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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 축산업의 퍼플오션을 찾다

‘초신선 돼지고기’ 파는 김재연 정육각 대표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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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스타트업 시장을 중심으로 최근 기존 산업과 IT기술을 접목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창업에 대한 투자가 왕성하다. 레드오션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가치시장을 만드는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의 대표적 스타 기업은 미국의 온라인 안경점 와비파커다. 국내 온라인 정육점 ‘정육각’도 퍼플오션 전략으로 탄생했다.

사진제공 : 정육각
정육각은 기존 유통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초신선 돼지고기라는 신상품을 선보이고, 수요자 중심의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를 IT기술로 구현했다. 카이스트 졸업 후 돼지고기에 푹 빠져 있는 김재연 대표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 곧 기회

김재연 대표는 온라인으로 돼지고기를 판다. 브랜드 정육각의 상품은 모두 도축 후 1~4일 이내의 초신선 돼지고기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뭐든 팔고 사는 시대에 ‘초신선’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그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만난 VC(Venture Capital)들로부터 숱하게 들은 말도 “그냥 고기를 파는 거잖아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네요”라는 거였다. 하지만 김 대표가 처음 정육각을 창업했을 때 정작 축산업계의 대선배들은 “그거 절대로 못 한다”며 만류했다. 투자전문가들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축산전문가들이 정육각에 대해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존의 축산 유통시스템은 냉장육의 경우 진공포장 상태로 7~45일 동안 유통, 판매된다. 도축장을 거쳐 육가공업체에서 분류한 후 다시 대형 도매업체를 통해 전국의 마트와 정육점으로 공급되는데, 일반 소비자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신선한 돼지고기는 도축 후 7일이 된 상품이라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도축 후 1~4일 이내의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정육각의 시스템은 타 분야의 시각에서 볼 때 ‘일반적’일 수 있지만, 기존의 축산시장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저희가 판매하는 상품은 ‘가장 맛있는’ 고기입니다. 맛을 결정하는 몇 가지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신선도예요. 저희가 원하는 품질의 돼지고기는 도축 후 1~4일을 유지해야 생산이 가능해요. 결국 기존의 틀을 벗어나 저희만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정육각은 고객 주문 후 당일 도축된 돼지고기를 구입해 자체 작업장에서 분류, 포장해 발송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에 끝나고, 고객은 다음 날 냉장 포장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아이디어를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무척 제한적인 환경과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축 후 4일 이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품을 전시해 놓고 고객을 기다려야 하는 오프라인 유통과 판매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지만, 기존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농축산물은 같은 상품이라도 크기와 무게가 일정하지 않다. 때문에 주문한 만큼 정확한 무게를 계량해 배송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대부분의 신선식품 온라인 몰이 오차 범위의 무게를 표시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초과분에 맞춰 가격을 조금 여유 있게 설정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런 시스템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직접 무게를 달아 g 단위까지 합리적으로 지불할 수 있잖아요. 이 시스템을 온라인에도 적용하고 싶은데 기존의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결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정육각은 온라인 주문 시 결제가 완료되지 않고, 제품 포장 후 구매량의 g 단위까지 계산해 최종 가격이 저절로 정산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특허로 출원해놓은 상태다.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 가능성을 실험

김 대표는 수학영재였다. 중학교 조기 졸업 후 한국과학영재학교, 카이스트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을 과감히 뒤집었다.

“돼지고기를 정말 좋아해요. 서울과 제주의 소문난 돼지고기 맛집은 거의 가봤을 정도죠. 그런데 어릴 적 외가에서 먹었던 갓 도축한 돼지고기 맛은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유학 전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보자며 도축장을 찾아갔어요.”

도축장의 최소 판매 단위인 한 상자 50인분을 덥석 구입했고, 어머니의 동네 친구와 자신의 친구들에게 고기를 선물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놀라운 반응이 왔다. ‘처음 먹어본 맛’이라며 한결같이 고기를 구입하는 방법을 물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구분할 수 있는 ‘맛의 차이’는 상품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수학을 정말 좋아했지만 학자를 꿈꾸지는 않았어요. 어쩌면 주변의 기대와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을 따라갔던 것 같아요. 유학까지 8개월 정도 자유 시간이 남았는데,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창업이 떠오르더군요. 아이템은 당연히 돼지고기였죠.”

어느 날 갑자기 돼지고기를 팔겠다는 아들의 계획을 부모님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재미있는 도전을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신 듯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유학을 앞둔 친구와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를 설득해 팀을 구성하고, 함께 매일 현장으로 출근했다.

“축산업은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잖아요. 어르신들이 기특하다며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어요. 하지만 저희 아이디어는 극구 반대를 하셨어요. 기름 값도 안 남는 장사를 왜 하냐고 하셨죠.”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이내 돼지고기만 판다.
축산시장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많은 유통단계를 거치며 가격이 결정된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가격이 낮을 때 대량 구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데, 도축 1~4일 이내의 돼지고기는 짧은 기간 안에 소량 판매를 해야 하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였다.

“현장에서 원가계산표를 한 장 얻어와 밤새 계산을 했죠. 유통에서 3~4단계를 줄이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려줘도 회사는 충분히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오히려 난제는 정육각 브랜드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타임’을 찾는 일이었다. 도축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 열흘 등 날짜별로 돼지고기의 상태와 맛을 검증했다. 팀원 4명이 6개월 동안 무려 0.5톤의 돼지고기를 시식했다.

“실험 결과 600g을 기준으로 매일 평균 4g의 육즙이 자연적으로 빠져나가고, 6일째부터는 맛도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어요. 돼지고기 맛의 골든타임은 도축 후 3~5일입니다. 그래서 정육각 타임을 도축 1~4일 이내 발송으로 정했습니다.”

김 대표는 정육각의 돼지고기를 국내 최대 신선식품 온라인 카페에 먼저 론칭했다. 쟁쟁한 정육업체들이 함께 판매를 하는 곳인 만큼 시장 반응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초로 도축일을 공개하고, 초신선 돼지고기라는 새로운 상품을 공격적으로 홍보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뜨거웠다. 자발적 고객평이 입소문으로 확산되었고 정육각은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판매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겼고, 7개월 만에 투자 유치에 성공해 공장 설비도 확충했다. 올해 3월부터는 주문 당일 배송이 완료되는 ‘움직이는 정육점’ 서비스도 시작한다. 주문량을 실시간 공급하는 온디맨드(on-demand)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육각은 ‘머신러닝(인공지닝)’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육각 브랜드 고유의 맛을 개발하기 위해 대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실험도 진행 중이다.

“지금도 주위에서 ‘왜 하필 축산업이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축산 분야는 오랫동안 변화가 매우 적었어요.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죠. 오래 된 패러다임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보입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IT기술로 구현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제게 정육각은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고 도전입니다.”
  •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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