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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분석, 연출을 기획하고 그려내는 고객 맞춤 예술가

직업의 세계 / 메이크업 아티스트

덮는 게 아니다. 의외로 깎아낼 뿐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화장은 단점을 가리기 위한 화장이 아니다. 각각 다른 얼굴들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예술이다.
그야말로, 얼굴이라는 원석을 세공하는 미(美)의 세공사다.

사진 : 이사배 제공
흔히들 메이크업은 낮은 코, 생기 없는 볼 같은 ‘흉’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화장으로 흉을 가리긴 하지만, 메이크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연출하는 것이다. 특히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메이크업은 예술로 승화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제각각 다른 얼굴들을 분석하여 어떻게 연출할지 기획하고 그것을 직접 그려내는 고객 맞춤 예술가다.

메이크업의 분야는 크게 화장과 분장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이 화장만 메이크업이라고 생각하고, 분장은 메이크업인 줄 모른다. 좀 더 세세하게 분류하면, 미용 목적인 뷰티 메이크업부터 전문적인 방송이나 연극 무대를 위한 메이크업, 영화 소품이나 특수 인물을 만들어내는 특수분장, 보디페인팅과 같은 예술 목적의 메이크업 등이 있다. 즉 메이크업은 개인의 미용에서 전문성을 띠는 작업이나 예술작품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과정은 다양하다. 우선 실업계 고등학교의 미용과나 전문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방법이 있다. 사설 미용학원,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나 화장품 관련 업체에서 개설하는 뷰티 아카데미에서도 메이크업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무 경험이다. 전문 과정을 수료한 후에 방송국, 메이크업 숍 등의 현장에서 실무 경력을 쌓아야 한다. 현장에서 쌓는 기술과 경험, 능력, 인적 네트워크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성장 가능성을 넓혀준다.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개인 뷰티 메이크업을 하는 숍이다. 숍 중에서는 개인이 개업한 곳이나 프랜차이즈 숍이 있다. 그 외에 방송국 소속의 분장실, 연예인 및 소속사의 전속 아티스트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티스트도 많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절대 쉬운 직업이 아니다. 섬세한 손끝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술적 소양이 기본적으로 따라줘야 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말하길, 재능이 없다면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각 개인의 얼굴과 성향을 분석할 수 있는 분석력이 필요하다.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를 살필 수 있는 통찰력도 필요하다. 강한 체력과 인내심, 성실성도 필요한데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씨는 “’이건 내 작품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메이크업은 기술이기보다 예술에 가깝다. 심지어 매번 ‘캔버스’가 달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예민하고 섬세한 직업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손끝’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는 현재 뷰티 크리에이터로 가장 핫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유튜브 구독자가 80만 명인 인기 스타가 됐다. 대표적인 뷰티 프로그램인 온스타일(OnStyle)의 ‘겟 잇 뷰티 2017’에서 맹활약 중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학창 시절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무엇보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미술을 오히려 배우고 싶었다. 아버지는 서예가였는데, 많은 예술가 부모들이 그러하듯 아버지는 미술을 업으로 삼는 일에 반대했다. 하지만 손이 근질거리는 건 어쩔 수 없어서 교실에서 연습장에 줄곧 뭔가를 그려대곤 했다. 손재주가 있었던 편이라 친구들 화장도 종종 재미로 ‘그려주고는’ 했다. 교내에서 화장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과자, 음료수 같은 짭짤한 조공(?)이 들어왔다. 야금야금 간식 얻어먹는 재미로 친구들 화장을 도맡아 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기가 다가왔을 때도 미술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접게 되었는데, 그때 절친한 친구가 ‘사배는 메이크업이 딱인 것 같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무미건조하게 반응했다. 친구는 끈덕지게 메이크업을 추천했고, 급기야 부모님께 직접 찾아가 ‘사배는 메이크업을 해야 된다’며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어떻게 설득된 건지 어머니도 메이크업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은근히 기대를 하시기 시작했다. 그때는 과자 한 봉지 얻어먹으려고 시작한 것을 업으로 삼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광주 MBC아카데미 뷰티스쿨’에서 메이크업 수업을 들었다. ‘와 이게 내 길이다!’ 하는 건 전혀 없었고, 큰 목표 없이 물 흘러가듯 수강했다. 그런데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남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빨랐고, 미술을 꿈꿨던 만큼 감이 있었다. 잘하다 보니 재미가 붙고, 재미가 있다 보니 탄력이 붙었다. 심지어 몇 달 만에 아카데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강사 및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다. 단기간에 현장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학원과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거나 지역방송, 지역 CF, 공연, 뮤지컬의 백스테이지로 불려 다니며 일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일감이 계속해서 늘었다.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메이크업을 배우기도 했는데, 현장에서의 실무 경험이 오히려 성장하는 데 더 큰 밑거름이 되었다.


그렇다고 그 끝이 창대할까?

이사배가 연출한 다양한 스타일의 메이크업.
메이크업의 길로 발을 들여놓은 지 3년이 다 되어가던 23살, 꿈을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 몇 백만 원 남짓한 월세 보증금과 광주에서 일하며 얻은 자신감을 종잣돈 삼아 호기롭게 서울로 입성했다. 지금 하라면 다시는 못할 무모한 행동이었다. 목표는 MBC 미술센터 분장팀이었다. 아무 연고도 없고, 수입도 일정치 않았는데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MBC만을 바라며 일단 올라왔다.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얼마 후 열망하던 MBC미술센터에 당당히 입사하게 되었다. 연예인 메이크업팀과 특수분장팀에서 일을 했는데,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하고 생각할 만큼 쉽지 않았다. 뷰티 메이크업 일은 근무시간이 촬영 시간에 맞춰 짜여 있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았다. 특수분장팀은 드라마에서 쓰이는 소품을 제작하다 보면 야근은 예삿일이었고 게다가 중노동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껏 메이크업 일을 하면서 가장 즐겁게,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하던 때가 이때였다. 뷰티 메이크업보다 특수분장일이 적성에 맞았다. 시체 더미(dummy)를 만들거나 포크 꽂힌 엉덩이상을 제작하거나 또 어떤 때는 큰 괴물을 만들 때도 있었다.

정말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인데, 완성한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내 자식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특수분장 일을 하던 도중 투명한 전시물을 만드는 유독성의 약품을 만지다 실수로 팔에 쏟아버렸다. 그 이후로 피부병이 생겨 분장에 필요한 강한 독성의 제품들을 만질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분장 일에서 손을 뗐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MBC에서 퇴사한 후 청담동의 라끌로에라는 숍에서 자리잡고 뷰티 메이크업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에 서툴렀던지, 숍 내의 조직문화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근무 시간 역시 메이크업 일이라 일정치 못했다. 결국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지쳐만 갔다. 버티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며 계속 일했지만, 직급이 실장으로 올라가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손끝이 창대해야 끝이 창대하다

이사배가 연출한 다양한 스타일의 메이크업.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었을 때, 처음 메이크업에 발을 들여 놓던 때처럼 의외의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고객으로 만나 친한 언니가 된, 인터넷 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바 제시카’의 권유로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방송을 하는 것에 관심도 없었고 기계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서 얼마간 고민을 했지만,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새롭게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숍의 일을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기계라면 겁부터 먹고 보는지라 방송사고가 나기 일쑤였지만, 여차여차하게 방송을 지속했다. 이유 없는 비방이나 욕설에 힘들기도 했지만 하면 할수록 좋아해주는 분들이 생기고 방송의 질도 높아지면서 재미가 생겼다. 시청자가 차근차근 늘었고 ‘소녀시대 태연 커버 메이크업’ 같은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이 기사화될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그 능력을 실시간으로 인정받는 즐거운 일이었다. 최근에는 온스타일(OnStyle)의 ‘겟 잇 뷰티’라는 뷰티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올해로 방송 2년 차에 들어서는데, 스케줄은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하다. 낮에는 낮대로 스케줄이 있고, 저녁부터는 방송을, 새벽녘에는 도구 정리를 하고 영상편집을 한다. 집 밖으로 놀러 다니는 일이 없어질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단적으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80만 명이 넘었는데, 밖에 나가질 않으니 그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정말 가끔 외출할 때 팬분들이 알아봐주시면 덩달아 깜짝 놀라게 된다.

경력이 10년 차에 접어들고 인터넷 방송으로 다시 메이크업을 사랑하게 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본인의 ‘손끝’이구나 하는 점이다. 사회성, 체력, 성실성 등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손’이 중요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손끝 때문이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손끝 때문이다. 사고와 시련을 넘어서 방송을 통해 다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 근본적인 이유 역시 바로 내 손끝의 ‘재능’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자신의 ‘재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 고객의 얼굴에서 건져 올릴 아름다움을 파악할 때도,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연출할지를 결정할 때도, 마지막으로 생각한 대로 표현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손끝의 예술적 재능’이다. 재능은 노력하면 분명히 생긴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간다는 게 벅찬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메이크업은 장미를 꺾는 일

메이크업은 분명히 장미처럼 매혹적인 직업이다. 방송국에 드나들며 유명 연예인과 일상을 함께하고, 빛나는 조명이 달린 거울 앞에서 화려한 색조를 마음껏 다루는 아름다움을 위한 직업이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른 만큼 무한한 예술이다. 어떤 얼굴을 만나느냐,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느냐,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표현이 무한하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엔 자신의 재능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 유독성 제품들과의 싸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트렌드에 대한 압박,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뾰족한 가시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그 가시들을 움켜쥘 수 있어야 한다. 움켜쥘 때 덮치는 손끝의 고통을 이겨낼 때 비로소 장미를 꺾을 수 있다. 장미를 꺾을 때야말로 당당하게 ‘내 작품이다’라고 말하며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당당하게 ‘이건 내 작품이다’라고 말할 때의 희열을 느끼길 바랍니다.”
  •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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