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 만든 청년 CEO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앞으로 20년, 지구상의 가장 위험한 질병이 ‘우울증’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처럼 빠른 성장을 이뤄낸 나라일수록 자신을 되돌아볼 여력이 없죠. 자신이 불안한지, 혹은 우울한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만큼이나 흔한 정신질환이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거나 약을 먹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만, 마음의 병 우울증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일부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불안과 수면장애, 의욕 상실 등이다. 이러한 증상은 사회생활에 제약을 주거나 대인기피로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까지도 한다. 이럴 때는 주변에 알려 헤쳐 나오기 위해 노력하거나 전문가의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Trost)’를 만든 김동현(28) 휴마트컴퍼니 대표는 “고민을 꺼낼 용기가 있다면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민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세상에 드러내는 자체가 치유의 출발이라는 말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트로스트는 독일어로 ‘위안’과 ‘위로’를 뜻한다.

트로스트는 웹 또는 앱을 통해 전문 상담사와 메신저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온라인상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익명으로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김 대표가 트로스트를 만든 건 2년 전 대학에 재학 중일 때다.

“내 재능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렸어요. 예전에 가족과의 갈등, 주변 상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는데, 심리상담을 받고 나서 삶이 나아지는 걸 경험했어요. 주변에 심리상담을 권유했지만, 대부분이 선뜻 가려 하지 않았어요. 사회적인 시선이나 비용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죠. 심리상담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비대면으로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을 떠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문자 상담이 이루어지는 해외 유사 사이트를 벤치마킹했다. 텍스트는 데이터화가 가능하니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 정서상 비대면을 선호한다는 판단도 있었다. 사람들이 마음을 더 많이 여는 방식으로 사업의 핵심 방향을 결정했다. 6개월여의 준비 끝에 사람(휴머니티)과 기술(스마트)을 연결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휴마트컴퍼니’를 세우고 트로스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출시 2년 만에 앱 다운로드 10만 건 돌파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비대면 심리상담’에 참여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기존에 심리상담을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생소해했어요. 대면상담을 할 때는 내담자의 말투나 행동을 읽어 파악하기도 하는데, 비대면은 텍스트가 전부니까. 고객과 상담사 두 집단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상담사는 문자가 어떻게 심리상담이 되느냐 하는 의구심이 있었고, 고객은 애초에 심리상담을 부담스러워 했죠.”

상담 플랫폼으로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요구를 맞춰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객에게는 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상담사의 실력 검증을 철저하게 하고 이력과 자격증 등 정보를 최대한 많이 실었다. 또 내담자들이 주로 하는 고민을 카테고리로 엮어 상담사를 추천해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전문 심리상담 센터에서 추천받은 1, 2명의 상담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50여 명의 전문 상담사가 함께한다. 상담료도 오프라인 상담의 절반인 3만~4만 원대(50분 기준)로 가격 부담을 줄였다. 비대면, 텍스트 상담에 의구심을 갖던 이들도 ‘익명성을 보장받고, 텍스트로 남길 수 있어 오히려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4500명이 상담을 받았고, 2년 만에 앱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을 넘어섰다. 재상담률은 21%. 5명 중 1명이 다시 찾는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유행처럼 폭발적으로 흥행했다기보다 서서히 이름을 알리며 끈기 있게 저변을 넓힌 결과’라고 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감정을 분석하는 솔루션인 ‘감정 스캐너’도 출시했다. 300자 가량의 고민을 작성하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한다. 좌절, 슬픔, 사랑 등 8가지 감정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감정 스캐너를 통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상담학적 조언을 얻는다. 앞으로 간단한 심리상담은 전문가를 거치지 않고 AI(인공지능)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직원이 먼저 행복해야


김동현 대표도 종종 트로스트에서 상담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로 인한 스트레스, 대인 관계, 구성원들과의 갈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온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행복한 삶에는 건강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정신 건강의 주체는 ‘나’이며 궁극적으로 문제 해결도 스스로 해야 해요. 우리 회사 미션은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신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회사 내에서 칭찬카드를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서로를 칭찬해줘요. 월 1회 ‘리프레시 데이(refresh day)’를 정해 전 직원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볼링을 치고, 야구 관람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습니다.”

휴마트컴퍼니는 업무시간 중 30분씩 책 읽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 읽은 책은 성공 패러다임을 연구한 책 《그릿》이다.

“성공에 있어 사람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걸 끌고 갈 수 있는 끈기와 인내, 즉 ‘그릿’이 필요합니다. 어렸을 때 공부를 잘한 건 아닌데, 늘 리더의 자리에 있었어요. 반장과 학생회장을 도맡아 했죠. 그땐 1등과 리더가 같다고 착각했어요. 돌이켜보니 분명히 다르더군요. 주어진 일에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게 1등이라면, 내가 속한 집단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가는 게 리더입니다. 리더로서 혼자 퍼포먼스를 내기보다는 함께 협동해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는 요즘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쓰일 때 가치 있을까’를 고민한다.

“사람마다 가진 재능의 가치는 달라요. 획일화된 사회에서 능력을 끼워 맞추다 보니 재미도 없고 자존감만 낮아지죠.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보고 가치를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가거나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그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에요.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가도 된다는 거죠. 실수해도 괜찮아요. 주눅들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잘 가고 있다’고 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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