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LSJ 컴퍼니 대표

음대생 일자리 만드는 음대생 CEO

대학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힘들다”였다. ‘말뿐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취업한 선배들을 보니 현실이었다. 원하는 전공을 택한 학생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전공을 살려 취업하길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만 자신만의 사업을 펼치며 대학생 CEO로 살아가는 LSJ 컴퍼니의 이서진(25) 대표다.

사진제공 : LSJ 컴퍼니
대체되는 삶을 거부하다

이서진 대표는 이화여대 관현악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입학 후 회의를 느꼈다. 관현악과의 진로는 제한적이었다. 오케스트라 입단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 현실에서 그는 남들이 가는 길을 거부했다. 주체적인 삶을 원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는 저랑 안 맞거든요.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도 비교적 대체되기 쉽잖아요. 인생 한 번 사는데 쉽게 대체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죠.”

그는 레슨과 댄스 강사를 병행하며 대학생활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20대라고 여겨서다. 본인은 행복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이서진 대표는 대다수 음대생의 길을 거슬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불편하게 보는 시선을 느꼈다. 바로 그의 부모님이었다. 음대에 진학하기까지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주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그의 부모님은 이 대표가 ‘정해진’ 길을 가길 바랐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계세요. 그래서인지 제가 틀에서 벗어나는 걸 극도로 싫어하셨죠. 부모님께 약속했어요. 25세까지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해보고, 그때까지 자리를 못 잡으면 그때 엄마아빠 말씀 듣겠다고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학 입학 후에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제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께서 23세 이후로 저에 대한 믿음이 생기신 듯해요. 저에게 별말씀이 없었거든요(웃음).”

이서진 대표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방안으로 창업을 계획했다. 창업에는 돈이 필요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대부분을 저축하고, 재테크도 공부해 실천으로 옮겼다. 시세차익을 활용한 마케팅에 투자해 초기 자본금 3000만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아빠와 쇼핑을 할 때의 일입니다. 권장 소비자가격이 500원인 물건을 450원에 파는 거예요. 이상해서 아빠한테 그 이유를 물어봤죠. 아빠가 유통 구조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의 가격이 진짜 가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그 지점에서 사업을 창안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물건에 주목하는 거였죠. 생산업체에 연락해서 마케팅 제안을 하고 수수료를 받거나 물건을 직접 팔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기 자본금을 모았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출판업, 공연기획…


하고 싶은 걸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서진 대표. 이 생각을 반영해 만든 스타트업이 자신의 이름을 딴 LSJ 컴퍼니다. LSJ 컴퍼니는 다양한 업무를 다룬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아직은 수익이 거의 없지만 사람들 간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LSJ 컴퍼니의 주력 사업은 퍼스널 브랜딩, 즉 출판사업이다. 《꿈을 찾는 음대생》, 《20대가 20대에게》의 저자이기도 한 이서진 대표는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맨땅에 헤딩’ 하지 않길 원했다.

“어린 나이에 겁도 없이 책을 냈습니다. 막상 책을 내고 보니까 후회가 됐죠. ‘누가 글을 잡아줬으면, 목차라도 봐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니즈에서 출판 프로세스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하고, 목차를 짜주고 원고 집필에도 도움을 주고. 출판 과정의 대부분을 맡기는 시스템이라 보면 됩니다. 이런 시스템이 한국 출판시장에선 별로 없더라고요.”


이 대표는 6월에 진행 중인 책이 열 권 이상이라고 말했다. 출판 의뢰가 들어온다고 무조건 진행해야 하지만 그는 의뢰자의 진실성을 우선시했다.

“제가 책을 냈을 때는 ‘내가 가진 정보를 알리고 싶다. 나를 통해 많은 사람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업을 하다 보니 자기를 너무 과대포장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거나 논리적 구조가 맞지 않으면 고사하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여러 분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웨딩연주, 공연기획도 더욱 활발히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VR 콘텐츠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화 콘텐츠를 VR로 만들어 문화와 IT를 연결하는 플랫폼 론칭도 예정돼 있다. 음대생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이 많다. ‘음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이 말을 부정하고 싶어서다.


“음대생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계속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대생들을 위한 공연과 콘텐츠를 기획하려 합니다. 현재 LSJ 컴퍼니의 직원 대부분은 예체능 계열이나 음대 출신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음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고 ‘음대생들도 다른 일을 잘할 수 있다’라는 말의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학교생활에 사업까지 분주한 삶을 사는 그이기에 인터뷰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최선을 다하는 인터뷰에서 그만의 에너지와 진실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은 그녀의 개인적인 꿈을 물었을 때 극대화됐다.

“좋은 문화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위주로요. 그러면 제 인생도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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