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스트리 양재무 음악감독

90명의 3040 남성합창단, 정상에 서기까지

이마에스트리는 마에스트로의 복수로 명연주자들이 모인 단체라는 의미다. 90명의 단원은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유학하고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후 해외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한 이들이다. 대극장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할 정도로 성량이 풍부한 오페라 가수들이 합창한다는 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이마에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양재무 음악감독은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합창단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유럽의 오페라는 한국 성악가가 없으면 무대를 올릴 수 없을 정도예요. 독창자들이 모여 합창을 하는 건 원래 없는 장르입니다. 우리나라에 성악 인프라가 많아서 생긴 거죠. 성악 인구가 많다 보니 초기에 자리를 잡기 힘든 면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단원은 30대와 40대가 대부분입니다.”

13회를 이어오는 동안 거쳐 간 사람까지 합치면 130여 명이 참여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서희태 음악감독, 안양대 한명원 교수, 이화여대 김상곤 교수, 국민대 옥상훈 교수, 대구가톨릭대 이병삼 교수 등 연주 및 교육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최정상급 남성 성악가들이 집결해 있다. 그렇다면 한국 성악가가 왜 노래를 잘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성악가가 노래 잘하는 이유


“외국 음악 코치들이 항상 묻는 말이에요. 그 얘기를 하려면 두 시간 걸리는데, 강의료 받고 해야 할 얘기예요.(웃음) 두 가지 점 때문입니다. 우리가 약소국이어서 다른 나라 말을 그대로 발음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어요. 약소국이다 보니 중국말을 원어민같이 발음했지요. 따지고 보면 슬픈 일이지만 우리에게 강점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훈민정음의 힘입니다. 어떤 문자든 표기할 수 있으니 발음이 다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발성기관이 발달했고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능동적으로 음을 표현하는 구강구조를 갖게 되었지요.”

양재무 감독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와 10년간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가수로 활약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창회를 가진 것은 귀국 5년 만의 일이었다.

“유학에서 바로 돌아와 연주기량이 최고조일 때 독창자로 섰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성악가가 유학 다녀와서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등 여러 활동을 한 뒤 독창자로 설 기회를 얻게 됩니다. 후배들은 바로 무대에 올라 독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

2006년 이마에스트리를 창단했을 때 45명으로 시작했다.

“유학 다녀오고 외국 콩쿠르에서 수상해도 교수 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요. 커리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유학에서 돌아오면 초기에는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모 성악가는 우리 단원이 되면서 예술의전당에서 베르디 레퀴엠을 연주하고, 그 공연을 KBS에서 녹화해서 방송했고, 도쿄 산토리홀까지 가면서 바로 교수로 임용됐어요.”

성악가들이 입단하고 싶어 하는 이마에스트리는 창단 2개월 만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고 바로 이듬해부터 해외 공연을 가게 됐다.

“정상급 오페라 가수들이 폭발적인 성량으로 합창을 하자 1회부터 반응이 뜨거웠어요. 모든 곡을 편곡하여 테너1, 테너2, 바리톤, 베이스 4성으로 부릅니다. 모두 노래를 잘하지만 연주를 앞두고 열 번 연습합니다. 지방공연 같은 특별공연이 있을 때도 다섯 번 연습할 정도로 철저히 무대를 준비합니다.”

해외에서 돌아오면 다시 해외 무대에 설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마에스트리는 창단 이듬해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에서 연주를 했다.

“거장 카라얀이 극찬한 아시아 최고의 연주 무대인 산토리홀은 웬만해선 대관하기 힘든 곳입니다. 신생 합창단이 서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우리 합창을 CD로 들은 일본 평론가께서 ‘금방 세계적으로 뜰 단체’라고 보증해주어 연주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우리 합창이 오케스트라 음향이라며 ‘보이스 오케스트라’라는 별칭까지 지어줬습니다. 산토리홀에서 7번이나 앙코르를 받았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대만,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카자흐스탄 등 11개국 20여 개 도시에서 초청연주를 했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해외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우리 단원들과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저도 사인하고 사진 찍느라 바빴죠. 클래식으로 한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학창시절부터 이탈리아어, 독일어, 불어 등으로 노래를 불러 언어 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클래식 한류를 주도하는 한 요인입니다.”

음악계가 인정하는 두 개의 비중 있는 상도 받았다.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전년도 연주 가운데 가장 훌륭한 연주가에게 주는 예술대상을 받으면서 많이 알려졌습니다. 2017년에는 한국음악비평가협회에서 주는 한국음악대상도 받았습니다.”


10년 동안 자비를 쏟아부으며...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정상급 바리톤 가수로 오페라 주역을 도맡았던 양재무 감독은 무대에 서지 않고 오로지 이마에스트리를 이끌고 있다. 3년 전에야 손해 보지 않을 정도가 됐으니 10년 동안 자비(自費)를 쏟아부으며 달려야 했다. 마이너스 상태일 때도 단원들에게 많지 않지만 꼬박꼬박 출연료를 지급했다. 서울시립대 겸임교수인 양재무 감독은 서울예고와 천안 예술의전당에서 강의하는 것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그동안 사무실도 없이 자동차 트렁크에다 악보를 싣고 다녔으나 지난해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서리풀축제에서 1만 명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후 관계자들이 반포 심산아트홀에 사무실을 마련해주었다. 몇 해 전부터 남영나일론, 현대백화점 등 기업에서 티켓 구매를 하면서 전석 매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늘 살얼음판이라고 한다.

공연이 없을 때 양재무 감독은 편곡에 온 힘을 쏟는다. 우리나라의 민요와 가곡을 다양한 음악적 소재로 재창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리아와 성악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한 번 공연할 때마다 20곡 정도 부릅니다. 보통 노래 선율 가운데 한 부분을 전주로 쓰는데 우리는 다른 선율을 전주로 사용합니다. ‘청산에 살리라’는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비목’은 발자국 소리와 군가 ‘전선을 간다’를 전주로 사용하는 식으로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1절은 소리를 쏟아냈다가 2절은 줄이는 식의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의 조화를 이루기도 하죠. 독창자들이 모인 만큼 합창 중간에 독창도 합니다. 단원들이 오페라의 주역이었던 만큼 드라마틱한 구성에 능한 데다 표현력이 뛰어난 것이 강점입니다.”

이마에스트리가 각광받자 3개의 남성 합창단이 연이어 창단되었지만 모두 활동을 접은 상태다. 양재무 감독은 이왕이면 독보적인 단체가 되고 싶다는데 이미 그 꿈은 이루어진 듯하다.

13회 공연을 하는 동안 편곡한 악보가 최고의 재산이라는 양재무 감독은 레퍼토리 개발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부정적인 기운을 몰아내고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공연 때마다 신중하게 곡을 선정한다. 올해 6월 열린 13회 공연에서 에런 코플런드의 ‘보통사람들을 위한 팡파르’와 아리아 ‘친구여 인생은 살 만하지 않은가’를 연주해 관객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희망을 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곡을 계속 연주하는 것이 양재무 감독의 소망이다.
  •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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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쿠다   ( 2018-09-08 ) 찬성 : 3 반대 : 0
제가 오래전 학창 시절 러시아 남성합창단 내한 공연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건만 못 갔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팬텀싱어2를 만나 여러 남성 싱어 음악 들으며 참 기쁘고 즐겁습니다. 그 중에 저가 특히 감동받은 싱어님의 팬이 되어 지금도 공연다니게 되어 참 행복합니다. 그 아티스트님이 양재무 감독님의 제자이십니다. 그 분이 소개해주신 이마에스트리 공연도 관심가지게 되었습니다. 공연 때 꼭 가고 싶습니다.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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