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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배우, 나이트클럽 DJ, 교수

배우 박재훈의 변화무쌍한 인생

몇 년 전 SBS 〈스타 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한 박재훈 씨가 “집에서 살림 살고 있다”고 할 때 의아한 표정을 지은 이가 많았다. 엄청난 인기를 누린 배우가 주부 역할을 한다는 점과 아내가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다는 점까지, 두루두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자기야〉 출연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그가 46세의 나이에 ‘열공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모델예술학부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정보경영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재훈 씨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카페 엔로제에서 만났다. 187cm 키와 긴 머리가 학구적인 분위기보다 연예인 냄새(?)를 물씬 풍겼다.

대학 시절 농구 선수였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단역이어서 기억할 만한 작품이 딱히 없다. 1994년 공전의 히트를 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4회 동안 특별 출연했던 그는 요즘 아이돌 못지않은 환호를 받았다. 이어서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와 함께한 KBS 드라마 〈느낌〉과 KBS 70부작 〈딸 부잣집〉까지 연이어 큰 히트를 치면서 그의 연기생활은 탄탄대로에 들어선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가 성북동에서 목욕탕을 오래 운영하셨어요. 친구분이 빌라 지어 돈을 많이 버는 걸 보시고 상계동에다 이탈리아 대리석을 넣은 비싼 빌라 두 동을 지었는데 IMF가 터진 거죠. 분양이 안 되어 부도가 났고, 그 보증을 선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 출신 아내

매니지먼트 계약이 불리하게 되어 일을 열심히 해봐야 아버지가 진 빚도 못 갚고, 생활도 할 수 없게 되자 연기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선택한 것이 나이트클럽 DJ였고 2007년 결혼할 때까지 10여 년 동안 계속했다. 그 기간,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대리운전도 하고 매니지먼트 기간이 끝난 이후 간간이 들어오는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첫 작품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가 어떤 정신으로 그 기간을 견뎌냈는지 궁금했다.

“어려워졌을 땐 사람들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많이 만나야 합니다. 사람들이 ‘왜 연기 안 하고 이 일 하세요?’ 하고 묻는 건 나한테 관심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좋게 생각했어요. 큰 역할을 하다가 어떻게 단역을 맡을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주시면 고맙지, 좋은 역할이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연예인이라고 숨고 자신을 질책하다 보면 더 힘들어져요. 빚쟁이한테 멱살을 잡혀보고 그래서인지 넉살이 생긴 것도 있어요.”

그는 마음이 힘들 때면 연예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지 특별할 게 없잖아요. DJ로 일할 때 저한테 병을 던진 사람도 있지만 술 먹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어요. 창피한 걸 숨긴 적이 없고, 늘 마음을 좋게 먹으려고 애썼어요.”

아내 박혜영 씨를 소개해준 사람은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심권호다. 머리를 뒤로 묶은 예쁜 여성이 들어설 때 체조선수인 줄 알았다고 한다.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던 박혜영 씨는 2001년에 은퇴하고 주얼리 사업을 하는 중이다.

“장모님이 제가 일하는 클럽에 와 보시고는 ‘저 정도로 열심히 살면 됐다’고 하셨대요. 그런데 정작 결혼하고 나서 일을 계속할 수 없었어요. 저를 보러 오는 손님들도 있었는데 결혼을 하니 인기가 떨어진 거죠. 자연스레 제가 살림을 맡게 된 겁니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 매일 대청소를 할 정도로 깔끔하게 집안일을 해냈다. 드라마에 출연하려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찮아서 거의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잘 아는 형이 운영하는 이 카페로 바람을 쐬러 왔어요. 아무 생각 없이 계곡물을 보고 있는데 ‘내가 일을 할 때는 연예인이지만 일을 안 할 때는 무직이고 전직일 뿐이다. 배우도 자기 경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다. 그걸 계발해야겠다. 나에 대한 창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출신인 그는 2015년에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에 입학했다.

“석사를 마친 후 굳이 박사까지 가야 하나 고민했죠. 돈도 많이 드는 데다 기한 안에 학위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어 고민이 됐으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학자금 대출받아서 등록금 내고 있어요.”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정보경영학과에 들어가 현재 두 학기째 공부하고 있는데 6학기 졸업과 동시에 논문 통과를 목표로 매진하는 중이다.

“이번 학기에 논문 주제를 확실히 정하려고 해요. ‘연기자의 노동에 대한 분석이 창업에 미치는 영향’ 이런 정도로 정해질 것 같아요. 3학기 때 확정되면 설문조사를 시작하고 외국 논문 40편, 한국 논문 150편을 읽어야 해요.”


목표가 있어 행복하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강의하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대학원에 가서 대부분의 시간을 박사과정 동료들과 함께 보내며 논문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머리를 기른 이유도 논문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석사과정을 시작할 때부터 기른 머리예요. 제가 명함을 내밀면 ‘교수님 되셨네요’ 하면서 호의를 보이고,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부르는 데가 많아졌어요. 이러다가 공부 못 하겠다는 걱정에 박사학위 받을 때까지 머리를 기르기로 한 거죠. 머리가 길면 역할에 제한이 있거든요. 상당히 괜찮은 역할을 제안하면서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하신 분도 있는데 정말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부터 소위 ‘갑’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 전에는 왜 나를 안 뽑아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분들이 어떤 사람을 찾는지 알고부터 그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역할이 주어졌을 때 시작하는 게 아니라 미리미리 만능이 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유명 회사에 들어가 매니저가 물어오는 일만 받을 생각 하지 말고 자신을 스스로 계발해 꼭 필요한 인물이 돼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유명 회사만 바라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게 좀 아쉽죠.”

공부를 하고 넓게 보기 시작하면서 그는 학생들이나 후배들의 재능과 진로에 관한 코멘트를 많이 하게 되었다. 장차 이 일이 사업과 연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사람의 플랜을 짜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 빨리 일어나서 학교 가고 싶어요. 자다가 깨면 ‘내가 박사 공부를 한단 말이야?’ 이러면서 웃을 정도로 공부하는 게 좋아요.”

주말이면 카페 엔로제에 나와 손님들에게 드립 커피를 만들어주며 대화하는 게 유일한 휴식이다. 대화를 설문조사로 연결할 정도인 그는 철저하게 박사학위 사이클로 살고 있다. 그는 ‘선택하고 싶은 사람’으로 자신을 계발하면서 정확한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달리고 있다.
  •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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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MJ   ( 2017-12-03 ) 찬성 : 0 반대 : 0
‘자기야’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됐었는데 그 후기를 이렇게 알게 되니 기쁘네요. 궁금했어요 어떻게 되는지... 좋은 가정과 행복한 날들로만 가득하길 바래요. 절대 늦은건 없다는걸 보여주시는것 같아 제 마음도 불타오름니다. 힘을 얻고 가네요! 꼭 꿈꾸시는 목표 달성하시길 응원할께요! 저고 꿈을 밟는 과정에 있는데 저도 화팅 해주세요!
   스누피   ( 2017-12-03 ) 찬성 : 3 반대 : 3
박재훈 좋아했었는데...적지않은 나이에 새로운도전...본받을만하네요 대단대단!! 멋진교수님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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