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이 왜 그럴까

완벽한 그에게 없는 한 가지

사진제공 : 어썸이엔티
2018년이 시작된 후 그는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앞으로도 그럴 듯하다. 예능 〈윤식당〉을 마친 후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시작됐고, 드라마가 마칠 즈음엔 영화 〈사자〉가 크랭크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팬들은 그가 소처럼 일한다며 ‘박소준’이라 부른다. 그러는 틈틈이 CF도 찍었다. 무려 13편이다. 그는 현재 광고브랜드 파워 1위를 달리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연이어 CF 촬영이 있다. 계절이 바뀌면 그에 맞는 콘셉트로 다시 찍어야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보이는 곳마다 박서준이다. 버스 정류장의 광고에도, 밀크티를 파는 카페에도, 화장품 숍이나, 지하철 입간판에도 박서준이 해사하게 웃고 있다. TV를 켜면 김치부터 피자, 호텔과 정수기 광고에 그가 등장한다. 인생에도 발단, 전개, 절정이 있다면 그는 절정의 한 시기를 지나고 있음이 분명한데 박서준은 오히려 차분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광고가 하나둘 늘어갈 때는 좋았어요. 지금은 좀 부담이 됩니다. 광고가 10개가 넘으면 1년에 광고를 위한 촬영과 행사만 100일이 넘어요. 스케줄이 꽉 차죠. 이만큼 많은 분이 찾아주고 호감을 느낀다는 게 감사한 한편, 내가 이걸 해낼 깜냥이 되는지 불안하기도 해요. 위태로운 느낌이죠. 아직 오지 않은 후폭풍 같은 것도 생각하게 되고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오직 끈기

돌아보건대 후회하지 않는 부분은 ‘더할 나위 없이 열심히’ 했다는 점이다. 〈윤식당〉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정말 열심히 했구나’. 〈윤식당〉에서는 워낙 막내라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스페인어를 미리 배웠고, 메뉴에 들어갈 음식들을 미리 만들었다. 스페인에서도 그는 먼저 장을 보고, 밑 재료를 준비한 뒤 식당을 열면 쉴 틈 없이 홀과 주방을 오갔다.

높은 노동 강도보다 염려됐던 건, ‘나라는 인물을 모두 다 보여줘도 될까’라는 고민이었다. 배우의 모든 것이 굳이 대중과 공유될 필요가 있을까. 다행히 시청자들은 배우 박서준이 아니라 알바생 박서준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고, 이는 인지도로 이어졌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작품을 이끌어야 하는 주인공이었다. 드라마는 다른 종류의 부담이었다. 김비서와 이영준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드라마라 쪽잠을 자면서도 모든 현장에 가장 먼저 나갔다. 박준화 감독은 “현장에 가면 이미 부회장이 되어 있는 박서준이 서 있었다”고 말했다.

막내일 때든 주인공일 때든 그를 움직이는 건 하나다. ‘책임감’. 그 때문에 〈윤식당〉도 〈김비서…〉도 프로그램을 마친 뒤 그가 느낀 감정은 비슷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툰이 원작인 작품이고, 워낙 만화적인 인물이라 현실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그 부분이 도전하고 싶은 포인트였고요.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이라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으리라 생각했어요. 다만, 그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고민이 됐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영준은 드라마적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혼자 있는 순간조차 흡사 1인극을 하는 것 같다.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보면서 “영준이 이 녀석, 오늘도 완벽하군”이라는 감탄을 한다. 이런 행동이 숨 쉬듯 자연스러워 귀를 의심할 정도다. 상대에 대한 자신감도 넘친다. “김비서, 축하해. 나같이 완벽한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된 것에 대해 말이야”라든지 “김비서는 정말 좋겠어. 안 그래도 보고 싶었을 텐데, 내가 이렇게 나타났으니 말이야” 등의 말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제가 말을 할 때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빵빵 터지니까 점점 자신감도 생기고요. 나중에는 자신 있게 던졌습니다.(웃음) 애드리브도 많이 넣고요. 개인적으로는 이영준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저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편이거든요. 영준이는 달라요. 자신을 아주 사랑하죠. 그런 태도가 낯설기도 하면서, ‘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 싶더라고요.”

이영준은 나르시시스트다.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사랑과 믿음으로 주어진 상황을 돌파해 나간다. 박서준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끝까지 의심하고, 궁지에 몰아붙인다. 정말 이것이 최선인지 끝없이 물어본다. 그를 지금껏 이끌고 온 건 책임감과 끈기다.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는 ‘배우 할 외모가 아니’라는 말도 들었어요. 어딘가 밋밋한 느낌이라고요. 처음 제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나갔을 때 ‘안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었죠. 이 모든 걸 극복해내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끈기’는 있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할 외모가 아니라고?


박서준이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새긴 건 스물다섯 즈음이다. 2013년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철없는 막내를 맡고,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속 깊은 동생 역을 맡으면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10대 때였고, 이후로 다른 곳에 한눈판 일이 없으니 꽤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셈이다.

이후 엄정화와 함께 로맨틱코미디 〈마녀의 연애〉를, 황정음과 함께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를 찍었다. 이 모든 드라마에서 그는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배우였고 동시에 자신도 빛날 줄 아는 배우였다.

로맨틱코미디의 남자 배우는 두 종류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눈빛의 대상인 여자 배우를 빛나게 하는 배우, 이선균과 김래원이 그렇다. 둘째는 드라마의 흐름을 자기 쪽으로 끌고 와 자신의 인생작을 만드는 배우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나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가 그랬다.

박서준은 전자와 후자를 합친 배우다.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합이 좋아 힘의 균형을 잘 이뤄낸다. 최근작인 〈쌈, 마이웨이〉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박서준이 가진 유연한 호흡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 간의 합이 좋아 작품 종영 뒤 열애설이 나오기도 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경우엔 꽤 큰 이슈가 됐다.

“정말로 열애를 한다면 한다고 했겠죠.(웃음) 하지만 아니니까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열애의 증거라고 하시는 말씀들이 사실과 달라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만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마친 소중한 작품이 스캔들로 덮이는 게 안타깝긴 해요. 저와 박민영 씨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정말 열심히 임했거든요. 이 일 때문에 서로 어색해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전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웃음)”

더 어릴 때는 이성을 볼 때 외모가 중요했다고 한다. 지금은 ‘말이 잘 통하는 게’ 중요하다. 서른을 지나며 달라진 점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 나이에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앞으로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그렇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지금 내가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 앞으로 어떤 장르의 작품을 만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전한 책임감과 끈기로 채워나가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완벽한 그에게 없는 한 가지는 ‘만족’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순간까지 그는 담금질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소처럼 일하는 박서준에겐 퍽 안된 일이지만, 보는 이들에겐 퍽 잘된 일이다.
  •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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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소준   ( 2018-08-26 ) 찬성 : 13 반대 : 5
아진짜 간만에 이쁜기사읽는다
  hsjpink   ( 2018-08-25 ) 찬성 : 14 반대 : 14
기사너무좋다
  김도연   ( 2018-08-25 ) 찬성 : 7 반대 : 0
오랜만에 박서준 배우의 진가에 주목하는 훈훈한 기사가 참 좋으네요.기자님 응원합니다.^^
  박영선   ( 2018-08-25 ) 찬성 : 3 반대 : 0
박서준배우 정말 기사절읽었어요
  무명   ( 2018-08-24 ) 찬성 : 30 반대 : 3
기사 잘 읽었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어요. 감사합니다.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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