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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올리브유’를 꿈꾸는 기름 장인

참기름으로 세계시장 도전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장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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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참기름 한 방울의 힘을 잘 안다. 고소한 향 하나로 침샘을 무한 자극하는 참기름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식재료 중 하나다. 서울의 작은 방앗간 쿠엔즈버킷은 새로운 제조 기술로 조금 낯선 참기름을 만들었다. 고객의 입소문이 대단했고, 급기야 글로벌 IT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도 지원에 나섰다. 쿠엔즈버킷은 올해 미국 최대 식품마켓 홀푸드(Whole Foods)의 테스트 마켓 입점을 비롯해, 국내 25곳의 작은 방앗간을 오픈할 계획이다. 방앗간 주인 박정용씨의 꿈은 세계에서 ‘넥스트 올리브유’로 통용될 참기름을 만드는 것이다.
참기름은 원래 커피만큼 예민하다

“이게 뭐죠? 피넛버터인가요?”

지난해 미국의 요리잡지 《푸드앤드와인》은 미슐랭 쓰리 스타 셰프 에릭 리퍼트(Eric Ripert)를 비롯한 유명 셰프들에게 쿠엔즈버킷 참기름의 테스트를 부탁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마치 견과류를 씹는 것 같다”며 정체를 궁금해했고, 참기름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레시피에 주로 사용되는 “올리브오일을 대신할 경우 그 자체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요리가 탄생할 것”이라며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기대하지 못했던 소식이었어요. 넥스트 올리브오일이 될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이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해주리라곤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앞, 59㎡ 남짓한 작은 방앗간 쿠엔즈버킷의 대표 박정용씨의 겸손한 말투에는 단단한 자긍심이 묻어났다. 쿠엔즈버킷의 제품은 참기름과 들기름, 딱 두 가지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마트와 시장 어디에서나 구입이 가능한 가장 흔한 식재료이고, 오랫동안 맛과 향에 변화가 없었던 익숙한 식품이다. 그런데 쿠엔즈버킷의 기름은 색과 향, 맛에서 기존의 제품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저희 기름을 처음 맛본 사람들은 싱겁다는 말을 많이 해요. 색도 투명한 노란빛이고, 무엇보다 향이 강하지 않아요. 대신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죠. 볶은 참깨나 깨강정을 한 입 넣고 씹었을 때와 같은 맛이 납니다. 물론 좋은 영양소의 파괴도 많이 줄였죠.”

같은 재료로 생산한 기름의 맛과 향이 다른 이유는 쿠엔즈버킷의 제조 기술 덕분이다. 기존의 기름은 대부분 ‘고온압착’ 방식으로 생산된다. 고온으로 깨 내부의 섬유질을 태우면 압력을 가했을 때 지방을 더 많이, 더 쉽게 짜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이 강해지고, 기름의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대신 참깨 본연의 맛은 많이 약화된다.

이와 다르게 쿠엔즈버킷은 ‘저온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생산한다. 깨가 타지 않을 정도의 낮은 온도로 볶아 원재료의 맛을 살려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깨의 지방을 꽉 잡고 있는 섬유질을 태워내지 못하기 때문에 착유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더 강한 압력이 필요해 기계 고장이 잦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독일의 기계회사와 함께 새로운 기계를 개발했고, 1년여 기간 동안 실패를 반복하며 좌절의 시간을 버텨냈다. 하지만 바로 그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소중한 지식도 얻었다.

“기름은 커피와 같아요. 무척 예민하죠. 기후와 토양, 종자와 관리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져요. 저는 커피나 와인을 선택할 때처럼 종자와 제조방법, 맛과 향의 특징을 따지고 기호에 맞게 기름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커피와 와인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이 새로운 참기름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 매출 10억원, 4년 만에 10배 성장


박 대표는 창업 전 식품 브랜딩 및 마케터로 일했다. 장류, 소금 등 전통식품 분야의 장인들을 발굴해 백화점 등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기름도 그가 다룬 제품 중 하나였는데, 특히 참기름은 그가 식품 마케터로 일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품목이다.

“외국의 많은 논문에 ‘참기름이 있는 찬장은 약장과 같다’는 말이 등장해요. 영양학적으로 인정받는 식품이죠. 그런데 서양의 셰프들은 참기름을 잘 사용하지 않아요. 향이 맛을 덮어버릴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죠. 올리브오일만큼이나 건강식품인데 참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박 대표가 더 아쉬웠던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참기름의 향과 맛은 참깨 고유의 맛이라기보다 고온 착유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기름을 제조하다 보니 오랜 세월 소비자의 인식 안에 참기름의 향과 맛은 한 가지로 고정화되었고, 결국 맛에 대한 다양한 평가보다는 ‘국내산’과 ‘수입산’이라는 단순한 조건이 좋은 기름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다.

“어머니들은 방앗간에서 기름을 짤 때 서서 지켜보세요. 혹시 수입 깨를 섞을까봐 걱정이 돼서죠. 그래서 백화점 판매용 프리미엄 참기름의 경우 생산자가 중요해요. 원재료를 속이지 않을 ‘신뢰’를 입증할 만한 생산자의 스토리가 가격을 결정하게 된 겁니다.”


박 대표는 “만약 참기름의 제조방식을 올리브유처럼 저온 착유 방식으로 바꾸면 원재료의 맛을 좀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기름에 대한 관심으로 7년 동안 독학을 한 만큼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012년 그는 쿠엔즈버킷을 창업했다. 독일과 덴마크 등의 기계회사를 알아봤고, 10개의 회사를 직접 방문했다.

“여행용 가방 2개에 참깨를 가득 담아 갔죠. 직접 실험해야 했으니까요. 결과요? 모두 실패였어요. 볶은 깨를 착유기에 넣으면 될 줄 알았는데, 기름과 섬유질이 섞인 깨죽이 나오더군요.”

박 대표는 일단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기계를 수입했다. 국내에서 계속 실험하며 독일의 엔지니어들과 협력해 맞춤형 기계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기계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6개월 동안 제약용 필터를 적용한 새로운 필터링 노하우를 개발하고, 원재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지속했다. 부엽토가 많은 산간지방에서 생산된 참깨로 만든 참기름은 푸른빛이 돌고, 왕겨포대 옆에 보관한 참깨로 만든 참기름에서는 왕겨 냄새가 난다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됐다. 쿠엔즈버킷은 국산 참깨 육종을 하는 연구원으로부터 종자를 받아 계약재배를 하고, 저온저장을 통해 원료를 공급한다. 종자와 생산 이력이 같은 깨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방앗간 규모도 작게 유지했다. 소비자 거주지 안에 생산시설을 유지해야 신선한 기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창업을 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몹시 “불안했다”고 한다.

“그냥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어도 좋을 만큼 맛있는데, 생전 처음 경험한 맛이더라고요. 모두가 알고 있는 참기름의 맛과 달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과연 참기름이라고 믿어줄까 걱정이 됐죠.”

기우였다. 비싸고 낯선 기름이었지만 한 번 맛을 본 주부들은 계속 찾아왔고, 자발적으로 입소문 대열에 합류했다. 특별히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1년 6개월이 지날 무렵 백화점이 먼저 찾아와 입점을 권유했고, 일본의 셰프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일본 관광객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2013년 직원 3명에 매출 8800만원에 불과했던 쿠엔즈버킷은 2016년 직원 9명에 매출 약 1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국내에 작은 방앗간 25곳을 추가로 오픈한다. 식문화가 발달한 유럽의 프리미엄 식품마켓 입점도 목표 중 하나다. 세계 식물성 건강 오일 시장의 최강자 올리브오일을 대신할 만한 넥스트 올리브오일의 꿈은 준비를 마쳤다. 그는 요즘 자신만의 원칙을 자주 되새긴다.

“업(業)의 본질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요. 1년이 넘도록 기계와 씨름하고, 기름과 전쟁하며 솔직히 ‘실패’를 생각했어요. 그때 타협의 유혹이 찾아오더군요. 쉽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제안들이 왔죠. 하지만 주변에서 지름길을 택한 브랜드들이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걸 봐왔어요. 쉬운 길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합니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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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이란규   ( 2017-05-18 ) 찬성 : 0 반대 : 0
구매는어떻게하는지요
   이현자   ( 2017-03-09 ) 찬성 : 9 반대 : 7
참기름 구매하고 싶어요
   서보경   ( 2017-03-09 ) 찬성 : 7 반대 : 5
생들기름구매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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