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살네쌀 배달꾼 조영재·이준혁

“뺀 살만큼 쌀 기부해요”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청년들이다. 봄에 유채가 필 때면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한강에 누워 맥주 마시며 별 보기를 즐겼다. 날씨가 좋으면 어디론가 떠나야 했고 좋은 데가 있다면 뭉쳐 다니며 낭만을 함께 즐겼다. 내일보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같이 있는 시간에 가치를 뒀다.
각자 고집은 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 큰. 소셜 벤처 ‘내살네쌀’을 만든 청년 ‘배달꾼’ 조영재(27), 이준혁(28), 이근영(29) 씨다. 현재 이근영 씨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둘이 남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셜 벤처 내살네쌀은 다이어트로 결식아동을 돕는 플랫폼이다. 소셜 벤처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자가 설립한 조직을 말한다. 내살네쌀은 ‘내가 뺀 살만큼 필요한 이웃들에게 쌀을 기부하자’는 취지로 ‘비만’과 ‘결식아동’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접목했다. 신체적 혹은 경제적 비만을 가진 현대인들이 결식아동에게 쌀을 기부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내살네쌀을 직역하면 ‘나의 살이 너의 쌀이 된다’는 말이다.

조영재 씨와 이준혁 씨가 처음 만난 건 열일곱 살, 싱가포르에서 유학하던 때였다. 학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이 컸던 때다. 갑갑한 세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에 둘은 해외 유학길에 나섰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행복한 나눔’을 경험했다.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주변 나라로 떠난 봉사 활동이에요. 캄보디아에 가서 대나무집을 지어주는 자원봉사를 했어요. 처음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흐뭇했죠. 이후로도 지속해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 집 도색 작업을 도왔어요. 봉사하다 보니 무엇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이준혁)

남을 돕는 데서 느낀 보람은 지금의 소셜 벤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대한민국은 단시간 내에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꽤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풍요의 이면에는 여전히 29만 명이 넘는 결식아동이 있다. 한쪽은 살을 빼야 한다는 비만을 느끼고, 한쪽은 결핍에 허덕인다. 말 그대로 풍요 속 빈곤의 사회다. 이들이 처음 기부를 생각한 것도 이러한 사회문제 인식이 기반이 됐다.


fun+donation=funation


내살네쌀의 활동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가 결합한 ‘퍼네이션(Funation)’ 문화라 볼 수 있다. 단순하게 경제적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인 참여로 관심을 전달하는 방식의 기부 트렌드다. 프로젝트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가 프로젝트 참여 신청을 하고 보증금처럼 돈을 입금한다. 입금액은 다이어트 목표치 몸무게(kg)를 쌀로 환산한 금액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 5kg을 빼겠다고 마음먹으면 쌀 5kg에 해당하는 요금을 선입금하는 거다. 일정 기간 다이어트를 진행하고 성공하면 돈을 돌려받고 실패하면 입금한 돈으로 쌀을 기부한다.

성공과 실패 여부는 시작한 날과 목표한 날의 체성분 분석 측정 결과지로 판단한다. 물론 다이어트를 성공한 기쁨에 보증금을 기부한다면 이것도 환영이다. 살도 빼고 기부도 하는, 일거양득의 기쁨을 선물한다.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제작한 굿즈를 사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를 알리기 위해 ‘내 땀방울, 그대의 쌀 한 톨’이라는 슬로건도 세웠다. 참가자들에게는 기부증서를 준다.

내살네쌀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제주도 여행 중 장난삼아 시작한 ‘내기’에서 비롯됐다.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평소처럼 넘치게 먹고 마시고 즐겼어요. 그러다 숙소에서 우연히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게 됐는데, 국내 결식아동들이 지원금이 부족해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포기가 빠른 ‘다이어터’였어요. 풍족함 속에서 나태하게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문득 ‘우리의 남아도는 살과 영양분을 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우리끼리 다이어트 내기를 해서 가장 살을 많이 뺀 친구에게 나머지 두 명이 돈을 내고 쌀을 사서 기부하기로 했습니다.”(이준혁)

내기는 근영 씨의 성공이었다. 그가 뺀 살 30kg만큼 쌀을 사서 2016년 11월 금천구 노인종합복지관에 전달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인데 차원이 다른 뿌듯함이 있었다. 그날의 감정을 더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며 프로젝트가 사업으로 이어졌다.


1600kg 쌀 기부


내살네쌀의 기부액은 참여자의 이름으로 투명하게 기부된다. 기부처는 행정학을 전공한 근영 씨의 의견에 따라 시·도·구의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공평하면서 가장 필요한 곳에 쌀을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기부를 결심하고 기부처를 고민하던 중 지역에 따라 기부받는 양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은 주변 기업이나 단체에서 기부가 이루어지지만, 나머지 지역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은평구나 금천구가 상대적으로 열악했어요.”(조영재)

쌀 30kg 기부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2018년 8월까지 총 1600kg에 달했다. 최근에는 내살네쌀의 프로젝트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셰이크 보틀과 타월을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치의 300%를 달성하기도 했다. 펀딩 수익금은 월드비전을 통해 ‘사랑의 도시락’으로 국내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진행한 좋은 일인데, 결과적으로는 기부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수익사업이 항상 고민입니다. 비영리단체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었는데, 제도를 살펴보니 돈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군요. 아이러니하게 비영리단체는 돈이 있어야 돌아가요. 우리는 돈이 없는 청년들이니 단체가 아닌 우리의 돈을 벌어서 그 수익금으로 쌀을 사자는 마음이에요. 영리활동 안에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꿈을 꿉니다. 나눔의 취지에 뜻을 품는다면 저절로 수익이 따라오리라 믿어요.”(조영재)

내살네쌀은 지난 1월 사업자로 등록했다. 대표는 조영재 씨가 맡았다. 공동 창업자인 이준혁, 이근영 씨는 무보수로 참여한다. 이들은 ‘대표’라는 호칭보다 ‘배달꾼’이라는 친숙한 표현을 쓴다. 기부 참여자들의 쌀을 대신 전달하는 일꾼이라는 말이다.

“뿌듯해요. 지금 누리는 순간들이 저를 만들어가잖아요.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늘 스스로 다독여요. 물론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끌어오지 못했을 거예요. 우정이 배려로, 또한 나눔으로 이어진 거죠. ‘나눔’은 가장 한국다운 이념입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가치관이 ‘나눔’과 가장 부합한 것이잖아요. 우리는 정이 있는 나라이고 충분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 만큼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해요. 이 풍요를 나누는 활동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조영재)

  •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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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박예은   ( 2018-08-28 ) 찬성 : 2 반대 : 4
#구리시자원봉사센터_선플 챌린지 나의 건강도 관리하고 남에게도 배풀고 이보다 보람차고 만족스러운 기부는 없을 듯 합니다. 저 또한 기회가 된다면 이 알차고 뿌듯한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이태희   ( 2018-08-26 ) 찬성 : 6 반대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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