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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시장을 흔든 디자인 컵 슬리브 잔띠 개발자

최병철아이디어팩토리 최병철 대표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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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작은 차이가 때론 시장에 큰 바람을 일으킨다.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거리에서 쉽게 커피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차별화된 홍보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커피 시장에서 컵을 감싸는 슬리브로 디자인 열풍을 일으킨 이가 있다. 컵 슬리브 ‘잔띠’를 만든 최병철아이디어팩토리 최병철(44) 대표다.
주말 하루 평균 방문자가 3000명에 달한다는 이태원 경리단길의 스트릿트 츄러스, 제주 애월에 지드레곤이 문을 연 몽상드 애월, 드라마 〈맨도롱 또〉의 촬영지로 유명한 카페 봄날 등 소위 잘나가는 커피 전문점에서 잔띠를 쓴다. 처음 1곳이었던 납품 점포가 지금은 800개 업체에 달하며 연 매출도 20억이나 된다. 컵 슬리브 잔띠는 기존의 밋밋한 골판지 대신 특수 코팅지를 사용해 끝을 둥글게 안쪽으로 말아 올려 말캉한 촉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컵과 슬리브 사이에 공기층이 생겨 열전도가 되지 않게 하면서도 전면에 컬러를 넣을 수 있어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해 기능과 멋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소비자 반응도 좋아 잔띠 컵 슬리브만 수집해 소장하는 마니아층이 생겼을 정도다.

잔띠는 벤처기업 최병철아이디어팩토리의 주력 브랜드다. 컵을 뜻하는 잔과 홀더를 의미하는 띠를 합친 순 우리말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만든, 최 대표의 말을 빌려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이름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

“기존 골판지 슬리브는 냄새도 많이 나고 젖으면 불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세상이 바뀌었는데 슬리브도 예쁘고 개성 있는 것이면 좋겠다 싶었죠.”

최병철 대표가 잔띠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12년이다. 사업화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잔띠 하나에 기계 공정, 기술, 디자인 분야 등 5가지의 특허가 숨어 있다. 컵 슬리브에 맞는 종이를 찾기 위해 일회용 컵 종이와 아이스크림 포장지 등 별의별 종이를 다 써봤다. 연구 끝에 고급 아트지 위에 코팅하는 방식을 택했다. 종이의 위아래 부분을 부드럽게 말기 위해서는 섭씨 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야 하는데, 코딩을 하고 열을 줬더니 깔끔하게 말려 들어갔다. 이 공정을 위한 기계도 만들었다. 처음 한 대의 기계로 생산하다가 지금은 기계 6대로 월 300만 개를 만든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은 보람되면서도 동시에 고된 일이다. 상품을 만들었지만 판매는 난관이었다. 골판지 슬리브에 비해 부피가 큰 데다 무게도 무거워 업체들이 꺼렸다. 그 모든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잔띠의 고급화 전략이었다.

“기존 골판지는 먹으로 인쇄하는 것이 전부예요. 잔띠는 골판지보다 1.5배 정도 비싸지만 풀 컬러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죠. 사진도 넣을 수 있고 발색이 좋아 커피 브랜드 로고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할 수 있어요.”

그의 예측이 적중했을까. 프랜차이즈 점포가 아닌 일반 소규모 커피 전문점에서 잔띠를 찾기 시작했다. 커피를 비싸게 팔아도 고급스러운 컵 슬리브 하나에 고객들의 만족감이 높아졌고, 입소문이 나며 손님이 늘었다는 전언을 들었다. 납품 점포가 늘었고, 이는 자연스레 잔띠를 홍보하는 수단이 됐다.

“1개 점포에서 시작해 10개 이상 점포를 연 곳이 많아요.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적중한 거죠. 그들이 사용하는 컵 슬리브가 곧 잔띠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단지 플랫폼만 제공하고 고객의 브랜드 로고 뒤로 숨어 있죠. 그 속에서 함께 크는 거예요.”

굳이 광고하지 않는 대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질을 최고로 맞추는 데 주력했다. 지금까지 나온 디자인만도 100가지가 넘는다. 디자이너가 직접 인쇄소에 가서 색을 맞춰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감을 정확하게 맞춰낼 수 있도록 했다. 후 가공을 통해 완벽함을 갖춘 것이 오랫동안 써도 사랑받는 비결이 됐다. 최 대표는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비록 작은 컵 슬리브지만 명품처럼 정성을 쏟으면 사람들도 알아봐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상상은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삶의 일부

최병철아이디어팩토리라는 이름은 최병철 대표의 아이덴티티다.

“투자자도 이것을 원했죠. 엉뚱한 상상력에 사람들이 투자하는 거죠. 사무실이 없어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는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사실상 회사는 의미가 없어요.”

발명가를 꿈꿨던 그는 어려서부터 전자제품을 분해하는 것을 좋아했다. 텔레비전이나 전축, 가구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분해하고 새로 조립했다. 초등학교 때는 글짓기 대회에서 ‘30년 후의 미래 모습’을 주제로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무빙워크를 타고 생활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풀어내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때부터 상상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대학에서 전자과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은 현대전자 반도체 관련 부서였다. 몇 년 뒤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던 반도체장비 회사에 스카우트되며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돈이 생기자 그동안 못 해본 일을 해보고 싶어 회사를 관두고 일식요리 학원에 다녔다.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에도 뛰어들어 이자카야, 라이브카페도 운영했다. 온라인으로 명품과 해외 제품을 들여와 파는 소규모 무역도 해봤다. 실패해도 도전해보자는 욕구가 강했다. 투자가 있어야 수확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장사를 하다 보니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내어 집중력 있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소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사업을 해보려고 주식회사 디온을 세웠죠.”

디온을 만들고 처음 특허를 낸 것이 벽면 빌트인 플라스마 방식의 음이온 공기청정기다. 음이온을 발생시켜 양이온 상태의 유해물질을 제거해주는 공기청정기로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2014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자전에서 전자신문이 선정한 주목받는 여덟 개 아이템 중 하나로 뽑힐 정도로 이슈였다. 제품이 소형화되어 있어 아파트의 방마다 설치할 경우 ‘대박’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개발을 완료하고 투자자를 기다리는데,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중국 기업 하이얼의 투자 제의도 거절하고 국내 업체와 손잡았는데 샘플링 작업을 마치고 제품 초기화 단계를 밟을 때까지도 투자금이 입금되지 않았다. 회사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고 제품은 시중에 선보이지도 못하고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 좌절은 없었다. 비록 매일 라면을 먹을지언정 상상과 현실화의 의욕이 앞섰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컵 슬리브’다. 회사 이름도 최병철아이디어팩토리로 바꿨다. 최 대표를 포함해 두 명의 직원이 전부였지만 그는 새로운 시작에 들뜨고 행복했다.

“제가 개발해 온 것들은 중구난방 통일점도 없고 각기 달라요. 하지만 제가 모든 기술을 알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이 발명의 시작입니다. 머리로 설계한 것을 실제 만들어낼 때의 쾌감이 있죠.”

최병철 대표는 지금까지 스무 가지 이상의 특허를 냈다. 이중 진공 컵 자동생산 기계, 펜으로 된 빔 프로젝터, 지하철 유리창에 설치하는 광고판, 온라인 검색창 광고 등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아이디어 단계인 것만 해도 1000가지가 넘는다. 모든 사람이 편하게 쓰는 물건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그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이유다. 지금도 여유가 있으면 늘 엉뚱한 상상에 빠져들곤 한다.

“새로운 것, 세상 안에서 내 것을 낳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상상에는 돈이 들지 않아요. 내가 망하더라도 상상력은 소멸하지 않아요. 특허를 내는 데도 1만원이면 되죠. 재벌도 부럽지 않아요. 상상은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내 삶의 일부니까. 사람들에게 상상공장장 최병철로 기억되고 싶어요.”
  • 201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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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 2017-01-20 ) 찬성 : 14 반대 : 9
지드래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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