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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래로 처방하는 의사예요

밴드 닥터처방전 이동환·이진호

“무턱대고 굶게 되면 / 근육들이 빠져나가 / 요요현상 잘 오게 되고 / 살찌기 쉬운 체질이 돼 / 다이어트 할 때에는 / 단백질을 주로 먹어 …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은 / 지방으로 많이 가죠 / 혈당지수 보고 낮은 음식들을 / 골라 먹어요…”
〈듣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노래〉 중에서
이동환씨(왼쪽)와 이진호씨는 노래의 힘으로 환자를 치료해보자는 의미로 밴드 닥터처방전을 결성했다.
이런 건강 정보들을 노래로 만들어 보급하는 의사들이 있다. 이동환씨와 이진호씨가 2014년 결성한 밴드 닥터처방전이다. 지난해 3월 〈굿바이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디지털 음원을 계속 출시하고 있는 닥터처방전은 밴드 이름에 걸맞게 현대인의 질병을 노래로 처방하고 있다. 〈듣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노래〉같이 올바른 다이어트 정보를 전달하는 노래부터 당뇨와 고지혈증의 위험, 마늘과 요오드(아이오딘), 자궁암 백신의 효능을 알리는 노래와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 〈나는 암을 사랑합니다〉 〈일어나라나라〉 등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노래도 만들었다. 진료와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을 저녁 시간에 녹음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음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의사들

연세대 의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09년 이동환씨가 여는 ‘만성피로연구회’ 워크숍에 이진호씨가 참가하면서 처음 만났다. 이진호씨는 선배인 이동환씨를 보자마자 “선생님도 음악하시죠?”라면서 자신의 앨범 세 장을 내밀었다.

“공부하러 온 사람이 음악 이야기부터 꺼내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공부도 하고 음악도 하자면서 너무 좋아했죠. 하지만 각자 너무 바빴기 때문에 음악활동을 같이 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중・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푹 빠져 지냈고, 의사가 되고 나서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차였다. 중학생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작곡을 했던 이동환씨는 대학 시절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개업 후에는 프로 작곡가들에게 개인 레슨을 받으면서 프로젝트 음반을 내왔다. 이진호씨 역시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록 페스티벌을 열 정도로 음악에 열정이 넘쳤고, 의대 본과 2학년 때는 아예 재즈아카데미에 등록해 작곡과 편곡을 제대로 배웠다.

“진로 고민을 할 때 의대 선배인 아버지가 ‘예과 때는 시간이 많으니 음악하기 딱 좋다’고 설득하시더라고요. 막상 들어가 보니 웬걸요. 공부 부담이 너무 큰 거예요. 배신감을 느끼고 방황하다 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갔죠. 그 후 보건소 근무를 할 때 교통사고로 닷새 만에 깨어난 적이 있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2005년부터 ‘야소다라’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냈습니다. 야소다라는 출가하기 전 부처의 아내 이름으로, 현실에서도 진리를 체험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의미를 담았죠. 불교도는 아니지만 마음에 관한 노래를 많이 부르다보니 불교 행사나 산사음악회에 초대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의사와 가수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기능의학도 두 사람의 공통적인 관심사다. 기능의학은 질병으로 발전하지 않았더라도 기능이 떨어진 세포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대의학으로는 원인을 찾기 어려운 만성피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기능의학을 공부하던 이동환씨는 2008년부터 의사들을 대상으로 만성피로연구회 워크숍을 열기 시작했다.

“한 해에 한 번 5주 동안 매주 일요일 6시간씩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일방적으로 강의만 듣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게임과 토론을 하고 조별 과제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꼬박 진료를 해야 하는 의사들이 1주일에 딱 하루 쉬는 일요일을 반납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워크숍에 참가한 후 ‘의사인 내 삶부터 바뀌었다’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환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하고요.”

현대인은 누구나 만성피로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사과, 시금치 등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예전에 비해 영양소 섭취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산업화된 경작으로 땅의 양분이 고갈되면서 식품 속 영양소가 확연히 줄어든 데다 도시 환경의 독소 때문에 에너지대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자와 라면 등 영양소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음식으로 때우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로 앉아있는 데다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우리를 만성피로로 내모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교정해주는 치료가 필요하지요.”

이진호씨는 워크숍에 참가하기 전 자신 역시 만성피로 상태였다고 말한다.

“진료와 음악활동을 병행하면서 피곤에 찌들어 있었기에 저 자신의 상태부터 개선해야 했습니다. 음악 하는 분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더 끌렸고요. 워크숍 덕분에 만성피로를 극복하고 병원 진료와 공부, 음악을 한꺼번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년 봄 ‘함께 다이어트’ 힐링 콘서트


이동환씨와 이진호씨가 만나면서 만성피로연구회의 기반도 탄탄해졌다. 이진호씨는 워크숍 참가 의사들과 모임을 만들어 만성피로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번역서도 여러 권 냈다. “내가 수료생을 배출하고 나면 진호씨가 탄탄하게 조직을 다졌다”고 이동환씨는 말한다. 연구회는 2013년 대한만성피로학회로 발전했고, 현재 이진호씨가 회장, 이동환씨가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책으로도 기능의학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이동환씨는 《당신의 세포가 병들어가고 있다》 《만성피로 극복 프로젝트》 《굿바이 스트레스》 등 을 냈고, 이진호씨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내 몸의 에너지 도둑》 등 기능의학 관련 책을 번역하고 지난해에는 요오드(아이오딘) 식품의 효능을 알리는 《슈퍼미네랄 요오드》를 펴냈다.

“외국에서는 요오드를 필수영양소로 삼아야 한다는 논문이 계속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요오드 검사를 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습니다. 검사센터의 대표를 설득해 미국에서 기계를 사 오도록 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검사를 의뢰했죠. 그랬더니 대부분 요오드가 부족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요오드 결핍이 불임이나 비만, 저체온을 초래하고, 난소나 유방에 혹이 생기게 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진호씨는 요오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슈퍼미네랄 요오드〉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이들은 노래도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집니다. 음악이 분명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거지요. 환자를 치료할 때 식이조절과 운동요법, 영양소 보충, 아로마 등을 활용하는데 음악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노래의 힘으로 환자를 치료해보자는 의미에서 닥터처방전을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진료뿐 아니라 강연으로도 바쁘다.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원장인 이동환씨는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강연하느라 1주일에 사흘만 환자를 진료할 정도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강연도 진료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일이 좋아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한 이동환씨는 강사협회에서 명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의를 하면서 중간중간 건강과 관련된 노래를 불러주는 게 두 사람만의 특기다. 그래서 “우리가 강의할 때는 조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내년 봄에는 두 사람이 함께 다이어트 힐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노래와 더불어 제대로 된 다이어트‧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콘서트다. 진료와 음악활동에 강의와 책 집필까지. 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만성피로에 빠지지 않는 비결이 궁금했다.

“기능의학을 생활에 접목하면서 사니까요.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다녀서는 자기관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식생활과 수면, 스트레스 등을 철저히 조절하고 영양제도 많이 먹습니다. 커피와 설탕은 가능한 한 삼가죠. 식구들에게도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잔소리꾼이 되죠.”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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