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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리더십’이 필요한 사회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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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복잡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항공, 자동차 등 각종 산업뿐 아니라 기후변화, 전염병 모델링 같은 주요 정책에 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5년 문을 연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학의 연구 성과를 산업계에 접목하는 연구기관이다. 연구소를 이끄는 박형주(53) 소장은 대수기하학을 전공한 순수 수학자 출신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수학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박형주 소장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대수기하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오클랜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포항공과대학교와 아주대학교 수학과 석좌교수를 지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의 디자인〉을 진행했고, 〈문명과 수학〉에서는 자문과 감수를 맡았다.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산업수학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여러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수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산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수학을 적극적으로 응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미국 내에 축구장 5개 규모의 거대한 물류 창고를 여러 개 갖고 있어요. 로봇이 움직이며 물건을 찾는데, 고객들이 요구하는 물건을 찾는 과정에서 동선을 최소화해서 시간을 절약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어요. 연구자들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발견했어요. 이에 따라 물건 찾는 시간이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어요. 수학이 물류 혁신을 이끈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박 소장은 지난해 3월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내에 산업수학혁신센터를 열고 스타트업들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가운데 구인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회사가 있었어요. 최단 시간에 기업은 업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구하고 구직자는 희망하는 일을 찾도록 돕는 회사죠. 미스매칭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어요. 저희가 구인 기업과 구직자의 데이터 분석을 도왔는데, 최적화 이론을 활용해 미스매칭 비율을 크게 낮추는 성과를 얻었어요.”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류가 당면한 핵심 의제를 *제4차 산업혁명으로 선정했다. 박 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 개발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연결하는 데 있다”며 “현대사회의 리더는 논리적으로 빅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 수 있어요. 빅데이터 속에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이 숨어 있어요. 영국의 간호사 나이팅게일은 데이터를 모으고 합리적인 추론을 거쳐 의료 개혁을 이끈 사람으로 유명해요. 그는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죽는 직접적인 이유가 총, 칼에 의한 상처보다 비위생적인 병원 환경 때문이란 사실을 밝혀냈어요. 나이팅게일처럼 리더는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갖춰야 해요.”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어떤 경로로 전염되는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연구를 했다. 올해는 기후변화, 지진에 관한 빅데이터들을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수학은 실험실에서 승부를 보고 돌파구를 여는 그런 학문이 아니에요. 수학은 학자들 간 활발한 소통을 통해 발전해왔어요. 수학계에 존재하는 몇 백 년간 풀지 못하는 난제들은 인류가 현재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보여주는 지표죠. 난제를 풀기 위해 수학자들은 자주 학회를 열어요. 그래서 수학자들은 여행할 기회가 많습니다.”

박 소장은 수학은 4년마다 올림픽을 열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이를 격려하는 스포츠와 닮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근대올림픽이 열린 이듬해인 1897년부터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가 처음 열렸다.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성과를 만들기 시작한 분야가 스포츠와 수학이에요.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경험과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점이 비슷해요. 스포츠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육체의 한계에 도전한다면 수학자들은 수학자대회에서 함께 난제를 토론하고 풀어요. 뛰어난 수학자에게 금메달 같은 상(필즈상)도 주고 난제 해결을 함께 축하하죠.”

현재까지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은 한국인은 없다. 박 소장은 한국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는 “주제 선정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내는 성과가 빨리 나는 분야에 연구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요. 취업과 승진에 유리하니까요. 위험도가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연구는 피합니다. 젊은 수학자들이 성과와 관계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한다면 한국인 수상자는 곧 나올 겁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 조건


수학이란 학문의 역사는 대략 3만 년으로 추정된다. 그리스 시대부터 고대인들은 우주의 질서를 연구하기 위해 수학을 발전시켰다. 순수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는 우연한 발견을 통해 실제 생활에 유용한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저는 수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수기하학을 연구했어요. 나중에 제 연구가 신호처리 연구, 이미지 압축 등에 활용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산업 발전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순수수학과 산업수학의 구별은 무의미합니다. 지적 호기심에 의해서 하는 연구가 장려되어야 하는 이유죠.”

지난해 3월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사범의 바둑 대국이 큰 화제가 되었다. 알파고가 4 대 1로 승리하면서 인간이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시대가 될 거라는 불안감이 커졌다. 기술의 발달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한 사람이 평생 5회 이상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될 겁니다. 특정 영역에 특화된 지식과 사고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나는 이것만 할 거야’라고 고집하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습할 수 있는 능력, 해결 방안을 생각하는 능력이 생존의 조건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힘, 학습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자기 생각을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익혀야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지금처럼 단답식으로 학생을 평가하면 안 됩니다. 전 과목의 평가 방식을 서술형으로 바꾸고 문제를 풀면서 자기 생각을 기록하는 훈련을 하게 해야죠.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키워집니다. 어느 분야든 생각을 기록하는 훈련 없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박 소장은 자신도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고 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런 습관이 요즘도 평균 주 1회씩 언론사에 칼럼을 쓰게 했다. 올 상반기 중 지금까지 기고한 글을 정리해 단행본을 낼 계획도 있다.

박 소장의 청소년 시절 롤 모델은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었다. 칼 세이건은 1980년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해설자로 나서서 생명의 탄생부터 광대한 우주의 신비까지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동명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저는 칼 세이건이 해설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진로를 정했어요. 그가 많은 이들에게 우주의 광대함을 보여주고 꿈을 꾸게 했듯이 저도 학생들에게 수학이 배울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제4차 산업혁명 :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 발명 이후 기계에 의한 생산이 가능한 시대, 제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전기와 생산조립 라인의 결합에 의한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제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촉발된 지식정보 혁명으로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간과 사물의 데이터가 수집, 축적, 활용되는 시대를 뜻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인공지능,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이 일으킨 디지털 혁명이 일상으로 파고드는 시대이다.
  •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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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문경구   ( 2017-01-30 ) 찬성 : 4 반대 : 3
생각하는힘을 가르치기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할것같다.
 학교현장은 년4회의 정기평가가 있다. 이 또한 줄여야할듯싶다.언제어디서든배워야한다는생각의힘과그것을실천하는학습능력을기르는것이 공교육의혁명이될것같다.
 기대된다.해낼수있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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