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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부족한 개도국에 빛을 드립니다

박제환 루미르 대표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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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 친구와 함께 인도 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저녁이면 갑작스레 정전될 때가 많았어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호기심에 알아보니, 경제는 급성장했지만 전력 수급이 따라가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여기는 전기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13억 명이나 됩니다. 공대생으로서 해결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중앙대 공대에 재학 중이던 박제환씨는 그때부터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빛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파고들었고, 2014년 말 ‘루미르’를 설립하면서 대학생 CEO가 되었다.

사진제공 : 루미르
촛불 램프 출시, 9개국에 수출

루미르는 2016년 여름, 촛불 램프를 출시한 후 국내뿐 아니라 9개국에 수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이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조명 업체를 만들 수 있었을까?

“3학년 1학기였던 2014년 봄, 교양과목으로 ‘캠퍼스 CEO’라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마침 인도 여행에서 느낀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던 터라 정전이 되어도 불이 켜지는 가정용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수업 과제로 개발했죠. 이게 대학생 창업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그 상금으로 국제 LED엑스포에 참가했습니다. 시제품 하나 들고 참가했는데 ‘주목해야 할 상품’으로 소개됐고, 바이어들이 구매 의향서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구매 의향서를 갖추고 시장 수요까지 확인했으니 이후 참가한 창업대회에서도 계속 상을 받았습니다.”

한 창업대회는 수상자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었고 2015년 3월, 필리핀 빈민가를 찾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작고 비위생적인 집에 사는 그곳 사람들에게 빛은 건강, 교육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낮에는 바쁘게 일하다 밤에 귀가하면 양초 하나 켜놓고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었습니다. NGO가 태양광 램프를 보급했지만 무용지물로 버려져 있었어요. 우기에는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수명이 다 된 충전지를 교체할 방법이 없었던 거예요. 저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을 활용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보통 양초나 등유 램프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그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1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불 켜진 양초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촛불보다 수십 배 밝은 빛을 내는 촛불 램프를 개발했다. 열전반도체의 온도 차로 전기가 발생해 LED 램프가 켜지는 원리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과 달리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게 핵심 기술”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그는 공대생 마인드로 촛불의 빛을 100배까지 증폭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양산화 이후를 생각하니 가격이 너무 높아지는 게 문제였다.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찾다 선진국에는 캠핑과 인테리어용으로 촛불 램프를 판매하고, 개도국에는 훨씬 밝은 저가형을 원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촛불 램프를 만들어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세계 1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 Starter)를 통해 소개했다.

“은은한 빛으로 주변을 부드럽게 밝히는 무드램프, 독서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폿램프를 함께 선보였습니다. 전기코드나 배터리가 필요 없어 테라스에서나 야외활동을 할 때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개도국의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56개국 1062명이 후원자로 참여하면서 13만 3565달러(약 1억 6000만원)어치를 선구매해 설정 목표의 267%를 달성했지요. IT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미국 뉴욕타임스와 ABC뉴스, 영국 가디언, 중국 CCTV 등 40여 개국 480여 개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전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빛은 건강, 교육과 직결되는 문제다. 루미르 직원들이 현지를 방문해 주민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6년 여름 첫 제품을 시판하면서 전 세계 선구매자들에게 항공으로 배송했다. 그런데 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촛농이 떨어져 바닥이 더러워질 수 있겠다’는 지적에 급히 만든 받침대가 문제였다. 열에 약한 받침대 때문에 3건 정도 불량이 발견되자 그는 전 제품을 즉시 리콜했다. 그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큰 유통업체는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거래하자’고 연락을 해왔다.

“향초를 즐겨 사용하는 독일 등 유럽에서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 제품 특성상 향이 위로 올라와 향내를 맡기 좋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죠.”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도 인기에 한몫한다. 박제환 대표 자신이 기본 디자인을 했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 디자인을 전공할까 고민할 정도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품을 구상할 때 ‘하나의 지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등대를 형상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모양으로 만들고 싶어 볼트와 너트를 모두 뺐고요.”

개도국에 보급할 저가형 모델은 2월 말에 나온다. 연료를 적게 소비할 뿐 아니라 불완전 연소되는 탄소량을 줄여 호흡기 질환의 원인인 블랙카본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한다.

“실용성을 갖추면서도 싼 가격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에서 현지 조사를 하면서 그들 실정에 맞는 제품을 연구했죠. 수입의 평균 30%를 연료비로 지출하는 이들에게 비용을 낮춰주는 게 무엇보다 시급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폐식용유와 팜유를 활용할 수 있는 램프를 만들었습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음식을 주로 튀겨 먹어 폐식용유가 많이 배출되거든요. 우리 램프를 사용하면 연료비를 5분의 1로 줄일 수 있습니다. 소액의 선수금만 내고 나머지는 절감한 연료비만큼 매달 갚아나가게 하는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성장하는 회사

루미르가 개발한 불 켜진 양초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촛불보다 수십 배 밝은 빛을 내는 촛불램프. 열전반도체의 온도차로 전기가 발생해 LED램프가 켜지는 원리로 안정적으로 빛을 내는 게 핵심 기술이다.
루미르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프로그램의 최종 파트너로 선발돼 2017년 1년 동안 다각적인 지원을 받는다. 사업 때문에 휴학을 거듭하는 바람에 아직 대학생 신분이라는 그는 ‘대학생이 저러다 말겠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말한다.

“국내외 창업대회 열두 군데에 참가해 아홉 곳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2억원이 넘는 상금을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요. 투자자가 따로 있었다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 지금처럼 해오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에는 시장분석조차 어려웠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 뜻에 공감해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킥스타터에 제품을 올리려면 미국법인으로 등록돼 있어야 했어요.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통장 개설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 처음 본 미국인이 선뜻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의 연사로 참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왕자가 각국의 혁신적인 리더들을 초청해서 개최한 포럼이었습니다. 빈민을 위한 소액대출 은행인 그라민은행을 창립한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더니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업을 시작하니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지면서 보고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왕실 초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갔을 때는 1등석에 경호원이 따라다니는 등 최고 대우를 받았는데, 귀국 후 바로 다음 날에는 저가 항공을 타고 인도네시아 정글로 갔습니다. 저녁 6시만 되면 캄캄해지는 그곳에서 ‘이곳 아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지구촌의 극과 극 체험을 한꺼번에 하는 셈입니다.”

그는 루미르를 ‘스토리가 있는 조명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백화점 구매담당자들을 만나면서 다른 인테리어 용품에 비해 조명용품이 다양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명은 ‘빛을 나눈다’ ‘세상을 밝힌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저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잘 맞습니다. 촛불 램프 루미르C와 개도국 모델인 루미르K에 이어 선진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무선 램프인 루미르S까지 차례차례 출시할 계획입니다.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면 결국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요?”

그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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