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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시간제로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하는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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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악어’는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할 부모와 아르바이트할 곳이 필요한 대학생을 연결해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마다 내놓은 공약 중 하나가 저출산 대책이었다. 급속한 고령화를 부르는 출산율 감소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요인으로까지 꼽히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자신이 없어 출산을 미루는 젊은 층이 많은 요즘, 공적 영역에서든 사적 영역에서든 일하는 부모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많아져야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째깍악어’는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할 부모와 아르바이트할 곳이 필요한 대학생을 연결해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였던 그가 선택한 사업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를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면 하루 종일 돌봐줄 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는 오후 4시부터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까지만 봐주면 되지요. 하지만 그 시간만 맡아줄 분을 찾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휴학 중이거나 오후 수업이 없는 대학생이 아이들을 돌보면 서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 명함에는 ‘강지민의 엄마 김희정’이라는 글씨가 단정하고 귀엽게 쓰여 있다. 딸이 써줬다고 한다.

“저희 직원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입니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끼는 엄마들이 모여 엄마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명함도 아이들에게 써달라고 했어요.”

김희정 대표는 20년간 화장품, 패션, 유아식 관련 업체에서 일한 마케팅 전문가이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그 역시 일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전쟁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야근도 출장도 많은 직업이라 어려웠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해외 출장이 잡히면 가까이 사시는 시어머니와 1시간 30분 거리에 계신 친정어머니, 도우미분까지 총동원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재우면서도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빨래도 돌려야 하고’라며 머릿속으로는 산더미 같은 일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 자신이 싫었죠. 또 직장에서는 아이엄마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선례를 만드는 게 후배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후배들이 많으니까요. 선배들이 ‘살 만하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후배들도 자신 있게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같은 어려움을 겪는 지인, 후배들과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자. 그런 회사가 결코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탐색하다 자신들이 잘 아는 분야인 데다 꼭 필요하기도 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키즈폰 하나 쥐여주고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아이가 친구와 놀다 학원 셔틀버스를 놓쳤다고, 지금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겠다고 전화하면 모골이 송연하죠. 어떤 후배는 어린이집 사진 속에서 자기 딸만 한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알림장에 한복을 입혀 보내라고 쓰여 있었지만, 계속 야근이라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였죠. 아픈 아이를 돌볼 겨를이 없어 ‘누가 우리 아이를 병원에 좀 데려가줬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고요.”

1년 육아휴직을 하면서 사업 구상을 했던 김희정 대표는 2016년 8월 회사를 퇴직하고 째깍악어를 시작했다. 째깍악어는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악어로, 시계를 삼켜 뱃속에서 째깍째깍 소리가 들린다. 아이를 괴롭히는 후크 선장이 가장 무서워한다면서 딸인 지민이가 이름을 지어줬다. 째깍악어는 2016년 8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후 내용을 다듬어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되고, 소셜벤처 투자사인 HGI의 투자도 받았다. 꼼꼼하고 깐깐한 엄마들이 만든 회사답게 째깍악어의 선생님이 되는 과정은 까다롭다.

“째깍악어 선생님이 되려면 신원보증뿐 아니라 저희가 인재개발·교육 전문기업과 함께 만든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어린이를 돌보는 데 필요한 역량이 얼마나 있는지 분석하는 검사지요. 이후 면접과 교육을 거쳐 째깍악어 선생님이 됩니다.


째깍악어 선생님이 되는 길

서비스를 신청하는 부모들은 ‘따뜻한 마음과 상냥한 태도를 지닌 선생님’ ‘에너지가 넘치는 활발한 선생님’ ‘리더십 있는 선생님’ ‘차분히 기다려주는 선생님’ 등 각 선생님의 특징을 보면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요인보다 아이와 선생님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원래 6개 항목으로 분석했는데, 10개 항목으로 늘리면서 인·적성 검사뿐 아니라 자기소개, 면접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만 3세 이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또는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데리고 오고, 놀아주거나 간식을 챙겨주고, 그리기나 만들기, 종이접기, 과학실험, 농구, 줄넘기 등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숙제를 봐줄 수도 있다. 이용비용은 시간당 1만 4000원으로 한 번에 두 시간 이상 신청해야 한다. 1회 돌봄 서비스와 정기적인 돌봄 서비스 모두 가능하다.

“아이들이 대학생 언니나 형을 좋아해요. 째깍악어를 빨리 만나고 싶다면서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예쁜 옷을 입고 기다리는 아이도 있어요. 원래는 초등학생까지를 서비스 대상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중고생이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그들을 위한 멘토링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대학에 데리고 가서 전공 설명을 해주고, 비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사춘기 고민 상담도 해줍니다.”

그는 “아이를 맡기는 부모뿐 아니라 대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째깍악어 선생님들의 최저 시급은 1만원으로 평점이 높아질수록 시급이 올라간다. 한 달 반마다 한 번씩 ‘째깍학교’를 열어 사회 선배가 무료로 멘토링도 해준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이 진로 문제예요.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째깍악어 선생님들과 만나게 합니다. 이제까지 삼성전자 디지털마케팅 담당자, 구글의 개발자, 패션회사 MD, 광고회사 AE, 화장품회사 연구원 등이 멘토링을 해줬습니다. 밀착 멘토링을 위해 한 번에 20명씩 참여 인원을 제한합니다. ‘광고회사는 정말 야근이 많아요?’같이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선배들이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신입사원 때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부모가정과 장애인가정 등 사회취약계층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30% 할인 혜택도 있다.

“저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하는 일입니다. 째깍악어 선생님들에게도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일할 때는 시급을 30% 깎아줄 생각이 있느냐?’고 묻고, 그러겠다는 선생님들에게는 봉사악어 배지를 줬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봉사악어를 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이렇게라도 봉사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하지요.”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일’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아이가 있는 직원들은 보통 재택근무를 합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 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적으로 일하고, 저녁 7시 이후에는 되도록 업무 관련 연락을 하지 말자고 했지요. 그런데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인지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너무 많이 하더라고요. 조직이 커질 때를 대비해 틀을 만들어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무법인과 함께 사규를 다듬고 있지요.”

그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신제품을 출시해 전국적으로 유통시키고 시장 1등으로 만드는 게 마케팅 전문가로서 이제까지 제가 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를 돌보는 서비스인 만큼 급하게 성장하기보다 본질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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