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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촌 1디자인’으로 디자인 농부를 꿈꾸다

조영주 ID369 대표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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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몇 평의 땅을 가지고 있나요? 팔백 평? 삼만 평? 저는 대한민국에 땅이 한 평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수십만 평의 디자인 땅이 있습니다. 수십만 개의 아이디어로 씨를 뿌리는 그곳이 모두 제 땅입니다. 앞으로 저를 디자인 농부라 불러주세요.”
디자인기획 전문회사 ID369 조영주(48) 대표는 자칭 국내 1호 디자인 농부다. 아이디어의 씨를 뿌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캐내서 흙먼지 털어내며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이너가 짓는 ‘농사’다. 3월에는 든든한 ‘100인의 농부’ 친구들도 생긴다. 농협이 운영하는 창조농업지원센터의 디자인 창작소에서 소장을 지내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브랜드나 디자인이 뭔지 잘 모르는 농부들에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농산물을 디자인해주는 것이 요즘 그가 하는 일이다. 디자이너에 뿌리를 두고 진정한 지역문화 크리에이터로서 농부들이 살아가야 할 평생의 삶을 디자인하고 있다.


비서에서 웹디자이너를 거쳐 콘텐츠 기획자로

대전 양계장 집 셋째 딸로 태어난 조영주 대표는 일찍이 서울로 올라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디자이너가 꿈이었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바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웅진출판에서 아르바이트로 미수금 받는 일을 했다. 워낙 야무진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이 마다하는 업무를 잘해내 회사에서 그를 눈여겨보다 사장 비서로 정식 채용했다. 1990년부터 5년 동안 비서 일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로 꿈꿔온 시간이 떠올랐다.

“회사를 그만두고 디자인 공부를 위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사표를 쓰려고 하니 사장님이 회사 디자인팀에서 일해볼 것을 제안했어요. 덕분에 낙하산으로 디자이너의 첫발을 디뎠죠.”

처음 디자인을 맡은 것은 ‘웅진씽크빅’이었다. 3년 정도 학습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웹디자인 분야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마침 웅진미디어 계열사 디자인팀장 자리를 제의받아 회사를 옮겼다. 원하던 웹디자인 일이었지만, 팀장 자리는 쉽지 않았다. 사람과의 관계가 일을 힘들게 했다. 2002년 모든 짐을 버리고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한 달간 미국 남부에서 캐나다까지 남북을 종단하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봤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인생은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다짐했고 서른세 살, 디자인 회사 ID369를 차렸다.

“ID369는 완성에 완성을 거듭하자는 의미예요. 동서양에서 숫자 ‘3’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완전한 숫자를 의미하죠. ‘6’은 조화와 균형, ‘9’는 완성의 의미가 있습니다. ID는 상호간(Interactive)의 디자인(Design), 즉 고객과 소통하는 기반을 디자인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사업을 시작해 2년 만에 10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 단일 프로젝트를 맡았다. 4년 만인 2006년에는 현대백화점에서 발주한 7억 5000만원 규모의 포털 구축 프로젝트를 맡으며 웹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혔다.


웹디자이너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3년여 앞두고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는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여수시 홈페이지의 변화 필요성을 건의했고, 직접 콘텐츠를 발굴해 기획하기 시작했다.

“여수시를 홍보할 웹사이트를 만드는데, 콘텐츠가 없는 빈껍데기인 거예요. 직접 콘텐츠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그때 기획했던 일이 2009년 마지막 날 KBS와 진행한 여수 향일암 타종행사였어요. 그런데 일이 났죠. 날짜도 잊지 못해요. 12월 20일. 향일암에 불이 나서 완전 전소된 거예요.”

방송을 취소해야 하는 위기에 있을 때 조영주 대표가 기지를 발휘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문화재를 소실했다는 안타까움을 차분하고 경건함이 묻어나는 축제로 승화하자고 제안했고, 여수시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의 노력으로 2010년 1월 첫날, 여수의 향일암 일출 장면이 방송으로 전국에 소개됐다.

이 일은 곧 인근 순천까지 소문으로 퍼졌다. 당시 순천시는 2010년 정원박람회를 치르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조영주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순천정원박람회의 사전 축제로 2011년 순천에코지오페스티벌 총괄 디렉터를 맡게 됐다.

“시민들이 즐기는 축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라고, 지역 주민이 즐겨야 멀리서도 찾아오고 싶죠.”

디자이너의 역할은 지역의 에센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핵심이 정원축제라는 점을 착안해 동네 꽃가게를 일일이 찾아가 행사 참가자를 모집하고 집 앞 정원을 꾸미도록 했다. 인위적인 정원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모색한 것이다. 지방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설이타령 같은 팀은 배제하고, 체험하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내천 옆에 ‘해먹’을 설치해 도서관을 만들었다. 축제에 와서 누가 책을 읽겠느냐며 공무원들이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해먹’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이 성공을 불렀다. 또 내천에 LED수상정원을 만들어 볼거리를 더하며 축제는 ‘대성공’을 이뤘다.


지역의 특색을 담은 팔도 도시락 개발


10여 년 정도 지역의 콘텐츠 기획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먹거리로 관심이 옮겨 갔다.

“여수나 순천을 오가며 기차를 탔는데 마땅히 먹을 게 없었어요. 지금도 호남선엔 식당 칸이 없고 자판기뿐이죠. 일본에는 기차역마다 에키벤이라고 지역을 상징하는 도시락이 있어요. 한국판 에키벤, 팔도 도시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팔도 도시락이야말로 지역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특산물을 제대로 소비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실현하는 길이라 확신했다. 그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움직임이 필요해요. 로컬푸드 운동과 같은 맥락이죠. 지역에서 생산한 물건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거예요. 진짜 좋은 먹거리는 지역에 있어요. 물건을 끄집어내서 도시로 가지고 오는 게 아니라 관광객이 찾아가 지역의 맛과 멋을 느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지역이 성장하는 방법입니다.”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 경남 함양의 연잎밥에 김, 볶은김치, 멸치볶음 등 최소한의 것만 담아 도시락을 만들었다. 자연과 연잎, 인연의 ‘연’자를 따서 ‘연이야기’라고 이름 지었다. 연잎도시락을 가지고 2013년 KTX 부산역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1년 동안 운영하다가 이듬해에는 서울 서촌에 카페 형식의 매장을 열었다. 지금도 정선의 곤드레 밥이나 광양 불고기 등으로 팔도의 특색을 담은 도시락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먹는 것에 열광할까요? 이제 명품 가방은 누구나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오히려 SNS에서 옆 사람이 뭘 먹고 사는지를 궁금해해요. 나만 아는 맛집이 자랑인 시대죠. 미래의 경쟁력과 가치는 먹거리에 있어요. 옷, 밥, 집, 몸. 이 네 가지가 중요하죠. 밥과 몸을 책임지는 사람이 농부예요. 먹는 것이 보약이고 경쟁력이니까.”

조영주 대표는 미래 경쟁력은 이제 농촌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역 먹거리에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역 농산물에 접목시켜 농촌의 가치를 되살리는 일을 사명으로 여겼다. 조 대표가 인생의 큰 목표로 삼는 것은 ‘1촌 1디자인’, 문화가 있는 농가 생활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를 꿈꿨지 농민들을 위한 디자인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며 “잘 모르니까 오히려 용감하게 도전한 것 같다”고 말한다.

“내 꿈은 디자이너예요. 꿈을 이뤘기 때문에 나머지 삶은 덤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리드하거나 반 발짝만 앞서야 해요. 디자인의 작은 씨앗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농촌과 농업의 거시적인 부분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해요. 씨앗에서 시작해 숲을 이뤄가는 과정인 거죠. 과정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도록 ‘1촌 1디자인’ 운동을 꾸준히 펼치겠습니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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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조갑현   ( 2017-03-26 ) 찬성 : 3 반대 : 6
기능성인삼을키워서제품 만드는 농업법인회사 아임당(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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