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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농사지은 홉으로 진짜 ‘한국 수제 맥주’를 만들다

‘뱅크크릭브루어리’ 홍성태 대표

최근 수제 맥주 시장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맛의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진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들은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충북 제천의 ‘솔티맥주’도 그중 하나다. 솔티맥주를 만드는 홍성태 대표는 맥주의 주원료인 홉을 직접 재배한다.
‘솔티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인 ‘뱅크크릭브루어리’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에 있다. 이 마을의 옛 지명은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의 ‘솔티’, 홍성태 대표는 마을 이름을 따 맥주 브랜드를 만들었다.

15가구가 모여 살며 고추 농사를 주로 짓던 솔티마을 주민들은 이제 고추 대신 홉을 심는다. 지난해 1322㎡(400평) 남짓한 땅에 시범재배한 데 이어 올해는 마을 주민들로 작목반을 구성, 본격적으로 홉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9월 수확을 앞둔 지금 마을 곳곳에는 코코넛 줄을 타고 자라는 홉 덩굴이 한창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중이다. 홉은 수확철이 다가오면 하루 평균 50cm씩 자란다고 한다. 최대 11m까지도 자라지만 보통 5~6m 정도 길이에서 수확한다.

“친환경 재배방식이라 제초제도 쓰지 않고, 지지대도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홉이 타고 올라가는 줄도 코코넛 껍질로 만든 걸 쓰고요. 원래 우리나라에서도 강원도 지역에서 홉을 재배했다고 해요. 1960년대부터 20여 년간 홉이 생산됐는데, 1990년대 들어와 맥주회사들이 가격이 싼 외국산 홉을 쓰게 되면서 수입이 개시된 지 1년 만에 홉 농가가 전멸했다고 합니다. 지금 국내 맥주 제조에 쓰는 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저는 홉 농사를 복원하는 것이 수제 맥주를 만드는 일만큼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유럽 양조장은 대부분 자신의 홉 농장을 보유하고 있어요. 저도 우리 홉으로 만든 진짜 ‘한국 수제 맥주’를 만들고 싶었어요.”

농장에서 맥주 재료가 될 식물들을 돌보는 홍 대표.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맥주의 주원료는 보리이고 홉은 부재료다. 보리를 로스팅해 물속에서 싹을 틔운 몰트(맥아)로 만든 것이 맥주이고, 이것을 증류시키면 몰트위스키가 된다. 몰트의 당분과 구수한 보리 향, 여기에 홉의 쓴맛과 특유의 산미가 어우러져 맥주의 맛을 만든다. 홉의 산미에는 감귤·포도·망고 등 여러 향이 있어 어떤 홉을 쓰느냐에 따라 맥주 향이 결정된다. 외국에서는 새로운 향의 홉을 만들기 위해 계속 종자를 개량 중이라고 한다. 그가 제천에서 재배하고 있는 홉도 12종에 이른다.

“농사 경험이 없다 보니 마을 주민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저는 술 만드는 것보다 홉 농사가 더 어려웠습니다(웃음). 홉을 들여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키우는 것도 힘들었어요. 영국의 홉 농가랑 계속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재배방법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한국 토양에 맞는 접점을 찾아 나갔죠. 다행히 마을 주민들이 평생 논밭을 일구신 분들이라 홉 재배는 처음인데도 금방 익숙해지시더라고요. 새로운 작물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요. 앞으로 홉 농사가 잘돼 마을 주민들에게도 경제적인 도움이 되고, 솔티마을이 한국의 대표적인 ‘홉 마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맛과 향이 뛰어난 ‘벨기에식’ 맥주 생산

맥주 주조 시설.
IT 전문가였던 그는 수명이 짧은 IT 업종 특성상 일찌감치 은퇴를 결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5년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때가 2010년, 당시 그의 나이 마흔다섯이었다.

“남은 삶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수제 맥주였죠. 일이나 여행으로 세계 각지를 다닐 때, 그 나라 맥주를 맛보는 게 큰 즐거움 중 하나였거든요. 특히 외국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규모 양조장들이 많아서 그만큼 맥주의 종류도 다양해요. 우리나라도 곧 그런 수제 맥주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관련 책도 많이 읽고, 미국, 슬로베니아, 벨기에 등을 다니며 맥주 양조기술을 배웠어요. 마침 2014년 주세법이 바뀌면서 수제 맥주를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양조장을 만들었습니다. 시설을 갖추고 원하는 맛을 얻기까지 양조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꼬박 2년간 맥주 연구에 매달렸어요.”

지난해 출시돼 11월부터 일반 판매를 시작한 솔티맥주는 현재 서울, 부산, 경기, 광주, 전북 전주, 충북 제천 등지의 몇몇 펍(Pub)에서만 맛볼 수 있다. 반응이 좋아 주문이 폭주하면서 요즘은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 대표가 만드는 수제 맥주 ‘솔티’.
그는 “주문량을 맞추려면 지금보다 최소 3배는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탱크 용량이 한정돼 있고, 발효와 숙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산품처럼 쉽게 늘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벨기에 방식으로 만드는 솔티맥주는 벨기에 유명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호가든’과 비슷한 맛이 난다. 알코올 도수 7.5도인 솔티브라운은 은은한 초콜릿 향과 커피 향이 나고, 6.5도인 솔티블론드는 오렌지 향 같은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벨기에 맥주는 발효와 숙성 방법이 달라 일반 맥주와 맛과 향이 다르다”며 “벨기에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술은 발효를 몇 번 하느냐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로 나눕니다. 삼양주, 오양주도 있어요. 발효 횟수가 많아지면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고 맛도 부드러워지고 무엇보다 풍미가 좋아집니다. 벨기에 맥주는 대부분 두 번 발효시킨 이양주입니다. 오랜 시간 몇 단계의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보통 6~7주 정도 걸려요. 그만큼 맛있습니다.”

맥주 사업에 뛰어든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국내 유일의, 국산 홉으로 만드는 수제 맥주’로 우리나라 수제 맥주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홍성태 대표. “국내 수제 맥주 양조장이 지난해 기준 110개인데,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고, 나아가 ‘세계 100대 맥주’에 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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