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백패커’ 대표

나만의 물건을 갖고 싶다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온라인 수공예 장터 ‘아이디어스’는 20~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고도로 산업화된 요즘, 사람들은 왜 다시 핸드메이드에 열광할까?
“아무리 비싼 브랜드라도 대량생산한 제품은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가지고 있잖아요? ‘나만의 물건을 갖고 싶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공예디자인을 전공한 두 여자가 레진공예로 액세서리를 만듭니다. 100% 수작업이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들입니다. 안개꽃과 미스티블루가 들어가는 꽃팔찌도 있어요.”

“오랫동안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고, 옛 그림의 매력에 빠져 민화를 배웠습니다. 원초적인 색감의 옛 그림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스마트폰 케이스에 민화를 그려 넣었습니다.”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덜 달고 합성 착향료가 들어가지 않는 사탕을 찾다 자일로스 설탕과 바닐라빈을 넣어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강정 맛을 그리워하다 제가 만들어보았습니다. 설탕 대신 조청과 물엿을 황금 비율로 넣어 부드럽고 말랑하면서 바삭한 강정입니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인 ‘아이디어스’에 올라 있는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으면 독특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진짜 장터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2014년 말에 문을 연 이 온라인 장터는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앱 다운로드 355만 건을 넘어섰고, 2017년 거래액은 280억 원, 올해 들어 2월 한 달 거래액만 36억 원을 기록했다. 참여 작가 수도 계속 늘어나 현재 3700여 명이 입점해 있고, 한 달에 1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작가도 등장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디어스에 입점하기가 쉽지 않다. 독창성, 상품성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해서 신청자 10명 중 8~9명은 거절당한다고 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지 않는, 직접 손으로 만든 물건만 입점할 수 있다.


재구매율 75% 이상


산업화로 인한 대량생산에 반발하면서 수공예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려 했던 19세기 영국의 화가이자 작가인 윌리엄 모리스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고도로 산업화한 요즘, 사람들은 왜 다시 핸드메이드에 열광할까? 아이디어스는 20~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아이디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백패커’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 대표는 “아무리 비싼 브랜드라도 대량생산한 제품은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가지고 있잖아요? ‘나만의 물건을 가지고 싶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반응이 좋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재구매율이 75% 이상으로, 한번 경험한 고객이 계속 다시 찾으면서 거래액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에게 언제부터 이런 온라인 장터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도자기를 전공한 사촌 동생과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함께 했어요. 동생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생활식기도 만들었고, 역 앞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함께 팔았습니다. 매년 2만여 명씩 배출되는 공예 전공자 중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IT기술을 활용해서 이들에게 활로를 열어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여성도 새롭게 일을 시작하도록 기회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김동환 대표는 직장생활 5년 만에 자본금 100만 원을 들고 창업에 나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2년, 스타트업에서 3년 근무하면서 기획과 마케팅, 사업개발, 일본지사장 등 두루 경험했습니다. 일하면서 배운 게 많았고 공도 인정받았지만, ‘내가 가진 철학과 비전을 펼치려면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키워 매각하려던 창업자의 생각과 달리 저는 뭐가 되든 끝까지 해보고 싶었거든요. 성공시킬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호흡이 맞는 친구들에게 ‘내 에너지를 몽땅 쏟아 사업을 해보겠다. 나를 따라 나오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무도 따라 나오는 사람이 없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이을 거라고 했죠.”

개발자인 김동철 씨와 디자이너 이재군 씨가 그를 따라 나왔고, 2012년 11월 백패커를 설립했다. 이후 백패커는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2013년과 2014년, 39개의 앱을 출시하면서 우리나라 앱스토어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로 꼽혔고, 숙면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 ‘굿슬립’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올해를 빛낸 최고작’에 올랐다. 2014년 아이디어스를 출시하자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에서 으뜸앱으로 선정되었다. ‘너무 어려움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창업할 때부터 핸드메이드 제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서비스를 생각했지만 당장 시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 서비스를 성공시키려면 오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일단 밥은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야 하겠다는 요량으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개발했습니다. 창업 후 처음 한 달 동안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악몽을 꾸어 ‘이러다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가진 돈이라고는 100만 원밖에 없는데 당장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으니까요. 아이디어스를 출시한 후 다행히 뜻 맞는 투자자들을 만났지만, 지금도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계속 투자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거액에 매각하라는 제의도 몇 번 받았지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배낭 하나 메고 세계를 누비는 배낭여행자처럼

개발자 김동철씨(왼쪽), 디자이너 이재군씨와 포즈를 취한 김동환 대표.
회사 이름을 왜 ‘백패커(배낭여행자)’로 정했느냐고 묻자 그는 “배낭 하나만 메고 전 세계를 누비는 배낭여행자처럼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개척해나가는 정신을 갖자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창업 초기에 김동환 대표와 김동철, 이재군 씨 세 사람은 정말 배낭여행자처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일했다. 석 달 동안 베트남,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4개국의 20개 도시를 돌면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낯선 장소에 있을 때 뇌가 활성화되면서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종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어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디어스도 핸드메이드 작가와 소비자 사이 소통을 중시한다.

“홍대 앞이나 인사동 등에서 수공예품을 파는 벼룩시장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수공예 작가와 소비자 사이 일회적인 만남으로 끝나기 쉬웠습니다. 저희는 구매자가 작가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애플리케이션에 작가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메시지 기능을 첨가하고, 작가가 작품뿐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도 공개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작품을 구매할 때 작가에게 소액을 후원하거나 캔 커피(1000원), 아메리카노(3000원), 영화(1만 원), 밥 한 끼(5000원)를 후원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는데, 의외로 후원자가 많아요.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일반 온라인 구매자와 달리 기꺼이 정가보다 더 주겠다는 소비자가 생겨나 인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김동환 대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멉니다”라고 말한다. 국내시장이 자리를 잡으면 해외로도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공예 역사가 있는 데다 훌륭한 장인도 많습니다. K팝, K뷰티뿐 아니라 공예에서도 한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훗날에는 핸드메이드 작가를 키우는 교육기관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아이디어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고등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합니다. 아이디어스를 통해 어떤 분은 꿈을 이어나가고, 어떤 분은 새로운 꿈을 찾았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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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안티비슈   ( 2018-06-16 ) 찬성 : 6 반대 : 9
아이디어스 통해 물건 샀는데
 판매자가 아이디어스 수수료 얘기하며
 직접 구매를 유도하는 식의 카톡을 보내던데
 판매자들이 이러는 것 때문에 골치 아프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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