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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들에게 입힐 속옷을 만듭니다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속옷 브랜드 온리원스 기혜진 대표

“ONLY ONCE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속옷 디자이너로 10년 활동한 디자이너님의 속옷 회사입니다.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돕는 디자이너 기혜진님의 사무실입니다. NAVER에 ‘온리원스’라고 검색하세요. 방문하실 때는 노크하세요. 인터넷 주소: www.o-onlyonce.com”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속옷 브랜드 ‘온리원스’의 서울 잠원동 사무실 문에는 기혜진 대표의 둘째 딸이 쓴 메모가 붙어 있었다. 작가가 꿈이라는 초등학생 딸의 글에서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응원하는 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기혜진 대표가 온리원스를 설립한 데는 딸들의 영향이 컸다.


소녀들만의 감성에 맞춘 속옷

“제가 속옷 디자이너지만 사춘기를 맞은 큰딸에게 입힐 속옷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보통 10~14세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몸이 부쩍 달라집니다. 초경을 하기 1년이나 1년 반 전부터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지요. 이 시기부터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속옷을 입어야 체형이 예쁘게 바로잡힙니다. 신축성 좋은 면으로 청소년의 신체 변화에 맞는 단계별 속옷,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볍게 받쳐주는 속옷을 만들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동용이나 성인용과 달리 사춘기 소녀들만의 감성에 맞춘 속옷은 별로 없어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혜진 대표는 2015년 말,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창업을 준비했다.

“아이들 뒷바라지하면서 1년 정도 느긋하게 준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사업계획이 2016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채택되면서 계획이 앞당겨져 2016년 2월에 창업했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여성가족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고요. 그렇다고 느닷없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속옷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도 ‘브랜드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음악을 듣다가도 ‘내 패션쇼에 이 음악이 어울릴까?’ 궁리하면서 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후 디자이너브랜드 홍보팀에 들어가 4년간 매장 디스플레이, 카탈로그 제작, 화보 촬영, 연예인 협찬 등 갖가지 일을 경험했다. 그 후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와 3년 과정의 패션학교 ‘에스모드’에 입학했다.

“만들어진 디자인을 홍보하다 보니 내가 직접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제대로 실무를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에스모드에 들어갔지요. 유행 주기가 짧은 의상 디자인에 비해 속옷 디자인은 긴 호흡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속옷 디자이너는 염색과 패턴 제작까지 직접 하기에 전체 과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혜진 대표는 신축성 좋은 면으로 청소년의 신체 변화에 맞는 속옷,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속옷을 만들고 있다.
그는 에스모드 졸업과 함께 속옷 회사에 입사했다.

“막내 디자이너로 일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데다 임신한 상태였는데 채용이 되어 감사했죠. 그만큼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빨리 일을 배우고 싶어 막내 디자이너가 맡아야 할 보조 작업을 집에서 미리 해갈 정도였죠.”

회사를 옮겨 다니며 10년 넘게 속옷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창업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한다.

“아기 때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음에 엄마 손이 더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사춘기로 접어드는 중학생 큰딸에게도 더 관심을 가져야 했고요. 내 사업을 하면 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면서 딸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최근 방영한 SBS 시트콤 〈초인가족〉에서 딸이 초경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아빠가 어떻게 축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큰딸이 초경을 했을 때 저 역시 뭘 해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초경 선물’ ‘초경 축하’라고 검색했지만, 케이크나 꽃다발을 선물하라는 충고 정도밖에 찾을 수 없었어요. 초경은 ‘내 몸이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구나. 건강한 여성으로 잘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잖아요? 외국에서는 파티를 하면서 축하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생리를 하면 컨디션이 나빠지고 기분도 우울해집니다. 처음 생리를 하는 아이들은 이런 게 귀찮고 짜증날 수도 있지요. 아이들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생리가 어떤 의미인지 올바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리원스의 상품 중 초경을 맞는 아이들을 위한 ‘초경 축하 매직 케이크’도 인기다. 온리원스 속옷과 생리대에 엄마아빠의 축하카드를 곁들여 케이크 모양으로 예쁘게 장식하는 선물이다. 온리원스는 엄마가 없는 10대 소녀들을 위한 ‘소소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엄마가 있어도 아이들에게 뭘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데, 엄마 없이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은 어떨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역할이 필요한 10대 소녀들을 찾아가 ‘온리원스’ 패키지를 선물하면서 생리가 어떤 의미이고 자신의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속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소소하게 챙겨주는 ‘소소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성문화 단체인 ‘탁틴내일’, 미혼모 협회인 ‘인트리’와 함께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갑니다. 아이들이 소소맘과 함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초경 축하 매직 케이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엄마 없는 아이들을 돕는 디자이너


온리원스의 속옷은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거부감 없이 입을 수 있는 스포츠브라, 2단계는 기능성 노와이어로 디자인한 부직포브라, 3단계는 노와이어 몰드브라, 4단계는 소프트와이어 몰드브라다. 가슴을 보호하면서도 압박하지 않는 입체 패턴이라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온리원스 상품을 구입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재면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천으로 만든 줄자를 선물로 준다. 그는 가슴 아랫부분을 넓게 만들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브라, 생리혈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이중으로 만든 위생팬티를 개발해 디자인특허와 실용신안특허도 받았다.

“사춘기 딸 덕분에 사춘기 소녀들의 신체적 특징과 감성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큰딸이 피팅 모델이자 첫 번째 소비자죠. 등교하는 딸을 붙잡고 새로 만든 속옷을 입어보라고 부탁할 때도 있어요.”

그는 “적극 홍보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하고,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엄마들도 많다”고 말한다. 조기유학 보내는 딸에게 챙겨주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문하는 엄마들도 있다. 주니어 속옷에 대한 시장성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조바심을 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금은 가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해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을 얻었지요. 덕분에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저와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입힌다는 마음으로 좋은 속옷을 만들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온리원스’는 ‘한 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제가 좋아하는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사춘기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올바른 속옷 입기를 통해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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