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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라이프 트렌드 키워드 ‘적당한 불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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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다가올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2012년부터 한국 사회의 문화,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와 소비 트렌드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분석해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김용섭(44)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그는 2017년 한국 사회의 라이프 트렌드를 표현할 단어로 ‘적당한 불편’을 제시했다.
‘이타적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적당한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친환경 재료로 직접 화장품과 비누를 만들어 사용한다. 도시에 살지만 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하고 대형 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찾는다. 김용섭 소장은 “적당한 불편을 실천하는 트렌드는 소비의 진화이자 소비자의 성숙을 의미한다”며 “소비가 자신의 욕망만 채우기 위한 게 아니라 사회적 이해도 고려한 행동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진 이타심을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도 10년째 대형 마트와 백화점 대신 재래시장을 주로 찾는다. 비나 눈이 내릴 때는 신발이 젖기도 하고 시장과 떨어져 있는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재래시장에 100명의 상인이 있다는 것은 100명의 독립된 가장이 장사로 생계를 유지함을 뜻합니다. 반면 대형 마트는 100명이 일한다고 할 때 사장 1명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적은 액수의 월급을 받는 구조입니다.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해야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주장을 하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2006년 문을 연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경영전략 컨설팅, 비즈니스 창의력을 연구한다. 김용섭 소장 혼자 운영하는 1인 연구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GS, SK 등 주요 대기업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에서 100여 건의 강연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30권의 단행본도 냈다. 특히 5년째 출간하고 있는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는 시선을 사로잡는 키워드로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됐다.

1990년대 엑스세대(X세대)로 불린 현 40대의 특성을 소개한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2013), 싸구려 밥을 사 먹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디저트로 ‘작은 사치’를 부리는 세대를 설명한 《그녀의 사치》(2014), SNS로 보여주는 가짜의 삶에 지친 이들의 이야기인 《가면을 쓴 사람들》(2015), 학벌과 인맥이 아닌 취향으로 관계가 맺어지는 트렌드를 서술한 《그들의 은밀한 취향》(2016)에서 시기별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뛰어난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의 흐름(트렌드)에 늘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주변의 어떤 변화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독립적인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제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트렌드는 3~5년간 지속하는 욕망의 흐름


김 소장에게 해마다 라이프 트렌드의 대표 키워드를 뽑을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물었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염두에 두고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트렌드는 누가 어젠다를 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져요. 특정 기관 또는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조작과 유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여러모로 살펴야 합니다. 모든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사회 변화 수준을 고려해 지향할 가치를 단어로 정리합니다.”

김용섭 소장은 어릴 때부터 신문, 잡지를 읽었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이때 몸에 밴 습관은 방대한 자료를 읽고 하나의 흐름으로 재해석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 자료를 만드는 현재의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IT 회사의 기획・전략 부서에서 8년간 일했다. 연구 분야는 산업의 변화와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 흐름이다.

“트렌드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이 아니에요. 3~5년 동안 꾸준히 영향을 끼치는 욕망의 흐름이에요. *트렌드 세터(trend-setter)들을 연구하면 트렌드가 보여요. 트렌드 세터는 세상에 좋다는 것을 가장 먼저 경험한 이들이에요. 그들의 경험 100개 중 10개가 트렌드가 되죠. 유럽의 귀족, 재력 있는 유명 인사, 부잣집 아들딸, 잘나가는 연예인, 광고 및 명품 잡지사 등에 근무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트렌드 세터들이죠. 저는 이들과 관계를 맺고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고 있어요.”

김 소장은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1년에 1회 이상은 런던과 뉴욕을 방문해 2~3주간 머문다. 갈 때마다 그 도시에서 가장 크고 유서 깊은 도서관에 들른다.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정리하는 김 소장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한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의 흐름을 놓칠 리 없다. 그는 지난 10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소개한 책 《당당한 결별, 뉴 노멀 시대, 40대와 언더독의 생존전략》을 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더 어렵습니다. 산업의 주기가 빨라지면서 기업의 평균수명도 짧아졌습니다. 사람은 100세까지 사는데,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에 불과합니다. 과거에 통했던 관습과 노하우가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시대입니다. 장기 불황과 상시적 구조조정 속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언제든지 떠날 각오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내년 경기 전망은 ‘매우 나쁨’


김 소장의 표정이 라이프 트렌드를 설명할 때와 다르게 어두워졌다. 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명단을 보여주면서 한숨을 쉬었다. 1995년 500대 기업 안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14개였고 2015년에는 17개였다. 그 사이 중국은 3개에서 106개로 늘었다. 더 이상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아니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염두에 두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차세대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을 기업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죠.”

그렇다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 소장은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일을 배운 40대가 20~30대와 손잡고 스타트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CEO들의 평균 나이가 38세예요. 경험이 많은 40대와 경험이 부족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연대해 창조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겁니다. 지금의 40대는 ‘꼰대’라 불리던 과거의 40대와 다릅니다. 관습에 저항하며 성장했고 IT라는 새 문물을 처음 경험한 세대입니다. 이들을 영 포티(young forty)라고 부르는데, 한국 사회의 허리이자 경제의 중추이며 변화와 혁신의 주체들입니다.”

김 소장은 현재의 경제구조에서 가장 타격이 큰 20~30대를 언더독에 비유했다. 주류에서 밀려나 자원과 인맥, 경험과 교육 등에서 열세에 있는 자신을 ‘N포 세대’에 비유하는 이들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싸워야 합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고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겁니다. 창조와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스스로 판을 짜야 합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당당하게 도전하길 바랍니다.”

* 트렌드 세터(trend-setter) : 의식주와 관련한 각종 유행을 창조, 수호, 대중화하는 사람 혹은 기업을 뜻한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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