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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행복하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책 낸 박혜정 씨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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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자연을 품으면서도 변화무쌍한 날씨로 독특한 경치를 그리는 나라 아이슬란드.
유엔은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3위로 아이슬란드를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평화롭고, 가장 성 평등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공동체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의 행복 비결은 뭘까? 책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를 펴낸 박혜정 씨를 만나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들었다.

사진제공 : 윤미미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가듯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옮겨와 2년을 흘려보냈어요. 그러던 중 YMCA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아이슬란드를 만났죠. 당시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였습니다. 한겨울에 도착했는데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동떨어진 나라에 있는 기분, 그것이 아이슬란드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박혜정 씨는 서울대 수의학과 재학 시절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YMCA와 연이 닿아 아이슬란드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친구들이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독일의 베를린으로 떠날 때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아이슬란드를 선택했다. 워낙 많은 학생이 지원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지만 근 20년을 아이슬란드에 머무르는 것을 보면 운명이라 부를 법도 하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비행기 표를 사고, 부모에게 빌린 생활자금 100만 원으로 1997년 겨울, 호기심 많은 스물셋 여대생이 미지의 나라에 첫발을 디뎠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첫 6개월은 북부의 작은 마을에 살았다. 인구가 1100명이 전부이고, 신호등과 버스조차 없는 마을에서 그는 결연 가족의 도움으로 양 도축 일을 하며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외국인의 경우 현지 고용주가 발행하는 노동허가증만 받을 수 있는데, 저는 결연 가족의 도움으로 현지 노동허가증을 받아 아무 곳에서나 일할 수 있었어요. 그 덕에 유치원이나 장애인 시설, 도축장 등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동양에서 온 특별한 아이


시골 마을에서 지내던 그는 심심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가면 드로잉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은 6개월은 도시를 옮겨 지냈다. 남들보다 언어가 빨랐던 덕에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한국은 제약이 많아요. 미술을 한다고 하면 어려서부터 준비해야 하죠. 아이슬란드는 도전에 있어서 장벽이 없고 입문이 쉽습니다. 국가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고요. 아이슬란드에서도 미대는 다른 전공보다 수업료가 비쌌지만 복지혜택으로 생활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아이슬란드 복지혜택이 현지인과 외국에게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까닭에 유학 생활은 충분히 생활을 즐기면서 지낼 수 있었다. 외국인으로 사는 특수성도 있었다. 그가 농담처럼 하는 말로 ‘특별한 애’가 됐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주근깨 난 얼굴, 뻣뻣한 검은 머리의 동양 여자는 현지인들에게 ‘독특’하고 ‘예쁜’ 존재로 인식됐다. 특이하게 여겨지고 주목받는 것이 마냥 좋았다. 아이슬란드 말을 일찍 배워 현지인들과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친구를 사귀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성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그는 한국보다 아이슬란드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1년이 지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머무르는 것을 택했다. 한국에서의 학업을 마치기 위해 잠시 2년을 다녀온 것 빼고는 쭉 아이슬란드에 머물렀고, 아이슬란드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수학한 후에는 영국 UCL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조각과정을 석사로 마쳤다.

“졸업 이후에 친구들과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운영했어요. 작업실을 만들어 전시도 하고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운영했어요. 지금도 가끔 스스로 질문해요.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삶이 가능했을까?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는 전공에 열정이 없어서였는지, 사람과의 관계를 더 깊게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에서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했던 작업과 전시에 대한 기억이 더 많죠.”


아이슬란드에서 찾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


아이슬란드는 황홀하고 장엄한 자연이 있어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꼽힌다. 나라의 면적은 남한 크기이지만 인구는 고작 35만 명이다. 하지만 그 인구 개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행정 시스템은 공동체라는 지향점에 잘 맞춰져 있다. 아이슬란드가 행복이 우선인 사회적 모델로 손꼽히는 이유다.

“사람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데 친인척 관계인 경우가 많아요. 씨족사회가 아니라 러시아처럼 아빠의 성을 뒤에 붙이죠. 누구누구의 딸과 아들이라는 식으로. 잘 모르는 사람도 알고 보면 사촌인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만큼 좁다고 할까. 한두 사람만 거치면 다 알고, 시내에 나가면 다 아는 사람입니다. 아이슬란드에는 군대가 없어요. 경찰이 순찰을 도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사람 사는 게 평화로워요. 한국은 사회를 제어하기 위해 질서가 중요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사람이 적다 보니 흩어져 있어도 모두 관리가 됩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 사회성이 스스로 세워지는 거죠. 법에 의한 질서보다 스스로 알아서 만들어가는 질서입니다.”

아이슬란드는 9세기 바이킹 후예 일부가 화산섬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다 함께 참여하는 의회 시스템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해왔고,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시스템은 ‘모두가 걱정 없는 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세웠다.

“사회 안전망이 잘 되어 있으니까 학교를 관둬도 직업을 가질 수 있어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대학을 가지 않죠. 주변의 강압이 없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평등하게 여기죠. 네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의 경중이 없다고 할까요.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거죠.”

일하는 사람이 나라를 유지하는 중심이 되어 노동시장은 언제나 안정적이다. 아이들은 자라나 자립하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고, 출산과 육아 지원책이 좋아 출산율 또한 높다. 사회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행복이 뒤따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비가 오고 바람 불고 해가 뜨고. 그런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슬란드인들은 유연하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이 있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편인데 그건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니라, 바꿔 말해 하고 싶은 것을 안다는 말이죠. 주변에서 시키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움직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학업을 병행하던 박혜정 씨에게 아이슬란드가 삶의 일부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연은 척박하고 기후는 변덕스러웠으나 사람들은 유연하게 적응하는 법을 알았다. 지치지 않는 개척정신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정신은 그 나라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이러한 행복을 깨닫는 과정에서 그는 아이슬란드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지금은 아이슬란드통이 되었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한 〈꽃보다 청춘〉의 아이슬란드 편과 KBS1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의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으며 한국과 아이슬란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일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예술이다. 소박하고 친근한 삶이 예술적 감각에도 우러난다.

“문화를 위한 행사가 많아요. 음악회나 콘서트, 전시가 자주 열리죠. 문화적 풀뿌리가 많다고 할까요. 친구끼리, 우리끼리 마음이 맞아서 전시하고 공연하는 그런 행사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명성이 필요한 일들이 아니죠. 남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의 만족감을 높이 친다고 봅니다.”

박혜정 씨의 책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에서는 아이슬란드인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소통하는 사진이 풍부하다. 동네에 어김없이 자리한 온천 수영장, 릴낚시, 빙하와 숲이 숨 쉬는 국립공원이 인상적이다. 아담한 숲속 전원주택, 인테리어가 사색적인 독신녀 아파트, 미술관, 서점, 레코드 가게 등 아이슬란드다운 삶과 음악, 예술에 대한 느낌을 접할 수 있다. 부록에서는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 캠핑 코스, 여행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가볼 만한 곳들이 실렸다.

“책을 쓰는 데 1년이 걸렸어요. 겉에서 보이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문화와 그 안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여행가이드는 많지만, 문화와 정신, 공동체성을 알려주는 책은 드물거든요. 쓰고 보니 이 모든 것의 공통 교집합이 행복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그 시점에서 아이슬란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식과 반대되는 생활상에 매력을 느꼈어요. 한국은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도 아이슬란드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림을 그려서 진보할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가 아이슬란드에서 찾은 ‘행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진정한 행복이란 사랑하고 사랑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기 일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 아닐까요. 행복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했다가 불안해하기도 하고 들쑥날쑥한 거죠. 스스로 균형을 잡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무시하며 살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주변의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요.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엄청난 행복은 아니어도 순간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생긴 대로 살아도 된다는 거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생긴 대로 살아도 괜찮다. 다 함께 잘 살자. 다 잘될 거야.’ 아이슬란드의 정신을 굳이 꼽자면 이래요. 한국 사람들은 자기 생긴 대로 못 살잖아요. 튀는 것도 꺼리고요. 스스로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저는 대체로 만족하고 삽니다.”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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