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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 인재로 키우려면 교실을 뒤집어야 합니다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60~70%는 현재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산업혁명 시대에나 어울리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무서운 속도로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공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개인과 국가 모두 생존능력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제 삶을 바꾸어놓았습니다.”
학생이 수업 주도권을 가진 거꾸로 교실

22년간 KBS 프로듀서(PD)로 활동하다 비영리단체인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으로 변신한 정찬필씨를 파주 경기영어마을에서 열린 교사캠프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열기를 직접 느껴보셔야 한다”면서 교사들이 모인 곳으로 안내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사와 20대 젊은 교사 등 다양한 연령층의 교사들이 모둠을 이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한 사회과목 교사는 ‘우리 사회의 다문화적 삶의 모습’을 주제로 아이들 스스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아가면서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고, 영어 교사들은 게임을 활용해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미래교실’은 무엇이 다를까? 정찬필 사무총장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 주도권을 갖게 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꾸로 교실’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교육이 정말 가능할까? 2013년 부산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미래교실을 실험하면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그는 “첫 수업 때부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가 교육문제에 뛰어든 것은 2013년 초 발리에서 열린 국제교육 콘퍼런스에 우연히 참가하면서였다.

“각국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의 교육 지형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교실 붕괴를 거론하면서 요즘 아이들의 특성이나 교사의 수업방식을 문제 삼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교육을 공교육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시대에 뒤처진 공교육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학교라는 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넉 달 동안 해외 사례를 연구한 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어 부산의 두 학교에서 실험했고, 교사와 아이들이 변화하는 현장을 지켜봤다.

“기본적인 방법은 2009년 미국의 한 과학 교사가 고안한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과 비슷합니다. 교사는 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강의 내용을 압축한 동영상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미리 보고 오라고 합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끼리 모둠을 이루어 과제를 풀거나 여러 가지 활동을 하지요. 교사는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개별 교육을 합니다.”

처음 실험을 시작할 때는 교사들도 반신반의했다. 잠에 빠져들거나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고개 좀 들어’ ‘책 들고 뒤로 나갈래?’라고 소리쳐야 했던 교실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볼 수 있을까? 실험 첫날에는 강의를 보고 오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10분짜리 동영상부터 보게 한 후 수업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도 교실 분위기는 금방 달라졌다. 4인 1조를 이뤄 과제를 풀게 했더니 여기저기에서 선생님을 불러대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조는 아이가 없었다. 기존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관심이 우등생에게 집중되었다면, 새로운 방식에서는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개별적으로 설명해주게 되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니 집중이 잘되고 재미있다면서 주말이면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중간고사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성적이 60점대에서 90점대로 수직 상승한 아이들이 속출했다. ‘난 원래 공부에 재능이 없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됐다. 함께 고전소설을 재구성하거나 동영상을 만드는 등 팀 프로젝트가 많아지다 보니 아이들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동안 각자의 재능을 재발견하고 서로를 인정하게 됐다. 아이들의 표정부터 달라졌다.


교육혁신의 핵심은 ‘신뢰’

2014년 3월 이 실험 과정이 〈거꾸로 교실의 마법〉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자 교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내가 방법을 몰라서 우리 아이들을 재우고 좌절감만 주고 있었구나. 나도 저런 교육을 하고 싶다’는 교사들이 속속 생겨났다. 2014년 8월 그런 교사들에게 새로운 수업 방식을 전파하는 캠프를 열기 시작했다. 미래교실을 먼저 체험한 교사들이 주번이 되어 새롭게 시도하려는 교사들을 이끌었다. 2014년 10월에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인 미래교실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먼저 체험한 사람들이 전파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다단계 판매나 종교집단의 전도 방식과 비슷합니다. 2013년 교육실험을 하면서 이런 교육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바로 이 방식을 구상했습니다. 교육혁신을 먼저 실현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전파 통로가 되어 다른 교사들을 설득해나가는 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단 한 명도 자지 않고 모두가 즐겁게 공부하는 교실을 체험해 보면 중독처럼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누구에게나 전파하고 싶어지지요. 외국에서는 교사 단체와 교육문제를 지적하고 연구하는 단체가 따로따로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교사들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래교실네트워크가 주최한 교사캠프에 참가한 교사들이 모둠 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그는 교육혁신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비영리단체 사무총장이 되었다. 같은 뜻을 가진 다섯 명의 교사와 함께 시작한 미래교실네트워크에 가입한 회원은 현재 1만 3100여 명에 이른다. 갈수록 가속도가 붙으면서 회원 수가 불어나고 있다. 40회에 걸쳐 개최한 연수에 교사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전국 곳곳에 교사 모임이 조직돼 서로의 수업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진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과목에 국한하지 않고 역량을 키워주는 수업도 연구 중이다. 상근 직원 7명, 연구진 10명으로 단체의 몸집도 커졌다. ‘이렇게 빨리 확산될 줄 알았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교육실험을 준비하던 2013년 6월, 제 페이스북에 핵폭탄이 터지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우리 교육이 뒤집힐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어느 정도 그때 생각했던 수순대로 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려면 재정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그는 ‘어디 가서 후원해달라며 손을 내미는 성격이 못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활동을 지켜보던 곳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소셜벤처 육성 자선기업인 ‘C.program’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고,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우승을 했다. 사회 혁신가를 지원하는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되어 생활비 일부도 지원받는다. 그는 교육혁신의 핵심은 ‘신뢰’라고 말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육의 주도권을 넘겨주려면 ‘학생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방법이 좋아도 그런 신뢰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죠.”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뭐라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재기발랄하게 살기를 바랐는데 왜 저렇게 영혼이 빠져나간 듯 무기력할까?’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그게 그 아이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무엇 때문에 배우는지도 모르는 것들을 억지로 외우게 하고, 왜 그것으로 경쟁을 시키는지’ 불만이 컸거든요. 아이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후 ‘네 인생이니 네가 책임져라’면서 무한 자유를 주었습니다.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지요. 처음에는 물론 더욱 방만해졌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가더군요.”
  •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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