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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는 왜 비누 회사를 차렸을까?

발달장애인과 노숙인에게 일거리 주는 회사 ‘디엘레멘트’

한국 방송에서 활약하면서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 씨를 조금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다. 서울숲길에 자리 잡은 천연비누 회사 ‘디엘레멘트’에서다. 디엘레멘트는 그가 피부과 전문의, 사회적기업 전문가, 디자이너 등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회사이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함께 개설한 EMBA 과정에 다니면서 피부과 전문의 김병철 씨를 만났고,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우리 둘 다 ‘돈보다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좇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김병철 씨는 ‘마케팅보다는 성분에 집중해 좋은 제품을 만들면서 올바른 피부 관리법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환경보호재단에서 일하던 도혜진 씨와 사회적기업 전문가인 도현명 씨도 뜻을 같이하면서 함께 창업 준비를 했습니다.”

제일 어린 20대 도혜진 씨가 대표를 맡고 있지만, 네 명이 수시로 모여 회의하면서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도혜진 씨는 미국에서 회화와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후 한국에 돌아와 문구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환경보호재단에서 활동해왔다.

평소 피부와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고, ‘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한다. 디엘레멘트의 제품 디자인과 포장 디자인도 도혜진 대표가 직접 맡았다. 브랜드 이름은 좋은 성분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엘레멘트(element)로 정했다. 피부과 의사 김병철 씨는 잘못된 세안으로 피부 보호막을 망가뜨린 후 피부과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껴왔다고 한다.

뽀드득한 느낌이 나도록 이중삼중 세안하는 습관은 피부를 망치는 일이라고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노폐물만 부드럽게 씻어내면서 피부보호막은 유지할 수 있는 비누를 첫 제품으로 내놓았다. 인공 계면활성제나 보존제, 인공 향이나 색소 등은 일절 쓰지 않는 대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보습효과가 뛰어난 트러플 오일이나 마카다미아씨 오일 등을 넣어 제조한 비누다. 성분뿐 아니라 제조 방법도 달라 40~45도에서 1000시간 동안 저온 숙성해 만든다. 그 과정에서 불순물은 제거되지만 천연성분의 효능은 유지돼 피부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주는 비누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디엘레멘트는 제품을 제조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소셜벤처 ‘동구밭’에 비누 제조를 맡기고, 노숙인을 고용하는 소셜벤처 ‘두손컴퍼니’에 물류 서비스를 맡겨 제품이 잘 팔릴수록 발달장애인과 노숙인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했다. 도혜진 대표는 “제작 기간이 긴 디엘레멘트 비누의 특성상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는 발달장애인이 더 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알베르토 비누’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잘 팔리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알베르토 몬디 씨는 “사회적기업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인다.


이탈리아 토박이

알베르토 몬디 씨(오른쪽)와 도혜진 대표.
알베르토 몬디 씨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나고 자란 이탈리아 토박이다. ‘베네치아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에요’라고 말할 때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만난 한국 여성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한국에 오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돈도 없고 한국어도 못하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하나 부딪혀나갔다. 한국에서 취업하고, 우연히 방송에 출연했다 인기 방송인이 되고, 이제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모국어인 이탈리아어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한국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인터뷰하는 내내 한국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보면서 ‘한국어를 정말 잘한다’고 감탄했더니 ‘10년 넘게 살았으니 더 잘해야지요’라고 대답한다. 모델같이 훤칠한 모습은 영락없이 서양인이지만 겸양지덕이 몸에 밴 깍듯한 태도를 보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베네치아 대학 동아시아문화학과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공하면서 논어와 맹자, 노자, 손자 등 중국 고전을 두루 읽었다고 한다.

“2003년,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중국보다 일본에 관심이 높았어요. 대부분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하려고 했지요. 그래서 저는 남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중국문화를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기회가 생기자 다른 학생들은 모두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가려고 했지만 그는 덜 알려진 항구도시 다롄으로 갔다.

2007년 대학을 졸업했을 때 그는 이탈리아의 한 기업에 취업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향했다. 헝가리, 우크라이나를 거쳐 모스크바에 간 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다시 배를 타고 속초까지 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낭만적이라고 감탄했더니 ‘스물세 살 때라서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면서 겸연쩍어한다. 이후 그는 아예 한국에 눌러앉았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일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강원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결혼도 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다음에는 맥주 회사와 자동차 회사에 다녔다.

일도 열정적으로 했다. 이탈리아 맥주 페로니가 한국에서 출시될 때 마케팅을 맡았던 그는 “음식이나 파티와 연계해서 이벤트를 여는 일부터 안내판 만드는 일까지 모두 제 손으로 했죠”라고 말한다. 3년 후 자동차 회사로 옮긴 다음에도 일에 파묻혀 지냈다.

“자동차 딜러들을 관리하느라 지방 출장도 잦고 거의 매일 야근을 했습니다.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면서 힘든 만큼 보람도 느꼈죠. 술 한잔하면서 친해지면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어 술자리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와인을 주로 마시기 때문에 취하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알차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일하던 2014년, 주한 외국인들의 토론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 출연해달라는 섭외를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진지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설득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진지하면서 반듯하고 겸손한 그를 좋아했다. 점점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인기도 높아졌다. 2016년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나왔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방송 녹화를 하다 보니 아내 얼굴 보기도 어려워져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요즘은 출퇴근하지 않는 대신 방송일과 각종 사회활동, 사업 등을 병행하느라 활동 폭이 더 넓어졌다. 어릴 적 축구선수로 뛰었던 경험을 살려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칼럼을 쓰고, 지난해에는 단행본 《이탈리아의 사생활》을 펴내면서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노숙자 보호시설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를 찾아가 무료 급식 일을 돕거나 가출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1순위는 언제나 아내와 아들, 가족이다. 아내에 대해서는 “욕심이 별로 없어요. 잘 먹고 잘 쉬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시하는 이탈리아인을 닮았어요”라고 말한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중한지를 잘 아는 부부 같다.
  •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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