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황소〉 배우 마동석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형사를 꿈꿨을 겁니다

글 : 이루신 자유기고가  / 사진제공 : 쇼박스 

‘마블리’의 영화와 ‘마블’ 영화는 무엇인가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마동석은 마블의 히어로들이 입는 그 흔한 슈트 하나 입지 않는다. 토르의 해머나,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도 없다. 오직 맨몸으로 거대한 악인을 상대한다. 불끈 쥔 주먹과 다부진 팔뚝이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다.

올해 들어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가 연달아 개봉했다.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 〈챔피언〉, 성주신으로 등장한 영화 〈신과 함께〉, 영혼과 합동 수사를 벌이는 〈원더풀 고스트〉, 사라진 소녀를 찾는 영화 〈동네사람들〉, 그리고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성난황소〉까지 총 다섯 편이다. 배우로서는 애석한 일이다. 촬영 시기는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3년까지 차이 난다. 제작 시기는 그보다 더 오래된 일이다. 10년 가까이 영화판에서 함께 구르던 이들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곁을 지켰다. 다만, 그 시기가 공교롭게 겹쳤을 뿐이다. 주연배우가 짊어져야 하는 가장 큰 무게는 스코어다. 다섯 번째 영화가 개봉한 뒤 만난 마동석은 그 모든 무게를 널따란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성난황소〉는 김민호 감독의 입봉작입니다. 2003년 〈실미도〉의 현장 막내로 시작해, 16년 만이라고요.

“〈성난황소〉 시나리오를 받은 건 5~6년 전이에요. 제작되기까지 오래 걸렸죠. 김민호 감독도 아이가 생기고 생계를 위해서 다른 일을 해야 했어요. ‘이 책을 잘 갖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꼭 김민호 감독과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좋았죠.”


〈챔피언〉도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과는 오랜 친구입니다. 〈원더풀 고스트〉 역시 10년 전부터 함께 단편영화를 만들어 온 조원희 감독과 했고요.

“제가 사고로 척추가 부러지고, 어깨가 부서져서 누워만 있던 시절에 ‘괜찮다’고 ‘잘될 거’라며 제 곁에 있어 줬던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이들에게 기대어 온 시절이 있었어요. 서로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아 주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저야 뭐 ‘살짝 받쳐주는’ 정도고요.(웃음)”


다섯 편의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13년에는 (제가 등장한) 아홉 편의 영화가 개봉했어요. 사실 그전에는 더 많은 작품에 출연도 했습니다. 다만 작품 속 저의 비중이 작았죠. 배우로서는 다른 시기에 만든 영화를 같은 시기에 개봉한 게 아쉽지만, 역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마동석의 액션’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더 부각되는 듯하고요.

“〈성난황소〉의 허명행 무술감독 역시 오래된 사이입니다. 〈부산행〉, 〈범죄도시〉도 함께 했어요. 같은 액션영화라도 액션의 디자인이 달라져요. 〈부산행〉은 좀비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상대를 잘 포착해야 합니다. 〈범죄도시〉에서는 제가 형사여서 상대를 한번에 제압하되 죽이면 안 되기 때문에(웃음) 손바닥을 사용해요. 이번에는 주먹을 사용합니다. 액션으로 상황을 뚫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벽이 뚫리거나 천장이 뚫리는 장면도 있고요.”


팬들은 마 배우가 소진되지 않을까 염려합니다.

“액션 연기 할 때는 치열해요. 뼈를 깎는 기분으로 합니다. 연달아 액션영화를 한다고 제가 소진된다는 기분은 들지 않아요. 오히려 에너지가 채워져요. 촬영 순으로 하면, 〈범죄도시〉가 가장 나중이에요. 앞선 작품들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쌓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몸은 괜찮은가요?

“살이 빠지면 힘들어요.(웃음) 어깨와 척추에 나사가 박혀 있거든요. 몸이 100kg 정도 유지가 돼야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은 살이 많이 빠져서 90kg밖에 안 돼요. 늙고 병들어 뼈만 남았죠.(일동 웃음) 이럴 때 액션을 하면 관절과 인대에 주사를 맞아야 해요.”



그럼에도 액션 연기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배우의 꿈을 꾼 게 영화 〈록키〉를 보면서였어요.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죠. 실제로 복싱도 오래 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액션이기 때문에 어떻게 영화 속에 녹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요. 액션은 영원히 할 수 없잖아요. 제 몸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요.”


올해는 그런 바람을 구현했네요.

“분식집이 있으면 저는 그중 돈가스를 좋아하는 사장인 거예요. 돈가스를 늘 맛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어떨 때는 맛있고 어떨 때는 그렇지 않으면 그건 제 책임이에요. 제가 주연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요. 타율이 높은 선수도 아니고요. 전에는 악역도 많이 맡았어요. 그런데 액션영화를 보면 악역은 액션이 별로 없어요.(웃음)”


〈범죄도시〉의 장첸(윤계상)도 강렬한 악역이었는데, 〈성난황소〉의 기태(김성오)도 만만치 않더군요. 괴이하고 악랄한 악당이었어요.

“영화가 보이려면 악역이 잘해줘야 해요. 보는 사람은 액션의 통쾌함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영화 속에 구축돼 있던 악의 축이 무너질 때 쾌감을 느끼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보다는 악역이 더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제 연기가 어떻게 보일까보다 영화가 어떻게 보일까를 더 고민해요. 윤계상 배우나 김성오 배우가 그 역할을 아주 잘해줬죠.”


대사보다 액션이 많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김민호 감독과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말을 잃을 것 같다고요. 말할 시간에 한 대라도 더 때리고, 한 걸음이라도 더 가겠죠. 얼른 찾아야 하잖아요. 표정도 없어질 거 같았어요. 그냥 밀어붙이는 거죠.”


극 중 아내 지수(송지효)가 납치되고 겪는 일을 보는 동안 고통스러웠습니다. 〈원더풀 고스트〉나 〈동네사람들〉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범죄 오락’ 영화로 볼 수 있을까 싶었고요. 한국 현실이 그런지, 영화계 현실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쉽습니다. 제 성향도 그런 일을 보면 괴롭고 참기 어려워요. 그래서 그런 이들을 구하는 역할에 마음이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경찰을 꿈꿨을 정도로 범죄를 소탕하는 데 관심 많아요.”


종종 배우 ‘드웨인 존슨’과 비견되죠. 〈부산행〉 이후로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여러 번 왔다고 들었습니다.

“드웨인 존슨은 저랑 나이도 비슷하고, 운동을 하다가 배우가 된 사연도 비슷해서 관심 있게 봅니다. 좋아하기도 하고요. 레슬링 기술을 액션에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유심히 봐요. 저에게 중요한 건 ‘한국영화계’입니다. 일단은 한국영화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저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어요. 해외 박스 오피스에 한국어로 된 영화가 오르는 겁니다. 제가 하기 어려우면 언젠가 누군가는 하겠죠?”


마동석은 연기를 마라톤에 비유했다. 장거리를 달려야 하고, 그러려면 체력을 잘 안배해야 한다고 말이다. 당장의 작품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의 레이스를 두고 본다면, 지금은 쉽지 않은 코스다. 오르막에 오르막이 이어지는 듯 숨 막히는 기분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또 한번 숨을 고르고, 맨몸으로 달린다. 그 커다란 몸에 순한 눈빛을 하고.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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