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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물이 직접 소통하는 시대를 꿈꾼다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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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으로 통화하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 밴드 하나면 전화 통화는 물론, 문자 및 스케줄 알림, 헬스 케어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8월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등장한 스마트 밴드 ‘시그널’은 147만 달러의 펀딩에 성공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창업 1년 만에 전 세계 7000명의 팬이 생겼고, 스마트폰 회사와 유명 시계 브랜드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시그널을 만든 주인공은 삼성전자의 스핀오프(spin-off, 회사분할) 1호 기업 이놈들연구소의 최현철 대표다.

사진제공 : 이놈들연구소
크라우드 펀딩으로 147만 달러 모금

신생 스타트업 이놈들연구소는 2016년 한 해 동안 세상의 크고 작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 배급 및 소매업자들과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적극적인 구매 의사가 이어졌고, 언론이 주목했다.

“전시회에 선보인 제품은 말 그대로 모델에 불과했어요. 기술 시연이 목적이었는데, CES에 참가한 1월부터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저희 기술과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아예 제품 양산까지의 진행 상황을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주기로 했죠.

전 세계에서 7000여 명이 신청했고, 적극적으로 저희와 소통하는 중입니다.”

스마트 밴드 ‘시그널’. 밴드 내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되며, 손목 안쪽 진동자가 소리를 전달한다.
최 대표는 8월부터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이 두 달여 동안 목표 금액 5만 달러의 30배인 147만 달러(약 17억원) 펀딩에 성공한 것도 모두 글로벌 팬들의 입소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록은 킥스타터에서 모금한 아이디어 중 상위 0.003%에 해당한다.

시그널은 스마트폰의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스마트 밴드다. 스마트워치는 물론, 일반 시계의 시곗줄로 착용할 수 있다. 밴드는 스마트폰의 신호를 내부의 블루투스를 통해 받아서 진동으로 바꾼 후 손가락 끝으로 보낸다. 이때 손가락을 이주(귓바퀴의 앞쪽에 불룩 튀어나온 부위, tragus)에 갖다 대면 진동이 귓속의 공기와 만나 소리로 바뀌는 원리다. 밴드에는 마이크도 내장되어 있어 전화기로 통화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목소리가 전달된다.

‘인체를 통해 소리를 듣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최 대표가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관련 실무능력이 있는 대학(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서, 회원들에게는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의 기회가 주어진다. 최 대표는 미디어영상을 전공한 대학 2학년 때부터 뇌공학을 전공한 대학원 졸업까지 6년 동안 회원으로 활동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에도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술자리에서 한 선배가 스마트워치로 가족과 통화를 하더군요. 그런데 스피커폰 기능밖에 없다 보니 통화 내용이 주변에 다 들리는 거예요. 선배도,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민망해했죠. 그날부터 쭉 생각했어요.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활용하되 혼자만의 통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삼성전자 최초 스핀오프 기업이 되다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시그널’을 시연 중인 관람객들.
뇌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뇌에서 나오는 신호의 패턴을 분석하는 전문가다. 뇌공학자답게 스피커폰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그가 찾은 방법은 ‘인체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었다. 피부의 촉각 신경에 자극을 주면 신호는 신경을 타고 척수로 향한다. 이때 척수와 맞닿아 있는 청각신경을 자극해 소리가 들리는 원리를 떠올린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회사의 C랩 과제로 선정됐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의 확산과 임직원의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운영하는 내부 조직으로, 선정된 과제는 1년간 연구 개발 및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최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연구할 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두 달 후 그는 급히 과제를 수정해야만 했다.

“기술 구현에는 자신이 있는데, 실제로 이 기술을 사용할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조사를 했더니, 대부분 ‘혁신성은 우수하지만 사용은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전기신호가 몸을 통과할 때 인체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기 때문이죠.”

2016년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시그널’을 시연 중인 관람객들.
그는 전기신호 대신 인체를 통과할 때 무해한 것으로 확인된 ‘진동’을 선택했다. 최 대표와 연구팀은 진동이 통과하는 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손목에 두르는 밴드의 개발에 집중했다. 과제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개발된 스마트 밴드는 최우수 과제로 선정됐으며, 삼성전자는 최 대표의 C랩을 최초의 스핀오프 사례로 결정했다.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니 당연히 사내 사업으로 선택될 줄 알았던 최 대표는 회사의 결정에 적잖이 놀랐다.

“삼성 안에서 연간 개발되는 신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엄청 많아요. 많은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삼성의 사업군과 맞지 않아 사장되는데, 경영진에서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셨어요. 인재들을 지원해 삼성 밖에서 성장하도록 돕고, 훗날 파트너로서 넓은 길을 함께 가자는 결단을 해주신 거죠.”

최 대표는 함께한 C랩의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의 성공 요소는 인재와 시스템인데, 회사에서 인재를 만나 시스템을 경험했고, 아이디어와 기술도 있으니 좋은 기회임이 분명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아 2015년 9월 이놈들연구소를 열자마자 자체 브랜드 개발에 몰두했다.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일반 시계에 착장해 마치 스마트워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기능을 탑재했다. 시그널을 착장하면 통화는 기본이고, 문자와 각종 스케줄 알림은 물론 헬스 케어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청각신경이 살아 있는 청각장애인은 물론 시각장애인들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경쟁 브랜드, 어서 빨리 나와라

시그널 앱을 통해 스케줄 관리, 헬스케어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손가락 끝으로 통화하는 기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최 대표의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중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투자그룹 창업방(创业邦)과 DT캐피털은 직접 찾아와 적극적인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웨어러블 시장은 중국시장과 중국이 아닌 시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단일 시장으로 최대 규모이고, 전자제품의 경우 국가별 인증이 필요한데 중국은 한 번만 인증하면 되니까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죠. 투자 금액보다 중국시장 진출에 꼭 필요한 좋은 파트너들과 만났다는 사실이 더 기쁩니다.”

이놈들연구소는 2017년 2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리워드를 시작하며,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온・오프라인 판매에 나선다. 미국의 대표적 크라우드 펀딩사 인디고고를 비롯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다.

손목에 스마트 밴드를 두르고 손가락을 귀에 대면 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 대표의 목표는 단지 시그널을 많이 판매해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놈들연구소라는 이름은 ‘이노베이션 메들리(innovation medly)’에서 따온 것으로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은 모바일로 통화를 하지만, 곧 웨어러블 자체로 통화를 하는 기술이 제품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놈들연구소는 시그널에 구현된 기술을 모듈로 개발해 스마트워치 자체에 탑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으며,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 회사로부터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워치를 선호하는 키즈폰 업계의 반응이 무척 뜨겁다.

이놈들연구소는 현재 총 3세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세대는 손가락으로 통화하는 기술, 2세대는 손가락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사물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그리고 인체의 고유한 주파수를 활용해 지문인식, 홍채인식을 대신하는 3세대 기술이다.

“신기술을 홀로 시장에 내놓고 사람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과정은 참 어려워요. 시장은 경쟁자가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지니까요. 카피 제품도 상관없어요. 비슷한 제품들이 어서 빨리 시장에 나와 함께 경쟁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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