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 클로렌즈 대표

경제학부 대학생, 유기동물 위한 사회적기업 만들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300여 개.
대부분 개인이 관리하는 사설 보호소다.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매해 늘어나는데, 보호소는 운영 관리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로렌즈’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재정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티셔츠나 휴대폰 케이스, 가방 등을 팔아 매출 절반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고 있다.
이를 계획하고 실행한 이는 박찬우 클로렌즈 대표다. 그는 숭실대 경제학부 학생으로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숭실대 인근 서울창업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제공 : 클로렌즈
박찬우 대표의 어릴 적 꿈은 동물보호 운동가였다. 매일 밤 머리맡에 국제 환경보호 단체에서 만든 책 《그린피스》를 두고 잤다. 막연하게 동물보호 관련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외국어고등학교에도 진학했다.

군 제대 후에는 스몰웨딩과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했다. 사업은 잘됐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동물을 위한 사료는 쌓여 있는데 정작 보호소를 운영하는 소장님은 쌀이 없어서 이틀 동안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해요. 식사를 못 해 힘이 없으니 사육장 청소도 못 하고 방치해 둔 상황이었죠.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서 동물복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앞뒤가 맞지 않았어요.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고 클로렌즈를 창업했습니다.”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남도 사용하지 않는다


유기동물 보호소의 재정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당연히 돈이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박 대표는 티셔츠를 포함해 패션 잡화를 만들어 파는 데 집중했다.

“집에 유니세프 옷이 세 벌 있는데 여자 친구를 만날 때는 못 입겠더라고요. 좋은 뜻으로 상품을 만드는 건데 기왕이면 제가 입고 싶은 옷이나 가지고 싶은 걸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클로렌즈는 팬시나 액세서리, 휴대폰 케이스, 패션 아이템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물건 값의 절반은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해 소비가 봉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남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디자인과 품질에 특히 신경쓴다.


초기 사업 자본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다. 지난해 5월에 시작한 첫 펀딩에서는 목표액의 800%를 달성했다. 그 후에 진행한 펀딩도 반응이 좋아 목표액을 웃돌았다.

박 대표는 영리활동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봉사에도 힘썼다. 대표적인 활동이 클로렌즈의 자원봉사단 ‘클로레인저’다. 클로렌즈와 ‘파워레인저’를 결합한 말이다.

“클로레인저는 기존 봉사단과 다른 개념이에요. 흔히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는 사육장을 청소하거나 동물 목욕을 시켜주고 사료를 챙겨주는 육체적인 봉사만 생각해요. 우리는 현장 봉사를 마친 후에 시간을 더 내서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립니다. 유기동물 보호소를 알려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죠.”


클로렌즈에서는 박 대표를 포함해 개발자와 마케터, 디자이너, 봉사 관련 업무 담당자 등 총 6명이 일한다. 클로렌즈의 활동이 알려지며 주문량이 늘었고 동시에 업무량도 증가했다. 사업이 번창할수록 유기동물 보호소에 전달하는 기부금을 더 늘렸다. 소비자에게는 배송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박찬우 대표와 팀원들의 뜻이다.

“유기동물 보호소 지원은 판매 금액의 절반보다 더 많이 낼 때도 많아요. 특정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이 많다보니 ‘얼마가 필요하다’는 식이죠. 부족한 경우는 사비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보호소 관리자에게 아침식사를


최근 박찬우 대표는 ‘브랜드 전환’이라는 길을 택했다. 1년간의 활동으로 내부 역량을 다진 만큼 방향성은 유지하면서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효과적인 방식의 기부와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고살 수 있도록 돈을 벌어야 해요. 제 꿈은 동물보호 운동가예요. 저는 꿈을 이루는 과정이기에 행복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그들이 저처럼 여기에 모든 걸 쏟길 원하지 않아요. 클로렌즈에서 일했다는 걸 커리어로 남겨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오픈하려고 합니다. 회사 이미지를 바꾸는 거죠. 그동안 동물보호를 향한 감성적이고 가슴 울리는 이야기를 내세웠다면, 이제는 제품의 질에 더 신경 쓰려고 해요.”


기부금 전달 방식도 바꿨다. 기존 방식이 유기동물 보호소만을 위한 집중적 기부였다면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로 확장했다. 또 사설 보호소 관리자에게 매일 아침 식사를 보내주는 ‘먼슬리 빌’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가 하면 유기동물 입양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수혈용 헌혈을 공급하는 ‘공혈견’ 반대 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국내외 동물의 권리를 위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클로렌즈는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의 이름에서 따온 사명이다.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뜻의 ‘애완동물’이 아닌 인생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을 쓰자고 처음 주장한 오스트리아 학자다. 로렌츠가 동물을 향해 보여주었던 온정을 박찬우 대표가 클로렌즈의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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