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꽃신 만드는 남자, 왜 ‘먹는 빨대’ 개발했을까?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유튜브에 재밌는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빨대를 먹어봤찌(feat.빨대 파스타)’. 영상에서 개그우먼 강유미는 제목처럼 빨대를 뜨거운 물에 넣고 끓여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흐물흐물해진 빨대 면발을 ‘후루룩 짭짭’ 입에 넣으며 연신 쫄깃하다고 감탄했다. ‘저게 가능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강유미가 말했다.

“참고로 이 파스타 면은 쌀로 만든 빨대입니다.”

쌀로 만든 빨대라. 도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드나 하고 찾아보니 ‘먹는 빨대’와 관련 검색어로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뜬다. 연지곤지는 꽃신 브랜드다. 꽃신 만드는 사람이 왜 빨대를 만드나 싶어 당장 그를 만나러 갔다.

강남 한복판 한 카페에서 만난 김광필(40) 연지곤지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시원한 음료를 권했다. 그러곤 자연스레 빨대 하나를 꺼내 음료 잔에 꽂았다.

“드셔보시겠어요?”

말로만 듣던 쌀 빨대다. 길이나 겉모양은 플라스틱 빨대와 똑같은데 속이 두툼하고 묵직하다. 음료를 빨아들일 때도 플라스틱 특유의 냄새나 맛이 느껴지지 않아 거부감이 없었다. 호기심에 빨대 끝을 ‘오도독’ 씹으니 누룽지 같은 고소한 맛이 났다.

“뜨거운 물에서 2~3시간, 차가운 물에서는 6시간 정도 지나야 겨우 모양이 휘는 정도예요. 냉커피의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빨대로 마시는 데 아무 문제가 없죠.”

빨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동안 그는 초조하게 시계를 봤다. 옆 테이블에는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에서 그를 만나기 위해 온 바이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라는 말에 호쾌한 말투로 “바쁘죠. 좋아하는 야구 경기도 못 볼 정도라니까요”라며 웃는다.

실제로 그는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미국 현지 바이어와 회의했고, 오후 내내 이곳 카페에 앉아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사업주들과 미팅했다. 내일은 일본으로 출장 간다고 했다. 호텔과 외식업체, 프랜차이즈, 소규모 카페 등 각지에서 쌀 빨대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 대만, 홍콩 등의 업체와 이미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불과 두세 달 만의 일이다.

1년 전 김 대표가 식용 빨대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시큰둥했다. 설령 개발에 성공해도 가격 단가가 맞지 않아 실패할 아이템이라며 무시당했다. 게다가 꽃신을 만들다가 뜬금없이 빨대라니. ‘연지곤지’는 그의 아버지가 세운 꽃신 브랜드로, 청계천에서 신발 도매상 ‘광필상회’로 시작해 키운 회사다. 꽃신을 만들던 그는 왜 빨대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사업에는 전혀 관심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야구선수를, 중고등학교 때는 태권도 시범단도 했어요. 운동을 계속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한양대 경영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가업을 물려받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시면서예요.”

장남이라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였다. 그는 유언처럼 물려받은 가업을 위해 마음먹고 일했다. 쌀 빨대는 신발에 쓰일 소재를 찾던 중에 우연히 개발한 아이템이다.

“쌀 빨대는 신발에 사용할 가벼운 소재를 연구하던 중에 개발한 상품입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를 찾고 있었는데, 해조류를 이용해 컵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컵이 이미 만들어졌다면 나는 컵과 세트로 나가는 빨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입에 닿는 제품이라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며 “사탕수수나 옥수수 전분을 생각하다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쌀을 떠올렸다”고 했다.


쌀 소비도 늘리고 환경도 살리고


쌀 빨대는 쌀과 타피오카를 주원료로 한다. 빨대 한 개에 베트남산 쌀 70%와 태국산 타피오카가 30%의 비율로 들어간다. 빨대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설탕과 소금도 소량 넣는다. 밀봉 상태에서 보관하면 유통기한은 1년 가까이 된다. 원료로 보자면 식품이라 말해도 손색없다. 쌀 빨대 생산 공장이 있는 베트남 현지에서는 식품으로 식약 당국의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베트남 쌀로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산 쌀을 사용할 계획이다. 남는 쌀을 이용해 만들면 환경도 살리고 국내 쌀 소비도 늘릴 수 있다. 현재는 한 달 3억 개 정도의 쌀 빨대를 생산하는 수준. 올해 안에 생산량을 7억 개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쌀 빨대뿐만 아니라 컵과 숟가락, 포크 등 곡물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쌀 빨대의 단가는 50원이다. 5~15원 정도의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10배가량 비싸지만 기꺼이 ‘먹는 빨대’를 쓰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쌀 빨대가 과연 환경에 도움이 될까?’라고 한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네! 100%요.”

“쌀 빨대는 6개월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됩니다. 쌀로 만들기 때문에 먹어 없애버리는 것도 방법이죠.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는 플라스틱 규제 품목이 아니어서 재활용되지 않아요.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잘게 부수거나 소각해야 하죠.”


환경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아빠

쌀 빨대는 시판 준비 단계에 있다. 김 대표는 조만간 새로운 법인을 내고 꽃신과 빨대 사업을 분리할 예정이다. 투자가 계속되다 보니 자금 문제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일로 바쁘다 보니 가족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아빠의 경영철학을 들려준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아들의 일기장에 ‘환경을 지키는 우리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적혀 있어 울컥했다고 한다.

“아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높은 곳을 보지 말고 낮을 곳을 살피며 함께 올라가라.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고, 혼자 있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놀아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찾아서 도와줘라.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요. 제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김 대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빨대 사업이 잘돼 이윤이 나면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 인생철학은 ‘누군가 안 하면 내가 해야 한다’입니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요. 환경운동도 같아요. 플라스틱 빨대를 안 쓰는 건 작은 일이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내가,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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