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③

나카지마 요시미치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

‘일의 본질’을 ‘생의 부조리’에서 끌어내다니

글 : 최인아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세상 모든 인문학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천착한다. 저자에 따라 누구는 철학, 누구는 역사, 누구는 문학 등 그 출발 지점은 달라도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심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에 일이 빠질 수 없다. 일이란 무엇이고 왜 일하며 어떻게 일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 이런 맥락에서 나는 지난 호에서 배리 슈워츠의 《우리는 왜 일하는가》를 소개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을 골랐다. 하지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니… 오히려 일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말한다. 아주 여러 번 비틀어 가면서.

나는 한 달에 한 번 이 지면에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책 내용을 친절하게 요약하지는 않으려 한다. 요약된 내용을 읽은 것으로 마치 그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책갈피가 질문하는 방식

내가 책을 소개하는 방식은, 이러이러한 질문과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이 질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정도이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읽힐 수 있어서 그렇고, 내용을 요약하기로 한다면야 인터넷 서점에 이미 거의 다 나와 있으므로 굳이 내가 또 보탤 일은 없으므로 그렇다.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무릇 길이란 찾아야 찾아지는 법이고, 그 시작은 언제나 질문으로부터다. 그 때문에 질문을 언급한 후 그 질문에 대해 길을 찾을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안내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달에 소개하는 책은 어떤 고민이나 질문과 마주했을 때 좋을까? 일은 해야겠는데 돈 때문에 아무 일이나 하기는 싫을 때, 대학 졸업 후 취업해서 그럭저럭 다니고는 있으나 일에 흥미를 붙일 수가 없고 전망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 힘들 때 이 책을 권한다.

이런 경우도 있겠다. 성실한 가장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일도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일이 아니다. 보람이나 재미라고는 없이 살았는데 남은 인생도 이래야 한다면 끔찍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다. 그때도 이 책을 펴 보시라.

마지막으로, 중년이 되는 동안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며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어떤 일 때문에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행복은커녕 실패한 인생이었고 자신의 인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 후반에 맞닥뜨린 이 질문…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위기에 빠진 4명과의 대화

이 책의 저자는 나카지마 요시미치라는 일본의 철학자다. 그 자신이 젊은 날 오래도록 방황했다. 긴 회의와 좌절 끝에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서른일곱의 나이에 비로소 대학교수가 되었다.(군대를 가지 않는 일본의 사정을 고려하면 마흔 살이 넘어 자리를 잡은 셈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철학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또렷했고 그는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평생 철학을 하며 살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위기에 빠진 네 사람을 가상으로 정하고 그들과 수차례 마주 앉는다. 그 옛날 소크라테스가 제자들과 묻고 또 물으며 통념을 깨고 진실로 나아갔듯이, 저자 또한 묻고 답하는 대화를 통해 피상의 껍데기를 여지없이 깨고 겉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얼굴, 핵심 혹은 진실을 드러낸다. 우리의 생각이란 것, 의견이라는 것들이 실은 집요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그냥 그럴 것이라 쉽게 게으르게 단정 지었다는 것을. 이를테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 일과 능력, 일과 인간관계, 일과 돈 등의 주제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겉에서 보이는 것과 진실은 자주 다르다는 것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어 흥미로운데, 이 철학자가 ‘일’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아주 흥미롭다. 그는 죽음으로부터, 생의 부조리부터 생각을 전개한다. 우리는 우리의 뜻과 전혀 상관없이,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세상에 나왔고 그마저도 얼마 후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이 부조리함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라는 물음이 바로 이 지점에서 솟는다. 의미에 천착하는 것은 그러므로 너무나 자연스러워진다.

‘일’이라는 화두는 돈을 떠날 수가 없으므로 대단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이 되는데 죽음이라니… 그러나 어떤 문제든 죽음을 끌어와 그것으로부터 생각을 잇게 되면 제대로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섣부른 위로 말고 정면 승부를 겨뤄 결론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제목에 낚였다는 불평은 감수하겠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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