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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가장 친절한 나라’의 아이들

시리아 어린이 돕는 도보 여행가 김남희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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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중동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였던 시리아. 6년간 벌어진 전쟁이 그 땅의 아이들에게 남긴 흔적은 참혹했다. 유엔아동기금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전쟁으로 사망한 어린이 수는 652명이다. 28만 명의 어린이가 인도적 지원의 길이 완전히 차단된 지역에 살고 있고 구호에 의존해 연명하는 어린이도 600만 명에 달한다. 지난 1월부터 시리아 어린이를 돕는 기금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도보 여행가 김남희(46)씨를 만났다. 그는 스토리펀딩에 매달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6월 25일까지 후원금을 모아 전액을 시리아 어린이 지원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사진제공 : 김남희
길에서 배운 혼자 사는 법과 연대하는 마음

김남희씨는 서른셋에 배낭을 꾸린 뒤 15년째 세상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고 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도보 여행가’다. 여행만큼 시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긴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한 해 평균 한 권씩, 10여 권의 책을 냈다. 그에게 여행과 책은 ‘혼자 살아가는 법과 연대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르쳐준 존재’라고 했다.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된 시리아는 전쟁 이전까지 ‘중동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꼽혔던 곳이에요. 2006년 3주 동안 시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어요. 길을 물으면 망설임 없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던 여자들, 오렌지 한 개를 손바닥 위에 수줍게 건네던 소년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선량한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저는 그동안 모른 척했어요. 지난해 전쟁터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시리아 꼬마 소녀의 트위터를 봤어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시리아 아이들.
그는 자신의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와 함께 스토리펀딩을 통해 지원금을 모으기로 하고 지난 1월 초 첫 글을 올렸다. 후원과 격려의 댓글을 기대했으나 이슬람 국가를 비난하는 내용의 악플이 훨씬 많았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슬람 국가 국민은 테러리스트다’ ‘이들을 도왔다가 나라가 어떻게 될지 아느냐’ 등 감정적인 비난이 많았어요. 예상보다 빠른 기간에 목표 후원금을 초과할 줄 알았는데 당황했죠.”

그러나 당황스러움은 곧 반성으로 이어졌다.

부탄 아이들과 함께.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남의 나라 아이들을 돕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표 후원자 수와 후원금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대신 이번 프로젝트로 이슬람과 시리아 난민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전쟁으로 목숨이 위험한 그 사회의 약자들을 돕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세계 80여 개국을 여행한 김남희씨가 위급한 상황에 놓인 지구촌 아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에티오피아에서 한 달간 여행한 적이 있는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처참한 가난과 질병을 봤습니다. 매일 마주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괴로웠어요. 예방주사 한 번 맞으면 낫는 병인데, 돈이 없어서 그걸 맞지 못해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여행자들을 따라다니며 옷, 신발 심지어 빈 생수병까지 달라고 요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남에게 가야 할 것을 내가 취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봤어요. 여행 중인 그 나라의 아이들에게 돈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가장 먼저 눈길이 머무는 곳은 아이들 얼굴

레바논 베이루트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모로코를 여행할 때는 소년원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을 했고 티베트에 머물 때는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돈을 모았다. 파키스탄에 있을 때는 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줄 장학금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는 에이즈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교복비를 지원했다.

“저 혼자 모금하고 기부하지는 못해요. 저는 책의 인세와 사진전 등을 열어 돈을 마련했지만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인 중에는 사비로 후원한 사람도 있고 재능 기부 형식으로 공연을 열어 수익금을 기증한 이들도 있어요. 제 개인 홈페이지에 쓴 글을 읽고 후원금을 보내준 분들도 적지 않았어요.”

저개발 국가의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국제 NGO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아이들을 돕고 싶은 적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는 “어떤 단체 소속으로 생활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도왔다”고 답했다.

남아공 은코시 헤이븐 에이즈 모자 공동체 아이들.
김남희씨는 대학 졸업 무렵 67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면서 “삶의 방식은 쌀알 수만큼 다양하고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영국에 있는 한 대학원에서 관광정책을 공부하고 귀국 후 주한 터키 대사관에 취업해 6년간 대사 비서로 일했다.

“직장 생활이 즐겁지 않았어요. 제가 언제 가장 행복하고 많이 웃었는지 생각해봤어요. 여행할 때였어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죠. 퇴사 후 세계 여행을 시작했어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가 육로로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을 돌아다녔어요. 배를 탄 이유요? 저는 여행하면서 될 수 있으면 환경을 덜 파괴하고 싶어요. 비행기보다 육로를 선호하고, 걸을 수 있는 길이 나오면 걸어요.”

에티오피아 아이들.
그가 선호하는 여행지는 저개발 국가다. 여행자들을 진심으로 환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 교통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거나 갑자기 내린 비로 다리를 건널 수 없거나 하는 변수가 생겨요. 변수를 통해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얻습니다.”

김남희씨는 오랫동안 혼자 여행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낯선 곳에는 낮에 도착한다, 리뷰가 좋은 숙소를 정한다, 여행지에서 뭔가 잃어버리면 절반은 여행자의 책임이다, 견물생심을 일으키지 않도록 옷과 장비를 준비한다 등이다. 요즘은 새로운 여행지보다 예전에 좋은 느낌을 준 여행지를 다시 가게 된다고 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태국 치앙마이, 네팔 히말라야 설산, 파타고니아다.

“치앙마이는 몇 년 전부터 제가 겨울을 나는 장소가 되었어요. 언제 가도 큰 변화가 없어서 마음이 편해요. 현지인들은 자기 삶의 방향과 속도를 지키면서 느릿느릿 살아요.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면 인간이 얼마나 약하고 한편 위대한 존재인가 생각하게 되죠. 파타고니아에 가면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감탄합니다. 제 꿈은 다리에 힘이 있을 때까지 걷는 겁니다. 죽는 순간까지 여행자로 남고 싶어요.”
  •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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