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뜨개질에 젊은 감각을 입히다

열두 띠 손뜨개 인형 작가 이현주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직업으로 삼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드물다. 잡지 모델, 음악전문 방송 진행자 등을 거쳐 뜨개질 작가로 전업한 이현주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뜨개질에 젊은 감각을 입혀 최근 출산·생일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열두 띠 인형을 만들고, 디자인 요소가 강조된 인테리어 소품들을 선보이며 뜨개질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진짜 원하는 일을 찾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는 그는 “뜨개질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사진제공 : 라이트 하우스
잡지 모델에서 뜨개질 작가로 변신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지인의 소개로 당시 새롭게 출시된 의류 브랜드의 일반인 모델로 얼굴을 알린 것이 계기였다. 브랜드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신문·잡지 등의 지면을 장식했고, 단숨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여러 패션 잡지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승승장구했다. 음악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하는 등 방송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모델 일을 하게 됐어요. 제가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찌 보면 떠밀리듯 십여 년을 달려온 거죠. 그래도 잡지 모델 일만 할 때는 괜찮았는데, 방송 일은 그만큼 즐겁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끼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오디션도 없이 모델이 된 것 자체가 무척 운이 좋았던 건데, 제가 간절히 원했던 일이 아니다 보니 그게 행운인지조차 몰랐어요. 일에 슬슬 회의가 느껴지면서 지금이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TV에서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해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부터 뒤늦은 ‘적성 찾기’를 시작했다. 요리, 제빵, 플로리스트 과정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모두 몇 달을 넘기지 못했다. 방황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급증도 일었다. 그 무렵 찾아간 곳이 집에서 가까운 작은 뜨개질 공방이었다. 뜨개질을 해본 적이 없던 그는 가장 기초단계인 목도리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바늘하고 실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게다가 당시에 개인적인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뜨개질 덕분에 잘 극복했어요. 이걸 잡고 있는 순간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거든요. 잡념을 떨치고, 몰두하게 되니까 더 깊이 빠져들었어요.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늘 의지할 수 있는 취미’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헤매다 결국 뜨개질을 만난 거죠. 뜨개질이 그 어떤 약보다 효과적으로 제 상처를 치유해줬어요. 진짜 좋아하는 걸 찾았으니 이걸 일로 연결하는 게 다음 목표가 된 거죠.”

그는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얻기 위해 블로그를 열었다. 소품 위주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온라인에서 금방 입소문이 났고, 방문자 수가 나날이 늘었다.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을 위해 가끔 커피숍에서 일일 강좌도 열었다. 수강생 수가 늘면서 3년 전, 반포동에 ‘줄리줄스’라는 이름의 공방을 열었다. 줄리는 그의 영어 이름으로, 그는 상사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외국에서 생활하다 대학교 입학과 함께 귀국했다. 현재 그의 공방은 일일 강좌와 정규반을 합쳐 수강생 수가 30~40명에 이른다.


‘뜨개질은 할머니들의 취미’라는 고정관념 깨고 싶어

이현주 작가의 대표작 열두 띠 인형.
그의 대표작이자 줄리줄스를 유명하게 만든 아이템은 바로 열두 띠 인형. 그는 “뜨개질 소품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는 외국과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예쁘고 보기 좋으면 특별한 용도가 없다 하더라도 뜨개질을 하거나 구입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용도를 묻는다는 것. 국내에서는 ‘실용성’이 뜨개질 소품을 선택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다 열두 띠 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다른 데서 얻었어요. 외국의 어느 뜨개질 작가가 ‘헬로 키티’로 십이간지 인형을 제작했는데, 헬로 키티 제작사인 일본 산요에서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걸어 작가가 패소한 사건이 있었지요. 그걸 보면서 십이간지 원래 캐릭터로 귀엽게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귀여운 애들한테 십이간지라는 말은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열두 띠 인형이라고 이름 붙였고요. 이걸 출산이나 생일 선물로 제안했더니 반응이 엄청나게 빨리 오더라고요. 지금은 집에서 혼자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로 판매하기도 하고, 공방에 와서 배울 수도 있고, 완제품으로도 주문 제작을 하고 있어요.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와 얼마 전 《줄리줄스의 열두 띠 손뜨개 인형》이라는 책도 냈어요. 제게는 복덩이 같은 아이들이에요(웃음).”

열두 띠 인형 외에도 그는 최근 홍대 앞에 새롭게 문을 연 커플들을 위한 소품 편집숍 입점 제의를 받아 실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열두 띠 인형 열쇠고리 등을 제작했다. 동화 속 캐릭터인 빨간 망토와 피노키오 인형은 영국에서 발간되는 니트 전문지 《Knitting》에도 실렸다.


공방 한편엔 유명 백팩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뜨개질로 장식한 가방이 걸려 있고 기존 캐릭터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독특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대머리가 된 피노키오가 편안한 자세로 ‘소맥’을 즐기는 모습이나 일주일 동안 매일 하루씩 무지개 색으로 팬티를 갈아입는다는 설정의 슈퍼맨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저는 이런 재미있는 작업을 좋아하는데 많이 하지는 못해요. 공방을 운영하려면 수익을 내야 하니까, 처음에는 제가 ‘뜨고 싶은 것’과 ‘떠야 하는 것’ 사이의 갈등이 좀 있었어요. 지금은 그 중간 지점을 찾아서 잘 조율하고 있지만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중 하나가 실을 이용한 미술작품이에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는데 정말 재주가 없었거든요. 붓과 물감 대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실로 작품을 만들어 그 욕구와 갈증을 풀어보고 싶어요.”

현재 인테리어 업체, 가구 업체와도 협업하며 다양한 소품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이런 활동을 통해 ‘뜨개질은 할머니들의 취미’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매일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삼십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2017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dream   ( 2017-02-12 ) 찬성 : 16 반대 : 12
뜨개질도 창의적인 예술이 될수있다는데 공감합니다
 앞으로 신선한 작업 기대합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