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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의 젠더 사이언스 - 남성의 바람기, 미리 알 수 있을까

남자의 타고난 바람기는 남녀의 본질적인 차이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남자는 한 번의 사정으로 3000만~7억 5000만 개의 정자를 배출한다. 반면 여자는 한 달에 하나의 난자만 배출할 뿐이다. 그러니 남녀의 섹스는 애초부터 추구하는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량의 정자를 수시로 배출할 수 있는 남자들은 섹스 전략 역시 다량 수시 분산법을 취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 유리하다.

일러스트 : 셔터스톡
여대생들은 섹스보다 음식에 대한 생각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남자의 바람기를 꼬집을 때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남자들은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딴생각을 한다니까!” 그럼 과연 남자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밥 생각을 많이 할까, 아니면 딴생각(?)을 더 많이 할까?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테리 피셔 교수는 실제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남녀 대학생 28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음식에 대한 생각, 다른 그룹에게는 섹스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각각 그 횟수를 기록 장치에 입력하게 한 것.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여자 대학생들은 섹스보다 음식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그러나 남자 대학생들은 달랐다. 하루 동안 음식 생각은 평균 18차례 한 반면, 섹스 생각은 19차례 한 것이다. 즉, 젊은 남성의 경우 근소하게나마 식욕보다는 성욕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럼 자연 상태에서의 수컷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어차피 인류는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해결했으니 섹스에 좀 더 치우치는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예쁜꼬마선충을 대상으로 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이 생물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선충류이다. 신경계의 연구에 특히 유용하여 암수 간의 기본적인 행동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동물의 성(性)은 인간과 약간 차이가 있다. 인간과 똑같이 두 가지 성을 가지지만, 하나는 수컷이고 다른 하나는 자웅동체이다. 암수의 성을 동시에 지닌 자웅동체는 스스로 번식할 수 있다. 그러나 수컷과도 교미할 수 있으므로 예쁜꼬마선충의 자웅동체는 ‘변형된 암컷’으로 간주된다.

연구진은 이 동물을 먹이와 배우자가 있는 배양접시 안에 넣은 다음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자웅동체(암컷)는 수컷보다 먹이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컷의 경우 100%가 먹이는 제쳐 두고 배우자에게로 기어갔다. 젊은 남성보다 훨씬 딴생각에 관심이 많은 셈이다.

남자의 타고난 바람기는 남녀의 본질적인 차이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남자는 한 번의 사정으로 3000만~7억 5000만 개의 정자를 배출한다. 반면, 여자는 한 달에 하나의 난자만 배출할 뿐이다. 그러니 남녀의 섹스는 애초부터 추구하는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량의 정자를 수시로 배출할 수 있는 남자들은 섹스 전략 역시 다량 수시 분산법을 취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생리적으로 그 같은 전략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섹스의 최종적인 목적이 달성될 경우 10개월 동안의 임신과 육아까지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여자들은 믿음직한 남자 한 명을 선택해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암컷들이 수컷보다 훨씬 더 바람을 많이 피우는 동물이 있다. 일부 쥐여우원숭이의 경우 암컷들은 임신 가능 기간이 되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하는 것. 섹스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쥐여우원숭이 암컷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슬픈 이유가 숨어 있다. 수컷에 의한 ‘유아 살해’를 막기 위한 행동인 것이다. 유아살해는 보통 한 마리 또는 적은 수의 수컷이 지배하는 그룹의 동물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늙은 수컷을 물리치고 무리의 새 두목이 된 젊은 수컷들이 이전의 수컷이 낳은 새끼를 죽임으로써 암컷이 다시 성적으로 받아들이게 해 자신의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서다. 수컷에 의한 유아 살해는 사자와 고릴라 등 많은 포유류 종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특히 차크마개코원숭이 등 일부 생물종의 경우 유아 살해가 유아 사망률의 주요 원인이 된다.

쥐여우원숭이 암컷은 짧은 시간에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함으로써 이 같은 유아 살해를 막는 전략을 취한다. 암컷이 난잡해지면 정자 경쟁이 매우 격화되어 그 어떤 수컷도 자신의 부친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부친의 망상’에 빠지게 되는 것. 이때 수컷은 자신의 새끼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에 유아 살해를 멈출 수밖에 없다.


평생 순정을 지키는 동물들


이와 반대로 자연계의 수컷 중에서도 평생 순정을 지키며 오직 단 하나의 암컷만을 사랑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초원들쥐가 그 주인공. 초원들쥐의 수컷들은 첫 짝짓기 상대와 평생 짝짓기를 할 뿐 아니라 일단 짝을 만난 이후에는 다른 암컷이 접근할 경우 공격까지 하는 매우 특이한 행동을 보인다. 때문에 초원들쥐는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와 내분비학자들의 관심을 오랫동안 끌어왔다.

동물학자들은 동물 세계의 일부일처 습관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일정 기간 한 짝과 짝짓기를 하는 ‘성적’ 일부일처제와 암수가 짝짓기를 한 뒤 새끼를 공동으로 양육하지만 바람도 피우는 ‘사회적’ 일부일처제, 그리고 한 암컷이 평생 한 수컷만의 새끼를 낳는 ‘유전적’ 일부일처제가 그것이다.

사실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동물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은 성적 일부일처제이거나 사회적 일부일처제에 해당한다. 그런데 동물 가운데 희귀하게도 평생 순정을 지키며 유전적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종이 바로 초원들쥐다.

초원들쥐들이 이처럼 특이한 행동을 하는 원인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 때문이다. 사랑의 묘약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은 상대에 대한 신뢰감을 증대시키며, 바소프레신 역시 이성 관계에 대한 의무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초원들쥐 수컷은 사촌 격인 목초지들쥐 수컷보다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유전적으로 다를뿐더러 뇌에서 분비되는 바소프레신의 양도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소프레신이 적은 목초지들쥐 수컷들은 평생 순정을 지키는 초원들쥐와는 전혀 달리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바람둥이로 유명하다.

인간도 바소프레신 관련 유전자에 따라 바람둥이가 되거나 아니면 순정을 지키는 남편이 되는지가 판가름 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웨덴 연구진이 아내 또는 애인과 5년 이상 관계를 유지해온 남성 쌍둥이 2000여 쌍을 조사한 결과, 바소프레신의 흡수를 조절하는 변이 유전자를 2개 가진 남성의 경우 아내나 애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비율이 2배나 높게 나타난 것. 즉, 유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거의 동일하게 성장한 쌍둥이들조차 바소프레신을 잘 분비하지 못할 경우 순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사실 이 연구 결과만을 놓고 보면, 유전자 파악을 통해 개인의 바람기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미 연인과 헤어진 남성을 포함해 연구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한 연구가 더 진척된다면 앞으로 예비 신부가 예비 신랑에게 바람둥이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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