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연구가 조성관 작가

천재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으로 완성된다

글 : 이근미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천재를 연구한 책 여덟 권을 출간한 조성관 작가와 만났을 때 그는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고 있었다. 다음 연구 대상이 일본 천재들이고 책에 수록할 5명 가운데 4명을 확정하여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다. 2007년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필두로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를 돌아 올해 7월 《독일이 사랑한 천재들》을 내기까지 그는 44명의 천재를 연구했다. ‘천재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범재’라는 조성관 작가에게 천재의 정의를 물었다.

“지구별에서 살고 가면서 인류사회를 윤택하게 만든 사람이 천재죠.”

천재 선정부터 집필까지의 과정이 궁금했다.

“18세기 이후 인물이 대상입니다. 출판사와 의논을 하지만 무엇보다 제 주변의 집단지성들에게 자문을 많이 구합니다. 파리의 천재들을 연구할 때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에펠을 꼭 넣어야 한다고 추천했어요. 사실 저는 에펠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에게 문의했을 때도 역시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견을 주셨어요. 가수 임백천 씨가 파리의 천재들 선정 목록을 보더니 에디트 피아프를 왜 뺐느냐고 해서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이구동성으로 그녀를 추천했어요. 에디트 피아프를 연구하니 20세기 대중문화사가 다 연결되더군요.”

천재 선정이 끝나면 공부를 하면서 여행 계획을 짠다.

“국내에 나와 있는 번역된 책을 다 읽고 전문가들과 상의하면서 취재 계획을 면밀히 짠 다음 본격 취재를 시작합니다. 현지 코디네이터에게 미리 리스트를 보내서 동선을 잡게 한 다음 함께 다닙니다.”

《독일이 사랑한 천재들》을 취재하기 위해 16일 동안 기차를 30번 넘게 타고 독일 17개 도시를 돌며 2000만 원 이상 썼다.

“제 인세, 강연비, 원고료를 다 부어도 힘들죠. 삼성언론재단과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 방일영문화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이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하게도 세 번째 책이 나오면서부터 후원하겠다는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파리에 갈 때 숙소를 제공해주신 분도 있고요.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책 속에 기록해 보답하고 있지요.”


천재 연구의 독보적 위상


책이 출간될 때마다 후원자들이 늘어나면서 마니아 독자층도 형성되었다. 출간한 지 11년 된 《빈이 사랑한 천재들》이 여전히 판매될 정도로 그간 나온 책이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천재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성관 작가는 이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게 됐다. 해외의 경우 천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들은 있지만 천재 연구 책을 연이어 낸 작가는 아직 없다. 그는 책을 쓰기로 결심한 그 순간을 돌아보면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2005년 5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취재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무슨 말이 들리는 겁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놓았죠. 그해 12월에 모차르트가 10년 정도 살았던 집을 다시 찾아갔는데 교향곡 40번이 들렸습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음악 소리가 점점 더 커졌어요. 가이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데 제 귀에만 들려 전율했지요. 두 번에 걸친 이상한 현상을 ‘천재 이야기를 도시와 엮어서 쓰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월간조선〉 기자와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조성관 작가는 올해 5월 퇴직했다. 현직에 있으면서 해외 취재를 다니고 집필을 하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천재 시리즈 이전에도 책을 냈으니 기자생활 30년 가운데 25년은 사적 즐거움을 잊고 살았어요. 주로 여름휴가 때 취재를 떠나고 주말에 책을 썼으니 쉴 틈이 없었죠. 주말에 작가로 지내다가 월요일에 다시 기자로 돌아가는, 모드를 바꾸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보고 배울 많은 선배를 만난 일이 감사하다고 한다. 정년퇴직 3년을 앞두고 전업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냈고 ‘작가 모드’로만 살아가는 요즘 매우 행복하다고 전한다.


천재의 습관과 버릇을 흉내 내라

조 작가는 다양한 부류의 청중에게 천재론을 설파하는 강연가로도 활동 중이다. 청년들 앞에 서면 할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천재 중에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 깊이 연구하라고 권합니다. 그 사람의 좋은 습관과 버릇을 흉내 내라는 거죠. 재능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면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자극을 받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천재는 자기 재능을 살리기 위해 평생에 걸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래야 마지막에 꽃을 피울 수 있어요.”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저 일을 안 하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 일을 못 하면 내 인생은 끝나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드는 분야가 있다면 그게 바로 재능입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시대라지만 여가를 즐기더라도 보고 배울 사람과 함께해야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관 작가는 44명의 천재를 연구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전한다.

“타고난 재능을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인데 우리 현실은 안타깝게도 공부로 줄을 세웁니다. 공부는 여러 능력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가 연구한 천재 가운데 학교 공부를 잘한 사람은 극소수였고 대부분 제도권 교육과 불화를 겪었어요. 우리나라 교육은 천재의 숨을 막고 자질이 뛰어난 아이들을 평준화시키고 있어요.”

그런 만큼 부모들이 자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이민 2세인 앤디 워홀은 가난한 집안에서 병약하게 자랐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들에게 부모는 종이와 물감을 사다주고, 카메라를 갖고 싶어 하자 중고 카메라를 사 줬어요. 인화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중고 인화기도 마련해줬죠. 부모의 관심과 응원이 앤디 워홀에게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안겨 준 겁니다. ‘환쟁이 되면 굶어. 공부해’라고 했으면 앤디 워홀 같은 천재는 나오지 못했겠죠.”

그는 자기 능력을 극대화하는 일은 나이와 상관없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터넷 시대라지만 백남준과 피카소처럼 넓은 세상으로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명을 직접 접하라고 권한다.

전업 작가가 된 그는 2년마다 내던 천재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쓸 계획이라고 한다. 책에 나온 경로대로 여행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내년부터 ‘조성관과 함께하는 천재 여행(가제)’도 계획하고 있다. 천재 시리즈를 마친 후 《조성관의 천재론》을 쓸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 2018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811

201811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8.11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