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책갈피 ①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당신의 사랑에게 묻습니다

글 : 최인아 

우리는 책을 왜 읽는 걸까? 여러 미덕 중에 나는 ‘질문’에 주목한다.

“책은 질문한다. 나는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는 먼저 저자에게 질문이 있었을 것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때로는 일생에 걸쳐 질문을 품고 천착한 끝에 저자는 마침내 어떤 생각에 도달한다. 그 생각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그러므로 책을 잘 읽는 방법의 하나는 저자가 그 책에서 던지는 질문을 찾아내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 질문을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생각은 저자의 생각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 만약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그제라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소중한 것은, 자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렇다니까, 남들도 그렇게 한다니까 별생각 없이 그렇게 살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의문을 품고 생각하지는 않으므로 삶은 그냥 흘러간다. 이럴 때 질문을 품게 되면 멈추어 생각해 보게 되고 그런 끝에 뭔가를 알아차리게 되면 이전과 달라진다. 다른 인생을 열어주는 열쇠가 책에 있는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소설이 있다. 작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투영된 자전적인 소설이다. 소설은 위녕이라는 열여덟 살 딸아이의 시선으로 쓰여 있는데, 부모가 이혼한 후 아빠와 살던 위녕이 엄마에게로 가 보내는 여섯 계절의 이야기이다. 엄마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위녕은 상처가 많지만 상처에 지지 않고 부단히 자신의 인생을 모색한다. 그러곤 고3 겨울, 지방에 있는 대학에 지원해 집을 떠난다. 중요한 것은 위녕이 집과 가족을 떠나 혼자가 되지만 이번엔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 그녀를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가 뒤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가겠다는 딸의 결정에 엄마 또한 마음 아파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인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이가 자신의 길을 가도록 놓아주는 것임을 깨달았으므로.

소설 속 위녕의 엄마는 공지영 작가처럼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소설가로 나온다. 사랑해서 결혼했으나 결국엔 다 헤어진. 작가는 거의 자기 이야기로 읽힐 이 소설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 어떤 질문이 있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사랑과 결혼은 개별자이던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그런데 그 ‘하나 됨’이 자주 우리를 억압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회적 동물인 동시에 개별자인 우리는 함께 사는 만큼이나 따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웬일인지 사랑하는 관계가 되면 ‘따로’가 잘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뭐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은 애정이 식었다는 뜻으로 전달되곤 한다. 부모 역시 사랑하는 아이가 꽃길만을 걷기 바라므로 자주 아이의 인생에 발을 들여놓는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 질문을 던진다. 사랑할수록 따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사랑할수록 그들의 길을 가도록 놓아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작가가 자신의 특별한 인생 경험에서 품게 된 질문일 거라 짐작해 본다.

이제 당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차례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 당신은 사랑에 치이지 않고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사랑에게도 그렇게 하고 있는가? 사랑이란 그저 연애 놀이가 아니어서 제대로 사랑하는 일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는 일과 많은 부분이 겹쳐 있다.

끝으로 제안을 하나 해볼까 한다. 올여름 휴가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는 대신 혼자 보내면 어떻겠냐는. 당신 자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따로 지내는 시간을 허용해 보자는 제안이고 사랑할수록 방목하자는 제안이다. 사랑에 인생이 치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휴가를 마칠 때쯤 그리움이 커져 있는 것은 덤이다.

글쓴이 최인아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대표로, ‘책방마님’으로 불립니다.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최근엔 ‘혼자의 서재’를 열어 ‘혼자력’과 ‘사색력’을 모색하고 전파합니다.
  • 2018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