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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의 젠더 사이언스

여자를 유혹하는 남자의 눈물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는 정글에서 늑대 및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자란 늑대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모글리는 불현듯 자신이 죽어가는 게 아닐까 의심한다. 너무 슬픈 나머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단짝 흑표범 바기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생, 아니야. 그건 인간들만이 흘리는 눈물이라는 거야. 이제 정말 알겠어. 네가 그저 인간의 아이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많은 학자는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언어를 비롯해 도구의 사용, 놀이문화, 타인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알아내는 능력인 마음이론 등이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으로 꼽혔다.

하지만 동물들도 매우 정교한 의사소통 수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도구나 놀이문화, 마음이론 역시 유사한 형태의 것들이 동물에게서 발견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물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은, 인간만의 것이 하나 있다. 〈정글북〉에서 흑표범 바기라가 말한 ‘눈물’이 바로 그것이다.

눈물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기초분비의 눈물’이다. 우리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아주 조금씩 지속적으로 흘리는 이 눈물은 눈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며 안구 건조를 막는다. 둘째는 양파를 까거나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반응성의 눈물’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쁘거나 슬플 때 또는 엄청난 감동을 받았을 때 부교감신경의 활동으로 분비하는 ‘감정의 눈물’이 있다.

동물들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기초분비의 눈물’과 ‘반응성의 눈물’을 흘린다. 또한 드물기는 하지만 고통에 의해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감정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감정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이 유일

인간은 눈물로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슬픔과 기쁨은 물론 분노를 눈물로 표출한다. 음악이나 문학, 그림 등을 감상하며 눈물로 자신의 미학적 경험을 나타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큰 성취를 이루었을 때 힘든 시절의 역경을 눈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눈물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많이 흘린다. 독일 안과협회에 따르면, 남자들은 1년에 평균 6~17회 눈물을 흘리는 반면 여자는 30~64회 운다. 한 번 우는 시간을 비교해 봐도 남성은 평균 2분인 데 비해, 여성은 6분으로 훨씬 더 길게 운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여자의 눈물과 남자의 눈물은 매우 다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여성들에게 슬픈 영화를 보여주며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시험관에 모으게 했다. 그리고 젊은 남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에는 여성들이 흘린 눈물을 적신 거즈를, 다른 그룹에는 식염수를 적신 거즈를 코 밑에 부착시킨 것. 그리고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얼마나 성적 매력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물론 실험에 참가한 남성들에게는 어떤 게 눈물이고 식염수인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 결과 진짜 눈물을 접한 그룹의 남성들은 식염수 냄새를 맡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서 성적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사진을 보는 동안 심장박동 및 호흡에 있어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도 줄어들었다. 그에 비해 식염수 냄새를 맡은 그룹의 남성들은 남성호르몬 등의 변화가 없었다.

즉, 여자의 눈물 냄새가 남자의 성적 충동과 공격성을 억제시킨 것이다.

실제로 암컷 두더지는 자신의 눈물을 얼굴에 발라 다른 수컷들의 공격성을 저하시키는 습성이 있다. 눈물 속의 특정 성분이 수컷들에게 화학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위의 연구 결과는 슬픔을 느낄 때 여자들이 흘리는 눈물 속에도 남성의 공격성을 저하시키는 화학성분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중세 때 유럽에서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이 양파에 적신 손수건을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있었다. 과부가 된 슬픔을 가벼이 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같은 풍습에는 다른 남성들의 성적 충동과 접근을 막기 위한 계산도 숨어 있었던 셈이다.

물론 양파에 의한 ‘반응성의 눈물’과 슬플 때 흘리는 ‘감정의 눈물’은 화학적 성분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성분이 남자들의 성적 충동을 막으며, 또한 그 성분을 인간이 후각으로만 감지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의 눈물은 남성의 공격성 누그러뜨려


한편, 남자의 눈물은 이와 정반대로 여자들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 도쿄대학 연구진은 수컷 쥐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생성되는 눈물에 암컷 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눈물을 흘린 수컷 쥐가 있는 우리에는 암컷 쥐가 평소보다 훨씬 더 자주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밀은 바로 수컷 생쥐의 눈물 속에 들어 있는 ‘ESP1’이라는 페로몬에 숨어 있었다. 암컷 쥐는 콧속의 서비골 수용체로 이 페로몬을 감지해 무의식적으로 성적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암컷 쥐는 콧대가 매우 높아 수컷 쥐에게 짝짓기를 허락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페로몬에 노출되면 그 비율이 50%로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사람에게는 이 페로몬을 만드는 유전자가 결핍돼 있다. 또한 동물과 달리 페로몬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특별한 수용체가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자의 눈물이 여성에게 미치는 효과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여자의 눈물이 지니는 효과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눈물을 흘리는 상황과 이유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면 위의 연구 결과들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독일 안과협회 조사에 따르면, 여자는 무력감을 느끼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남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깊이 공감해줄 때 많이 운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한 심리학자가 37개국의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여성은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낄 때나 화가 날 때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 눈물을 자주 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는 승리와 성공, 성취 등 긍정적인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는 경향을 보였다.

자, 그럼 이 상황을 위의 연구 결과들에 대비시켜 보자.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흘리는 여성의 눈물은 남성의 공격성과 성적 충동을 누그러뜨려 더 이상 그 상황을 악화되지 않게끔 해준다. 그에 비해 남자들은 극적인 성공이나 성취를 이루었을 때 눈물을 흘린다. 어떤 여자가 그 모습을 보고 섹시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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