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허브를 이용해 ‘셀프 치유’ 돕는 녹색의학 전파자 허벌리스트

직업의 세계 / 허벌리스트

글·사진 : 서경리 기자

  • 글씨 더 크게 보기
  • 글씨 더 작게 보기
이름조차 생소한 직업 허벌리스트(herbalist). 허벌리스트는 인체에 유용한 식물인 허브의 성분(phyto-chemicals)과 효능(phyto-chemicals)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전문가다. 사전을 검색하면 ‘허브 채집자나 애용자’ 혹은 ‘약초 재배자, 약초상, 약초로 병을 다스리는 약초의(醫)’라고 정의돼 있다. 한국에는 2008년 뉴질랜드 녹색의학협회의 아이젠 심(Eisen Shim) 부회장이 강의를 통해 처음 소개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하나의 전문 직종으로 자리 잡아 요리와 미용, 화장품 그리고 의료, 의약품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료 : 한국다이너퓨처
허브(herb)는 인체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성분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식물군을 통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창기 허브가 아로마(향기) 요법을 통해 알려지다 보니 라벤더나 로즈메리처럼 향기 나는 식물로만 오해받고 있다. 허브는 쉽게 말해 약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약초인 인삼을 해외시장에 판매할 때 ‘코리안 메디컬 허브’로 기재한다. 마늘도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면 유용한 메디컬 허브다.

국내에서 허벌리스트 교육을 하는 곳은 한국다이너퓨처 클래스가 유일하다. 뉴질랜드 녹색의학협회에서 주관하는 최고 전문가 과정을 통해 국제 허벌리스트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클래스는 이론 12주, 실습 6주로 총 18주 진행된다. 이론 교육은 주당 5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학비는 280만원이다. ‘녹색의학’의 의미와 역사, 철학, 메디컬허브 개론을 공부하고 피부건강, 남성 및 여성, 소아 건강 등 실전 영역에서의 활용과 역할을 공부한다.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론과 더불어 임상실습을 통한 결과물을 내야 한다. 별도 95만원의 비용이 든다.

실습은 고객 맞춤형 제품과 시장 차별화 제품을 구상하는 두 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고객 맞춤형은 일대일 상담을 통해 고객의 몸 상태나 병력 등을 파악해 차 또는 오일 형태로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시장 차별화 과정은 타깃을 개인이 아닌 집단에 둔다.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로 집단에 맞는 제품을 기획한다. 이 모든 과정을 위해서는 의학, 약리학 이론은 물론, 경영학적인 이론도 공부해야 하다. 교육에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창의적인 활동이기에 쉽지 않다.

허벌리스트가 나아갈 분야는 방대하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산업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허브가 활용되고 있는지 찾고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요리사라면 고객 맞춤형 허브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직업에 따라 전문적인 허브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국내 1호 허벌리스트인 유선옥 한국다이너퓨처 대표는 “허벌리스트를 알고 나서 일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허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치유’를 선물하고 함께 지식을 나누는 것만큼 인생에 큰 행복이 없다”며 “직업이 주는 가치는 돈 이상의 것”이라고 말한다. 감사와 나눔, 공존을 실천하는 것이 허벌리스트가 알리는 녹색철학이다.



국내 1호 허벌리스트 유선옥

감사, 나눔, 공존 추구하는 ‘녹색철학자’

식물은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자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공동의 자산이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인 허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선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국내 1호 허벌리스트인 유선옥 한국다이너퓨처 대표다.


방황의 시기

돌이켜보면 허벌리스트가 되기까지 방황하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있었다. 십 대와 이십 대는 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 주저했던 시기다. 홀로 사색에 잠겨 인생에 ‘왜?’라는 물음표를 달아놓곤 했다. 철학이라면 궁금증을 풀어줄 것 같아 가톨릭대 철학과에 들어갔다. 기대와 달리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 답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까. 그때부터 스스로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다른 사람에게 치유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함이 마음을 감쌌다. 2년 만에 학교를 관뒀다. 고민 중에 인터넷으로 ‘치유’를 검색했다. 치유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세러피(therapy)’다. 세러피를 검색하니 음악세러피나 미술세러피 등 다양한 분야가 나왔고 그중 아로마세러피가 흥미로웠다. 아로마세러피, 즉 ‘향기치유’다.

세러피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관련 학과가 있는 대구의 전문대학에 등록했다. 서울을 벗어난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모범생이길 바랐던 부모님의 실망이 컸지만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2년 동안 악착같이 공부해 아로마세러피스트 자격증을 받았다.

아로마세러피스트로 사회에 발을 디뎠지만 한계를 실감했다. 아로마세러피는 백화점에서 향을 피워준다거나 호텔 스파에서 경험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할 수 있는 일이란 비누나 화장품을 만드는 일 정도였다. 실질적인 ‘치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 분야를 교육하는 곳이 없었다. 그때부터 관련 직업을 찾아 헤맸다. 에센셜오일을 수입하는 무역회사, 백화점 아로마 제품 판매원, 비누나 화장품을 만들거나, 아로마세러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일까지 다양한 직종이 1년을 다 못 채우고 스쳐갔다. 돌이켜보면 허벌리스트를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이 모든 모색은 훗날 허벌리스트의 밑거름이 됐다.


식물로 사람을 치유하는 학문


오랜 방황 끝에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세러피 교육이 잘 되어 있는 호주로 유학을 결정하고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호주와 가까운 뉴질랜드에 식물과 관련한 교육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마침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 동포가 식물 관련 교육을 한다기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뉴질랜드 녹색협회 부회장인 아이젠 심(Eisen Shim)씨다. 2009년 3월 그에게 식물로 사람을 치유하는 학문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녹색의학이었다.

녹색의학은 인체에 유용하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받은 식물, 즉 허브를 가지고 우리의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분야다. 식물을 가지고 진료를 하는 녹색의학 의료진이 해외에는 많이 있고, 이 분야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진짜로 식물을 가지고 치료하는 사람이 있다니!’ 아로마세러피스트로 오랫동안 꿈꿨던 세상이었다. 새로운 것에 눈을 뜬 기분이랄까. 쇼킹 그 자체였다. 허벌리스트라는 직업도 그때 처음 알았다. 허벌리스트는 녹색의학을 우리 생활로 끌어들이는 전문가다. 단순히 차나 오일을 블렌딩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생활에 밀접한 부분에서 녹색의학을 실천한다. 당장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공부는 일대일 과외 형식으로 진행됐다. 1주일 3번씩, 2달 만에 12주 과정을 마쳤다. 이론을 배우는 데 2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허브를 통해 얻은 것들에 비하면 전혀 비싼 게 아니었다. 돈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으니까 말이다.

이론 교육과 실습을 통해 1년여 만인 2010년 국내 1호 허벌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생소한 직업이었기에 어디에 얘기를 해도 ‘그게 뭐냐’는 반응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다단계 기업이 아니냐는 오해였다. 20대 때 방황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주변 사람들이 ‘드디어 네가 다단계에 빠졌구나!’ 했다. 그때마다 아이젠 심 부회장이 한국에 녹색의학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용기를 복돋웠다. 새로운 세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허벌리스트

아이브라이트(eyebright)
허벌리스트로 첫발을 디뎠을 당시 사회 이슈는 ‘건강을 위해 어떻게 허브를 이용할까’ 하는 ‘웰니스(wellness) 세러피’나 ‘웰빙(well-being)’이었다. 헬스 분야 전문가들이 허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일을 알리기에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처음에는 심 부회장을 따라 세미나와 교육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현장을 돌며 우리나라에서도 허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 회사가 필요했고, 학교가 필요했다. 서른 살 무렵, 뉴질랜드 녹색의학협회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 다이너퓨처사의 한국 지사 대표를 맡아 국제 허벌리스트 자격증 과정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어 왔다면 2012년은 새싹을 보기 시작한 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학대학이나 헬스와 관련된 협회를 찾아다니며 무료로 세미나를 열었다. 닥치는 대로 한의나 양의를 찾아갔다. 녹색의학을 설명하고 의료용 허브에 대해 이야기하면 일단 허브의 개념에서부터 막혔다. 처음 찾아간 한의사는 허브는 약초가 아니라며 퇴짜를 놓았다. 그 경험으로 양의에게 다짜고짜 ‘허브는 약초다’라고 설명했더니 이번엔 약초는 위험하고 간에 손상을 준다며 내쫓았다. 한방에서는 허브라서 안 된다고 하고, 양방에서는 약초는 무조건 안 된다 하니, 진퇴양난이었다. 그때 가장 받아들여지기 힘들 거라 생각했던 의료진이 의외로 제일 먼저 연락을 해왔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였다.

처음에는 세미나에서 삐딱하게 듣다가 한 의사가 ‘녹색의학이 근거 중심 의학’이냐고 물었다. 정말 반가운 질문이었다. 녹색의학이 의학 분야에서 갖는 근거는 구글만 검색해도 관련 논문이 차고 넘친다. 심지어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허벌리스트지이지 않았던가. 이는 서양의학의 태동이 허브를 연구하는 녹색의학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이에 수긍한 11명의 의료진이 교육과정에 처음 참여했다. 지금은 업무 제휴를 통해 가톨릭대 의과대학에서 통합의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다이너퓨처 클래스에서 녹색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아이브라이트’는 인생 허브

뉴질랜드에 있는 허브 농장을 방문한 유선옥 대표(오른쪽).
현재 한국다이너퓨처 클래스를 통해 배출한 허벌리스트 인력은 100여 명이다. 성장 곡선으로 보자면 근래에 이르러 가파르다. ‘허브는 약초입니다’라는 슬로건이 낳은 성취다. 녹색식물의 이로움을 알리기 위한 행보는 여기서 멈춰 있지 않다. 공부에 대한 열망이 있어 최근에 방송통신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다.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뉴질랜드에 있는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영어도 공부해야 하고. 게다가 허브 공부는 끝이 없다.

허벌리스트로 활동하며 속도만 따라가는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허벌리스트가 진정 가치를 두는 녹색철학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감사’다. 식물은 자연에서 공짜로 얻은 거다. 돈을 주고 키운 것도 아닌데 식물 스스로 자라 우리의 삶과 건강에 기여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둘째 가치는 ‘나눔’이다. 사람은 좋은 것을 보면 나누고 싶어 한다. 허브를 통해 가족 건강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제삼자를 위해 나누면 정당한 대가를 받기도 한다. 그게 바로 비즈니스다. 귀중한 나만의 가치를 전달해 주고 적당한 비용을 받는 것을 생각해 보자. 공짜로 얻어진 이 생물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셋째는 공존이다. 인류에게 큰 선물을 준 감사한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친환경적인 개념을 일상에서 실천하자는 거다. 이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인생 본보기로 삼는 허브는 ‘아이브라이트(eyebright)’다. 눈을 밝게 해준다는 의미가 이름에 있다. 하얀색 꽃잎의 위로 올라간 부분이 마치 사람 눈썹 같다. 안구 치료에 많이 쓰는 허브다. ‘아이브라이트’라는 이름처럼 녹색의학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해주고 싶다.
  • 2017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 article

직업의 세계 | 감성적 타투이스트 이혜진

[2017년 10월호]

직업의 세계 | 푸듀케이터 시대를 연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

[2017년 07월호]

직업의 세계 / 메이크업 아티스트

[2017년 06월호]

직업의 세계 / 여행작가

[2017년 04월호]

직업의 세계 / 전문 코치

[2017년 02월호]

직업의 세계 / 드론 조종사

[2017년 01월호]

직업의 세계 / 기상캐스터

[2016년 12월호]

직업의 세계 / 자동차 디자이너

[2016년 11월호]

직업의 세계 / 영화 예고편 제작자

[2016년 10월호]

직업의 세계 / 카피라이터

[2016년 09월호]

직업의 세계 / 컬러리스트

[2016년 08월호]

직업의 세계 / 안경 디자이너

[2016년 07월호]

직업의 세계 / 반려견 훈련사

[2016년 06월호]

직업의 세계 / 콘텐츠 크리에이터

[2016년 05월호]

직업의 세계 / 티소믈리에

[2016년 04월호]

직업의 세계 / 조향사

[2016년 03월호]

직업의 세계 / 헬스 트레이너

[2016년 02월호]

직업의 세계 / 캐릭터 디자이너

[2016년 01월호]

직업의 세계 / 파티플래너

[2015년 12월호]

직업의 세계 / 방송 예능 PD

[2015년 11월호]

직업의 세계 / 인테리어 디자이너

[2015년 10월호]

직업의 세계 / 방송기자

[2015년 09월호]

직업의 세계 / 셰프

[2015년 08월호]

직업의 세계 / 소셜커머스 MD

[2015년 07월호]

직업의 세계 / 웹툰 작가

[2015년 06월호]

직업의 세계 / 항공기 조종사

[2015년 05월호]

직업의 세계 / 종합격투기 선수

[2015년 04월호]

직업의 세계 / 프로바둑기사

[2015년 03월호]

직업의 세계 / 쇼콜라티에

[2015년 02월호]

직업의 세계 / 번역가

[2015년 01월호]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