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

생물, 인공지능이 넘보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글 : 이근미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깊은 산속, 녹음이 우거진 숲속 연구소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유리창 너머에서는 이화여대 석사 출신 연구원이 애벌레에게 밥을 주고, 서울대학교 석사 출신 30대와 고려대학교 출신 20대 남성이 면접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30분은 나가야 커피숍이 보이는 산골로 청년들이 찾아오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이하 홀로세)는 모든 게 신기한 곳이다. 개울이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산속에 위치한 세계 유일의 애벌레 연구소는 눈만 돌리면 애벌레들이 식물을 갉아 먹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은 자신을 분류생태학자라고 소개했다. 22년 전, 신문사 문화기획부에 근무하면서 생태계 탐사를 많이 다녔던 그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주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자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 새골로 들어왔다. 둔내IC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다.

“곤충을 키우려면 기본적으로 식물군이 다양해야 하는데 여기가 딱 이었습니다. 앞으로 그 누구도 이 산골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만큼 외진 곳이어서 선택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새골에도 3년 전부터 하나둘 집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20여 채로 늘었고 외길 포장도로까지 생겼다.

붉은점모시나비
“길이 생기니 차가 늘어났고, 가로등까지 들어섰어요. 야행성 동물들이 불빛에 이끌려 죽으면서 벌써 많은 곤충이 사라졌고 계곡이 오염돼 물속 생물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곤충 좀 없어지는 게 대수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 소장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우리가 먹고사는 게 다 열매입니다. 동물은 짝짓기를 하여 종족을 보존하지만 식물은 곤충이 수분(受粉)을 해줘야 열매를 맺어요. 벌, 나비, 나방, 파리 같은 곤충이 날아다니면서 암술에 수술의 화분을 묻혀주는 거죠. 곤충이 없으면 인간의 먹거리도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애호랑나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3만 5000여 종의 곤충과 전 세계 170만 종의 곤충 가운데 해충은 모기나 파리 정도다. 3억 500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온 곤충은 1만 5000년 전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어요. 하나가 잘못되면 풍선처럼 눌려서 튀어나와요. 한 부분이 잘못되면 그 영향을 어디에선가 받게 됩니다. 곤충은 먹이사슬에서 종 수와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주춧돌에 해당합니다. 곤충이 사라지면 새, 도마뱀, 박쥐 등 포식자들도 무너져 먹이사슬이 깨집니다.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곤충의 성분도 잃게 됩니다.”


1개 신종 7개 미기록종 발견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수명이 길어지고, 귀농 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이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이제 깊은 산속이 존재하지 않아요. 산꼭대기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잖아요. 사람들을 피해 동물들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만 더는 살 데가 없어요. 그래서 민가에 멧돼지가 출몰하는 겁니다. 그게 다 우리 책임이죠.”

해결 방법은 인위적으로라도 보존지역을 늘리고 최대한 절약하며 사는 것이다. 홀로세의 건물들은 지붕이 이중 구조여서 한겨울과 한여름에도 난로나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애기뿔소똥구리
“산업용 전기료가 너무 싸요. 한겨울에 반소매 입고, 여름에 냉방병 걸리는 세상입니다. 전기료를 올리고 누진세 적용을 제대로 해야죠. 기업들은 전기료를 부담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우리는 소박하게 살면서 절약해야 합니다.”

이강운 소장은 1997년 연구소를 개설하고 4만여 평(13만 2231㎡)의 땅에 곤충 서식화 작업을 시작했다. 애벌레실험실, 소똥구리실험실, 물장군실험실, 곤충박물관 건립 등 일이 끊이지 않는다. 2007년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에서 농학박사학위를 받은 이 소장은 201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1개의 신종(홀로세큰날개뿔나방)과 7개의 미기록종 곤충을 발견해 외국 학회에 보고하여 공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더 많은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걸 밝히는 일은 국부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2010년에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잖아요. 생물자원을 활용하여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생물을 자국이 보유하지 못한 상태면 로열티를 많이 내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신종과 미기록종을 계속 찾아내야죠.”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전경
지금으로서는 국립공원, 유네스코 보존지역, 서식지 외 보전기관 등을 더 많이 늘려 생태계를 보전하는 수밖에 없다.

이강운 소장은 2008년 신문에 ‘독도와 주변 해역의 생태계 정밀조사를 통해 생물주권을 확보하여 일본의 논쟁을 압박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이 칼럼을 본 방송사에서 취재를 왔고, 환경부 주관의 독도 생물조사로 이어져 독도 학명이 붙은 생물을 확보하게 되었다.


애벌레 이용 신약 개발 중


최근 애벌레가 신약 재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내뿜지만 애벌레는 미생물이나 효소를 분비하여 유유히 먹어치운다.

“그간 식물을 연구하여 신약을 만들었는데 애벌레에서 분비되는 미생물이나 효소로 신약 개발을 하는 방법이 옳습니다. 신약 개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연구 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기관과 협의 중인데 국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일입니다.”


이 소장은 그간 애벌레를 기르고 관찰하면서 애벌레의 생활사를 기록한 《캐터필러》 1,2권을 출간했다. 각 권에 150종의 애벌레를 담은 세계 최대 애벌레 책으로 10권까지 출간할 예정이다. 많은 외국 학자와 관계자가 홀로세를 방문하고 있으며 그간 찍은 애벌레 사진을 찾는 기관도 많아졌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은 모두 8명이며 앞으로 계속 늘릴 예정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 세상을 사는 청년들에게 이 소장은 생물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은 법칙이 없어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인공지능도 생물은 추정할 수가 없어요. 좋은 직장도 대부분 50세면 그만두어야 하지만 생물을 연구하면 언제까지든 일할 수 있어요. 농약 안 쓰고 배나 수박을 길러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일도 좋잖아요. 농촌에 들어오면 정부지원책이 굉장히 많아요. 기초과학과 생물을 다루면 평생 재미있게 일할 수 있어요. 22년간 일을 순서대로 해본 적 없어요. 매일 매일이 다르니 얼마나 좋아요.”


생물학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생명공학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은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의 유전자를 없애는 연구를 하는 중이다.

이강운 소장은 연구소 운영기금 마련을 위해 강의와 집필을 열심히 하고 있다. 4만여 평의 생태연구소를 운영하고 후학을 길러내는 그의 뜻을 지지하여 한 달에 1만 원씩 후원하는 이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중이다. 나라에서 훈장을 받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환경상을 받은 이강운 소장은 “생물과 매일 신선하게 사는 게 최고의 상”이라고 말했다.
  •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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