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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으로 만든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이연택 이연택디자인연구소 대표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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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만 있으면 어디서든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스피커가 있다. 이연택 대표는 이 제품을 들고 지난해 ‘K-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참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우승 후보 10위 팀에 선정돼(최종 성적 7위) 창업 기회를 얻었다. 아직은 직원 수 세 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지만 ‘자원 재활용’과 ‘음질 좋은 휴대용 스피커’라는 두 가지 장점을 무기로 그는 현재 외국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자원 재활용한 ‘음질 좋은 스피커’

그는 학창 시절(홍익대 제품디자인과)부터 일상용품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졸업 후 창업보다는 취업을 택했다. 외국계 의료기 회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4년째 일하던 그가 지난해 스타트업에 뛰어든 건 아내 이진아씨 덕분이었다.

평소 남편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눈여겨본 이진아씨는 그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블루투스 스피커 시안을 들고 창업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도전! K-스타트업’에 참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국방부, 교육부 등 모두 4개의 정부기관이 함께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는 전국에서 무려 6000여 팀이 지원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저는 그때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 혼자 나갔어요. 그런데 매회 단계를 통과하면서 점점 높은 관문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심사위원들 앞에서 기술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아졌어요. 최종 우승 후보로 10개 팀을 뽑을 때 그 안에 들어가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에 집중하게 되었죠. 무엇보다 제품 개발이 제일 큰일이었는데,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그것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고요.”

크라우드펀딩은 자금력이 부족한 예술가나 사회활동가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하고, 일반 대중에게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목표 기간과 금액이 정해져 있고, 목표치를 달성해 프로젝트를 달성하게 되면 후원자들은 공연 티켓이나 CD 등을 받는다.

이연택 대표는 인터뷰 도중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병들에 자신이 개발한 스피커 코르크를 얹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음악을 틀었다. 병이 커질수록 소리가 묵직해졌다.
그 역시 제품 개발을 위해 스피커 아이디어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초 목표로 했던 2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제품을 생산했다. “크라우드펀딩의 위력을 실감했다”는 그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제품을, 아이디어만 보고 선뜻 지갑을 연다는 게 신기했다”고 한다.

“다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는데, 저는 사실 제품을 만든 후가 더 어려웠어요. 워낙 짧은 기간에 진행하다 보니 불량이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제품을 보내드렸는데, 이분들이 직접 써보고 문제점을 지적해준 덕분에 개선을 할 수 있었죠. 물론 새로 만들어 다시 발송해 드렸고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나오게 도와주었고, 테스터 역할까지 해주었으니, 제게는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스피커에 대한 그의 관심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왜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려운지’ 의문을 가지며 시작됐다. 도서관을 찾아 인간의 청력과 귀에 대한 연구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공부를 하면서 인간이 느끼는 가청주파수에 비해 디지털기기들이 고음역대라 귀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 음질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궁금증은 다시 스피커 원리로 향했다.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를 일일이 분해해 내부 구조를 살폈다. 크고 좋은 스피커일수록 안에 빈 공간이 많았다. 즉 저음을 만들어내는 울림통이 그만큼 컸다. 마침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도 반한 제품

“울림통만 있으면 되겠더라고요. 블루투스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고, 여기에 울림통을 만들어주면 어디서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빈 병이 눈에 들어왔어요. 반신반의하며 실험을 했는데 정말 음질이 달랐어요. 곧바로 특허가 있는지 찾아봤죠. 다행히 아직 아무도 이걸 만든 사람이 없어서 특허출원을 했어요.”

코르크(Cork)로 이름붙인 이 스피커는 지난해 10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이 아이디어에 감탄해 선물로 가져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현재 하이마트 등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미국·캐나다·유럽·호주·일본 등 외국에서도 구입 문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실제 소리의 차이를 느껴보라”며 몇 개의 병을 준비했다. 작은 음료수 병부터 1리터가 넘어 보이는 병까지, 크기가 각각 달랐다. 먼저 작은 병에 스피커를 얹고 음악을 틀었다. 제법 울림이 달랐다. 이후 더 큰 병으로 옮겨 가면서 소리는 점점 묵직해져갔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유리병뿐만 아니라 페트병에도 가능해요. 다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크기라도 형태가 다르면 또 소리가 달라지더라고요. 악기마다, 장르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고르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죠.”


현재 그의 사무실은 광화문 창조혁신센터 안에 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해 가산점을 받은 덕분에 입주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투자자로부터 투자도 받았고, 협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업체도 여러 군데라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디어가 디자인을 통해 구체화되고, 제품화되고, 판매되는 과정을 제대로 경험한 그는 회사를 설립하며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단순한 디자인 회사가 아닌, 디자인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이 제품을 생산해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지금은 일단 코르크에 집중하고 있어요. 코르크가 잘되면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무드등 같은 코르크 라이트도 만들고, 여러 개를 페어링해서 코르크 서라운드로도 들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스마트폰으로 디제잉이나 튜닝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또 코르크를 시작으로 그동안 막연하게 구상만 하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스타트업이지만 사업가로서 그가 그리는 미래는 더없이 원대하다. 그는 “회사를 탄탄하게 키워 규모는 작아도 직원 복지나 연봉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야 인재를 모으고, 그것이 기업을 더 큰 성공으로 이끈다고 믿는다는 이 젊은 창업가의 패기가, 더없이 듬직하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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