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

비건은 문화다

글 : 장미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비건타이거는 말 그대로 비건(vegan·채식주의) 재료로 만든 패션 브랜드다.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소재를 철저히 배제한다. 비건타이거의 양윤아 대표는 비건을 소재로 한 축제 ‘비건페스티벌’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올해로 5회째. 1만 명이 찾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5월의 마지막 토요일, 불광역 일대가 들썩였다. 삼삼오오 모인 외국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인다. 음악 소리가 들리고 여기저기에서 대화가 넘친다. 비건 재료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부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비건페스티벌 현장이다.

“비건 문화를 알리고 싶어 축제를 기획하게 됐어요. 친구 두 명과 소소하게 시작했는데 올해는 1만 명이 찾아주셨습니다. 페스티벌이 너무 커져 일과 병행하기 힘들 정도네요(웃음).”

축제를 기획한 양윤아(36) 비건타이거 대표는 바쁘다. 페스티벌은 무사히 끝났지만 비건타이거는 쉴 틈이 없다. 비건타이거는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소재를 배제한 비건 패션 브랜드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패션업계 특성상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소재 선정 과정도 한몫한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은 양 대표의 손을 거친다. 비건타이거 사무실이 있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양윤아 대표를 만났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되다

양윤아 대표가 기획한 ‘비건페스티벌’은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양 대표는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도자기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머릿속엔 패션뿐이었다. 국제패션연구원을 거쳐 남성복 패션 브랜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빈티지 리폼 사이트 운영부터 맞춤 슈트 디자인까지 5년간 패션업 이모저모를 엿보았다. 이직률이 높은 패션업 특성 탓도 있지만, 과감한 양 대표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도전하는 스타일이에요. 처음 이직을 할 땐 그동안 시간 낭비한 게 아닐까 후회하긴 했죠. 그래도 지나고 보니 거기서 배운 것들이 있어요. 여러 경험이 모여 이렇게 비건 패션을 할 수 있게 된 듯합니다.”

다음으로 선택한 건 패션이 아닌 동물보호단체였다. 비건타이거 창업 전 양 대표는 동물보호단체 케어에서 학대 고발 담당자로 일했다. 새로운 직업으로 그를 이끈 건 우연히 키우게 된 고양이 한 마리다. 반려묘 앙꼬는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놓았다. 길 위에 있는 모든 고양이가 앙꼬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동물 보호에 눈을 떴다. 양 대표는 자신의 삶을 바꿔 놓은 앙꼬를 ‘세상을 바꾼 고양이’라 부른다.

“핍박받는 소수자들도 많지만 사람이라면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학대받는 동물들은 그냥 케이지에서 태어나서 케이지에서 죽어요. 아무 소리 내지 못하고. 동물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동물보호단체 일을 하게 됐어요.”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한 3년은 양 대표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인간이 윤택한 삶을 영위하게 된 배경에는 수많은 고통받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눈에 띈 건 패션 때문에 학대받는 동물들이었다.

“요즘은 대량생산 방식으로 실크를 만들어요. 고치를 짓기도 전에 끓는 물에 누에를 담가 실크를 빠르게 얻는 거죠. 1g 실크를 만들기 위해 15마리의 누에가 죽습니다. 대체할 소재가 없다면 모를까, 대체 섬유가 많은데도 우리가 누에를 죽여가며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고민했어요.”

캠페인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비건 패션을 실천하려면 취향을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대체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한 제품은 다양성이 부족했다. 비건을 알리는 활동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체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양 대표는 말한다.

“동물성 소재에 대한 수요는 쉽게 끊이지 않을 거예요. 윤리, 환경보호 의식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관심사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기에 대체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을 유도하는 거죠.”

패션업계에서 5년, 동물보호단체에서 3년. 그 8년의 세월이 모여 비건타이거가 탄생했다.


중요한 건 메시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마냥 즐거울 순 없다. 실크프리 소재로 된 비건타이거의 첫 제품인 실크프리 로브(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느슨한 가운)를 내놓기까지 양 대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재 선정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두 혼자 했어요. 재봉틀도 없어서 공용 공간에 있는 걸 가져다 한 벌 한 벌 만들었습니다. 첫 시즌에는 그렇게 손으로 40벌 정도 제작했어요.”

비건 패션의 핵심은 소재다.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으려면 더 많이 발품 팔고 꼼꼼히 들여다봐야만 한다. 양 대표 역시 원단 시장에서 준비를 시작했다. 성분 분석표를 하나하나 살피고 원단 테스트를 기관에 따로 의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성 소재 혼용 사실을 발견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울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 가져왔는데 테스트 과정에서 발견돼 환불 처리한 경험이 있어요.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큰 난관이죠. 시즌에 바로바로 옷을 내야 하는데 기간이 길어지면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까.”

아이템 선정도 중요하다. 티셔츠, 치마, 액세서리 등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하지만, 선택에 있어 우선순위는 ‘메시지’다. 양 대표는 “비건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항상 염두에 둔다”고 말한다. 모피, 가죽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체재로 선택할 수 있는 인조 모피, 인조가죽을 활용한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이유다.

“사실 환경이나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비건 패션을 강조하지 않아도 알아서 정보를 찾고 신경을 써요. 저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도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품종 생산을 하다 보니 자금난에 부닥칠 때도 있다. 항상 재고를 안고 있기에 브랜드 유지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타이거는 조금씩 성장 중이다. 양 대표의 신념 덕분이다. 비건 패션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다.

“비건타이거를 창업하면서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페스코 베지테리언(육식은 하지 않지만 해산물과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이었거든요. 패션으로 인해 학대받는 동물들을 생각하자고 하면서 식습관은 왜 바꾸지 못할까, 스스로 반성했어요. 제가 실천하면서 메시지를 전할 때 진정성이 커지리라 생각하며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비건이 됐습니다.”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누군들 못할까’라는 생각에서 이 모든 게 시작됐다. 양 대표는 육식주의자였던 자신이 비건타이거 대표가 된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어느새 3년 차 창업가가 된 양 대표에겐 더 큰 꿈이 있다.

“비건을 즐기는 문화가 하나의 옵션처럼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좋겠습니다. 패션뿐만 아니라 화장품, 잡화까지 비건에 관련된 모든 상품을 아우르는 비건 라이프스타일 숍을 열고 싶어요.”
  •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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