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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 ‘자존감’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저자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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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지금 가는 길이 맞나?’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세 가지 질문의 연결고리에는 ‘자존감’이 있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self-esteem)’에 대한 만족감 지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한때 유행하던 ‘힐링’이 가고 ‘자존감’이 화두다. 힐링이 몸과 마음에 대한 치유라면 자존감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자기 검열의 단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치유 이전에 내면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40)은 저서 《자존감 수업》에서 “튼튼한 자존감은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자존감 트레이너’를 자처하는 윤홍균은 이름 있는 작가도 아니요, 인기 명강사도 아니다. 오히려 책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초짜 작가’다. 2013년부터 블로그에서 닉네임 ‘윤답장’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며 유명세를 탔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잡지와 신문에 이름을 알린 게 전부다. 그런 그의 책이 출간 두 달 만에 30쇄를 찍으며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왜 이토록 사람들이 그의 책에 열광하는 것일까. 마포구 공덕동에 자리한 윤씨의 개인 병원에서 그 이유를 물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신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사회가 불안정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못났다 생각하고 자존감의 붕괴가 시작되고 그런 말들이 떠오른 것이지요.”

희끗희끗한 머리, 코에 안경을 걸친 그는 얼핏 봐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나직하게 읊조리듯 작은 목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달랬다.

그동안 서점가에서는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이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지금까지의 심리학 책이 철학적 사유에서 그쳤다면, 그의 책은 의학적 분석을 곁들였다는 차별성이 있다.

“승려와 목사, 신부가 영성을 바탕으로 신앙적인 구원을 한다면, 심리학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저는 의사니까 실질적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합니다.”


윤홍균 원장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자존감을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남양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일하면서부터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불안, 중독, 우울 증상의 한가운데에는 자존감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자존감이 낮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중독과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서처럼 쓴 책이에요.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가족 걱정이 되더군요. 아이들이 커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방어막이 될 무언가를 남겨줘야겠다 싶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자존감이에요. 내가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불행했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했을 때 가장 행복했거든요.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싶었어요.”

저자는 책에서 자존감 회복 훈련법 40여 가지를 소개하고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을 적었다. 상담을 받지 않고 책을 통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자신의 책을 ‘자존감 사용 설명서’이자 ‘자존감 회복방법’이 담긴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마치 요리책에서 재료에 맞는 요리법을 골라내듯, 독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읽어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자존감이 낮으면 큰일이 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인생 전부는 아니에요. ‘자존감이 낮으면 안 좋은 건가?’ 아니거든요.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아도 괜찮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윤 원장은 책에서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순수한 상태에서 타인이 함께할 때 삶의 진정성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너와 똑같다’라는 것이다. 그는 대가족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항상 형의 비교 대상이었다.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뒷자리에서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에서 항상 주춤했다. 과학고에 응시했다가 떨어졌고, 대학도 한 번에 붙지 못했다. 심지어 재수를 위한 입시학원 시험에서도 탈락했다. 어렵게 들어간 의과대학에서는 유급을 당하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도태된 느낌을 받았다고 무덤덤하게 이 모든 얘기를 풀어 놓았다.

“잘할 줄 알았는데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걸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결과가 나옵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

윤홍균 원장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좋은 집안에서 나고 자란 이들을 ‘금수저’로, 가난한 집안을 ‘흙수저’로 나누는 ‘수저 계급론’이 사회적 쟁점이다. 태생적인 박탈감에서 나온 이 말은 시대가 가진 우울한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자존감의 상실도 지금의 사회가 할퀴고 간 아픈 생채기이자 흔적이 아닐까? 윤홍균 원장에게 우리나라 청년들의 자존감 상태는 어떤지 물었다.

“최근 30년간 대학 진학률이 30%에서 70%대로 늘었어요. 모든 경제지표에서 떨어진 유일한 것이 경제성장률과 20대 남성 취업률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경쟁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청년들이 취업에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자존감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떨어뜨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존감은 일종의 사회라는 텃밭에 뿌려진 씨앗 같은 것이다. 환경이 척박하면 자존감이 성장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녀도 ‘나는 왜 이리 못났을까’ 하면 자존감이 낮은 거고,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나는 잘났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을 뿐이야’ 하면 자존감이 높은 거라고 말한다. 현재 상황이 아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각기 다른 영역입니다. 그 교집합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자신을 틀 안에 가두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여기(here&now)에 집중하세요. 과거에 집착하면 후회스럽고 미래를 생각하면 혼란스러워요.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자존감에 자양분을 줄 수 있을까.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위한 치료법으로 그날의 감정을 수첩에 적어볼 것을 권했다. 지금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를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라는 것이다.

“기본 방식은 안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꺼내는 것이에요. 억압된 것을 표현하는 것이죠. 마음속에 있는 것이 배출돼야 해결할 수 있어요. 표현 방식에서는 타인에게 숨겨야 하거나 나만의 은밀한 활동이 아니라 떳떳한 방향으로 발산해야 해요. 운동처럼 몸을 쓰는 신체 활동이나 예술 활동이 올바른 예이죠. 또 지속해서 자기 관리를 해야죠. 꾸준히 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역시 자신만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긍정적인 혼잣말을 되뇐다. 출근길에는 “나는 괜찮은 의사다, 나는 괜찮은 작가다”를, 퇴근하면서는 “나는 괜찮은 남편이다. 괜찮은 아빠다”를 말이다. 철저하게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것도 그의 철칙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결과물이 없다는 것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인생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꽃 피는 봄이 10대이고, 20~30대는 초록이 가득한 여름이에요. 푹푹 찌고 잡초와 더불어 엄청난 성장을 하지요. 하지만 아직 열매를 맺기에는 일러요. 여름에 열매가 안 맺히는 것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의지 박약이나 잘못된 길을 걷기 때문이 아니라고요. 자책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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