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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함께 사는 법을 생각합니다

김태경 농업법인 (주)만덕식당 이사

밥 식(食) 자는 사람들이 좋은 것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1호 식육마케터이자 축산경영학 박사 김태경 농업법인 (주)만덕식당 이사는 식당에서 나눌 수 있는 ‘좋은 것’ 을 생각했다. 그는 외식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고용하고 직접 창업을 지원하는 ‘고기운청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청년들과 골목의 작은 식당이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고깃집 네트워크를 꿈꾸는 중이다.
일+배움+열정, 고기운청년단

농업법인 (주)만덕식당이 운영하는 돼지고기 전문 음식점 만덕식당에는 ‘고기운청년단’ 이라는 게 있다. 외식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고깃집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 등을 무료로 전수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면 반으로 뚝 잘라 나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받도록 한 인센티브제다. 직원으로 경험을 쌓은 후 직접 창업을 원할 경우에는 본사의 투자와 인력 지원도 가능하다. 이 특이한 시스템은 외식업계 종사 20여 년을 훌쩍 넘긴 ‘선배’ 김태경 이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그는 식육 및 외식 브랜드 마케팅의 고수이며, 돼지고기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기술을 보유한 외식 분야의 전문가다.

“우연히 ‘청년장사꾼 열정도’ 스토리를 알게 됐어요. 청년들이 열정을 브랜드로 삼아 외식 업계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죠. 창업시장은 전쟁터예요. 이 청년들은 말 그대로 ‘의용군’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모두가 열정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어요. 주위에 정말 많은 청년들이 맨주먹으로 외식 창업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망하죠. 누군가는 열정보다 중요한 ‘기본’을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이사는 일과 배움을 함께할 청년단의 운영을 떠올렸다. 높을 고(高), 기운 기(氣)를 써서 ‘기운이 높다, 고기에 운을 걸어보자’는 뜻의 ‘고기운청년단’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기운청년단에 대한 내용을 올리자마자 외식 창업에 관심을 둔 청년들이 찾아왔다. 창업가 정신과 인성 등을 비롯한 인문학 교육은 본사 회장이 직접 맡아주었고, 김 이사는 현장에서 경영, 기술, 서비스 등의 교육을 담당했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만덕식당의 오픈과 함께 고기운청년단도 출발했다. 이제 운영 10개월째, 김 이사는 생각지 못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이다. 생각보다 빨리 청년단 출신 두 명이 만덕식당 지점을 오픈했고, 본사 직원으로 근무하거나 타 외식 브랜드에 취업하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외식 브랜드에서 적극적으로 고기운청년단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는 등 놀라운 소식도 들려온다.

“외식학회에서 고기운청년단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적극적으로 도입한 분들이 계셨어요. 만덕식당보다 더 빨리 안착돼서 직원들이 일도 배우고 높은 연봉도 받고 있다고 해요. 오히려 저희는 아직 욕심만큼 높은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는데, 자극이 되죠. 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중요한 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생각을 공유하는 거니까요.”


국내 최초 고기에 ‘브랜드’ 붙여

자체 개발한 드라이에이징 기술로 돼지고기 메뉴의 다양화에 성공했다.
김 이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식육 브랜드를 만든 마케터다. 축산경영학을 전공하고 롯데푸드에 입사해 햄·소시지용 고기를 직접 어깨에 지고 나르며 일을 배웠다. ‘브랜드 고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던 시절, 그는 육류의 브랜드화를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고기는 공산품처럼 브랜드로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정육점 주인 마음대로 인기가 많은 부위에 상대적으로 값싼 부위를 섞어 팔고, 소비자도 알면서 속는 관례(?)에서 벗어나, 정확한 부위별 포장, 냉장육, 위생적 유통을 약속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출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대기업표 식육 브랜드 F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론칭했고, 이후 국내 10대 식육 브랜드 중 4개 이상의 브랜드를 개발해 역시 성공시켰다. 그리고 2014년 유명 외식기업의 브랜드 리뉴얼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돼지고기 드라이에이징과 인연을 맺었다.

드라이에이징은 숙성법의 하나로 육류의 풍미를 높여준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쇠고기에 주로 사용할 뿐 돼지고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냉장시설이 좋지 않던 시절, 도축 후 바로 유통할 때 돼지고기의 중심 온도가 높아 속에서부터 상하는 현상 때문에 생긴 말이다. 하지만 그는 냉장기술이 발달한 요즘 돼지고기 숙성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숙성이 잘된 돼지고기는 맛도 좋지만 특유의 잡내가 없어요. 쇠고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돼지고기의 이미지를 바꾸고, 다양한 메뉴 활용도 가능해지죠.”

그는 전문가들과 함께한 개발 과정에서 ‘온도 2도 미만, 습도 75%’의 적정 수치를 찾았고, 드라이에이징 전 영하 1도의 물에서 1차 숙성을 하는 웻에이징(wet aging)과 교차로 숙성해 맛을 끌어올리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김 이사는 이 같은 숙성법의 개발이 축산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삼겹살의 선호도가 높잖아요. 연간 약 1400만 마리의 돼지를 도축하는데 삼겹살은 부족해 수입을 하고, 타 부위는 헐값에 팔아요. 하지만 숙성법을 이용해 타 부위의 맛을 끌어올리면 삼겹살 대신 다른 부위도 찾게 되겠죠. 만약 앞다릿살 가격을 2000원만 더 받을 수 있어도 농가 소득이 연 7000억원 정도 증가할 겁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김 이사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만덕식당 메뉴에 숙성 앞다릿살을 포함시켰다. 현재 매출의 40%가 삼겹살, 30%가 앞다릿살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의 모든 돼지고깃집의 매출이 삼겹살에 집중되는 것과는 크게 다른 결과다. 숙성법의 활용으로 축산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나는 이유다.


돼지고깃집들의 행복한 플랫폼

김태경 이사는 함께 일하는 청년들이 훗날 모두가 작은 가게를 하나씩 창업하길 희망한다.
“얼마 전 돼지고깃집을 해보고 싶다는 청년들이 찾아왔어요. 나름 준비를 많이 한 듯했고, 자신감이 가득했죠. 그래서 한 달여 동안 속성 교육을 하고 만덕식당 지점을 오픈해줬는데, 얼마 안 가 망했어요. 이유요? 경험 부족이죠. 만덕식당이라는 브랜드, 좋은 품질의 고기, 그리고 열정이 있어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경험으로 터득하는 배움입니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오직 경험으로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경험은 땀을 쏟은 시간만큼 얻을 수 있다. 그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그가 지켜본 요즘 청년들은 똑똑하고 열정적이지만, 급하고 판단이 너무 빠르다. 현장 경험이 6개월도 채 되기 전에 창업을 하거나 조금 더 높은 연봉을 따라 금세 이직을 결정하기도 한다. 선택에 정답은 없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의 본질을 명확하게 알고, 비전을 갖기 전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식당은 음식을 먹고 행복을 느끼는 곳입니다. 그게 본질이죠. ‘좋은 음식을 나누는 일’이 자기 비전이 될 수 없다면 외식 창업으로 성공할 수 없어요. 돈만 좇는 식당은 망합니다. 이런 배움은 책보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느끼면서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이사는 (주)만덕식당이 ‘돼지고깃집들의 행복한 플랫폼’이 되길 희망한다. 새로운 숙성법으로 만든 맛있는 고기를 골목의 작은 고깃집들이 함께 팔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만덕식당의 고기를 구매해 사용하는 대가로 가맹비 등의 비용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만덕식당의 상호를 사용해도 좋고, 다른 상호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만덕식당은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저희 네트워크 안에서 청년들이 열정을 보상받으며 일도 하고, 나중에 가게도 하나씩 열었으면 해요. 테이블이 2~3개뿐인 작은 식당들이 저희 노하우를 공유해 경쟁력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이런 바람들이 제가 식당을 하는 이유입니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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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매운맛   ( 2016-12-06 ) 찬성 : 8 반대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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