며 인터넷과 마케팅을 확실히 익혀 2002년에 창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한류 스타 패션쇼를 제안하여 해외 80개 매체가 내한했고, 자국으로 돌아가 2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사가 있을 정도로 큰 성과를 냈다. 한류를 알린 덕에 청와대에 초청받아 감사패도 받았다.

“2007년부터 사업 방향을 바꾸었어요. 기획 대행 업무를 하면 돈은 안정적으로 벌지만 보람은 없어요. 의뢰자의 뜻을 많이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죠. 아티스트들의 전시기획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하필이면 투자했던 해외 공연이 무산되어 2008년에 회사 문을 닫았어요.”

실의에 빠져있던 2009년, 뜻밖의 메일이 도착했다.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무작정 편지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던 데이비드 라샤펠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회사가 파산하여 더는 일할 수 없다고 하자 데이비드 라샤펠이 “넌 지금 살아 있잖아, 그러면 할 수 있는 것 아니야?”라고 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11년 세계적인 사진작가이자 팝아트 작가의 전시회를 성공시키자 전 세계 에이전트들이 최요한 감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하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질러라


독특한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전시할 때 적용하는 철학은 무엇일까.

“딱 하나, 한국 사람과 매치가 되느냐죠. 미술의 매력이 상상인 만큼 기획하기 전에 상상을 많이 해요. 이질적인 것으로 충격을 주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작가마다, 전시할 때마다 다 분위기가 달라요.”

오드리 헵번 사이트에 최요한 감독이 기획한 전시와 이름이 수록되어 있다.

“저로서는 고마운 일이죠. 메간 헤스가 저의 전시를 다 서치했다면서 ‘그 작가에게 맞는 전시를 하더라. 나의 특색을 잘 끄집어낼 것 같아 너를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전시 기획자가 되는 일을 그는 “쉽다”고 했다.

“제가 무조건 들이밀어서 여기까지 왔으니 쉽다고 볼 수 있지만 과정은 험난했죠. 유명 작가 섭외 비결을 많이들 물으시는데 그냥 메일을 보냈어요. SNS에 메일 주소가 있잖아요. 영어를 잘 못 하지만 문법책 참고하여 편지 썼지요. 해외 작가들은 기획자의 소속이나 스펙보다 열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원하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질러야죠. 꿈과 희망과 자신감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와요. 메간 헤스도 고비가 있었다는데 ‘포기하고자 하는 그 순간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냈다더군요.”

10여 년간 해외 작가들과 일하면서 네트워크가 탄탄해진 그는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기획하고 있다.

“내년에 한국의 신진작가 5명의 전시회를 영국에서 열려고 해요. 테마를 정해 500평 규모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일반적이지 않고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한국 작가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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