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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선과 색, 감성을 불어넣다

직업의 세계 / 자동차 디자이너

글 : 시정민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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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능과 가격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지만, 해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야 운전대를 잡을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고무, 금속, 가죽 등으로 이루어진 차에 디자이너의 감각과 스타일링을 더해 한 대의 차를 완성시킨다. 자동차의 외형, 내장 디자인을 비롯해 신제품 개발부터 시장에 나오기까지 자동차 디자이너는 차체에 생동감을 입힌다.

참고자료 : 커리어넷(www.career.go.kr)
자동차 디자인 과정은 시장조사와 자료를 통해 생산할 차종의 종류와 크기를 결정한다. 경쟁사의 차량을 조사 및 비교하고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욕구를 분석한 것을 참고해 기초 자료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스케치한다. 디자이너에 따라 색연필, 펜, 각종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린 후 차의 외부를 담당하는 외형 디자이너, 내부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내장 디자이너, 그래픽으로 자동차를 구현하는 그래픽디자이너, 자동차를 축소한 모델로 만드는 클레이 모델러, 스튜디오 엔지니어, 램프와 휠 등의 세부 디자인, 자재, 색상, 조명 등을 연구 개발한다. 이후 엔지니어팀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디자인 수정 작업을 거치고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한 대의 자동차를 완성한다. 디자이너는 조형미와 미적 감각, 창의성뿐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마케팅 감각과 상업적인 아이디어도 있어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 감각, 재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차는 왜 다르게 생겼는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달라서인지, 포인트를 주기 위함인지 언제나 ‘왜?’라는 궁금증을 품고 다각화해 차를 바라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협동,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자동차 디자인은 스타일링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설계 등 다양한 부문의 담당자들이 서로 조율하고 협업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 IT 융합 기술로 옮겨감에 따라 자동차 융합 디자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 요구된다.

사단법인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 1400여 명의 한국인이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혼다 스포츠4, 시빅 유로 등을 디자인한 이한승 디자이너, 토요타 FJ크루져를 디자인한 김지원 디자이너 를 비롯해 다수 디자이너들이 현대, 벤츠, BMW, 벤틀리, 아우디, 포르쉐, 테슬라, 폭스바겐 등 전 세계 40개 이상의 브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학업 과정도 힘들지만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도 소수만 채용하기 때문에 취업 경쟁이 심하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입사해서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야 하므로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놓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 디자인학과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 산업디자인·제품디자인 계통의 학과로 진학해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익대학교, 중앙대학교는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자동차 디자인 과정을 가르친다. 국민대학교는 자동차디자인과, 서울시립대학교는 공업 디자인과에서 자동차 디자이너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 영국 코벤트리 대학교, 왕립예술대학교,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교, 베를린 바이센저 대학교 등이 자동차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으로 유명하다. 졸업 후 자동차 제조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고 전문가의 길을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봉은 국내, 해외 브랜드마다 포트폴리오, 근무 경험, 프로젝트 성공 유무 등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자동차는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통해 스마트 기기와 연결시킬 수 있으며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첨단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조만간 1인 전기차, 드론 등 새로운 교통수단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그려낼 자동차 디자이너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 성주완

따뜻하고 인간적인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르노삼성의 성주완 디자이너가 총괄 디자인을 맡은 SM6는 유럽에 탈리스만으로 출시돼 국제자동차 페스티벌에서 2015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차’ 1위에 선정됐다. 창조적인 디자인 감각과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다. SM6에 이어 지난 9월에는 QM6가 출시됐다. 그는 2006년 르노삼성에 입사해 지금까지 SM7 프로젝트를 비롯해 SM6, QM6 총괄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르노디자인 아시아센터를 이끌고 있다.


경영학도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경영학과 2학년 때 우연히 자동차 디자이너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해 미니어처 장난감을 수집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길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차를 보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자동차 디자인 전문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업과 병행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입시 미술학원, 디자인 취업센터 등 디자인과 관련된 곳을 수소문하며 찾아다녔지만 자동차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았다. 운 좋게 소규모로 진행하는 자동차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곳을 알게 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모임’에 참석해 그림 연습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패서디나아트센터에 입학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정

미국 패서디나아트센터의 커리큘럼은 1년에 3학기를 소화해야 했다.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과제, 프로젝트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말을 잘 못 알아들어 다른 숙제를 해 가기도 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 학교인 만큼 남들이 그림 2장 그릴 때 몇 배 이상의 그림을 그리며 노력했다. 6학기 때는 전 세계 도시를 타깃으로 한 ‘도시에 어울리는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타깃으로 욕조에 바퀴가 달린 차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로 포드 인턴으로 뽑혀 4개월 동안 미시간 포드스튜디오에서 포드의 인기 차량인 F150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동차 디자이너 직무를 경험했다. 인턴생활을 통해 자동차 디자이너가 정말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다

2001년 졸업할 당시 외환위기로 전 세계 시장이 좋지 않았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더 불황이었다. 채용 공고가 나는 곳이 없어 포트폴리오를 들고 돌아다니며 직접 회사 문을 두드렸다.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본 GM에 입사해 6년 동안 콘셉트카, 미니벤, 세단 등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학교에서 많은 걸 익혔다고 생각했지만 엘리트가 모인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부족함을 느끼며 좌절했다. 어떤 프로젝트든 최선을 다해 임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입사 5년 차 때 “성 디자이너는 데려오면 무조건 열심히 하니까 무엇이든 보탬이 된다”고 인정받으며 GM의 캐딜락스튜디오를 비롯해 다양한 스튜디오에서 직무를 익혔다. 2006년 르노삼성으로 옮겨 SM7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SM6, QM6 총괄 디자인을 맡았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 SM6, QM6


SM6, QM6는 전 세계 르노디자인센터 중 처음으로 아시아센터 기흥 연구소에서 주관한 프로젝트다. SM6는 2012년부터 시작했고 SM6를 SUV 형태로 만든 QM6 프로젝트는 6개월 후 시작해 두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보통 프로젝트는 한 개씩 진행하는데 이례적으로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차를 봤을 때 3초 안에 반하게 만드는 것, 승차했을 때 퀄리티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간결함’ ‘감각적인’ ‘따뜻함’ 세 가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자동차가 기계이긴 하지만 기계적이지 않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목표로 삼았다. SM6는 차의 얼굴인 전면부는 위풍당당한 카리스마를 강조하고 범퍼로 이어지는 C자형 LED 헤드램프에 강렬함을 더했다. QM6의 외관은 SUV답게 힘 있고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고, 인테리어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차체 비율과 램프였다. 차가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는 골격과 비율이 중요하다. 타이어 사이즈부터 전체적인 비율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자동차의 앞뒤를 사람의 얼굴로 본다면 자동차 램프는 눈썹에 해당한다. 감각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과감한 디자인의 램프를 구성했다.


총괄 디자이너의 역할

르노디자인센터에서는 공개적인 경합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차종, 외관, 인테리어 등 방향이 구체화되면 세계 각지의 연구개발(R&D) 센터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시안을 공모해 그중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한다. 최종 결정된 안으로 다시 세부적인 외장과 내장 디자인을 한다. 이후 디지털팀에서는 3차원 모델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모델이 완성되면 클레이 모델팀으로 이동해 자동차를 축소한 모델을 만든다. 총괄 디자이너는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부터 차 양산, 출시까지 스케줄을 관리하고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4~5년씩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디자이너 역량의 70~80%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좌우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디자인 작업을 위해 다양한 협력 업체를 만나야 할 뿐 아니라 협상을 하거나 치열한 토론을 통해 디자인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팀만 해도 외장, 내장디자이너·클레이모델러·캐드모델러 컬러·자재디자인 팀뿐 아니라 엔지니어 등 협업 부서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엔지니어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만들기 때문에 때때로 엔지니어와 스타일링 등의 견해 차이로 부딪치기도 한다. 엔지니어는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는 안전성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는 반면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철학은 ‘균형’


디자인 영감은 사방에 있다. 지나가는 버스가 될 수도 있고, 옆집의 화분이 될 수도 있다. 즉 무엇이든 보고, 생각하는 것을 자동차 디자인 아이디어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노력, 이것이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된다.

디자인 철학은 ‘균형’이다. 디자이너는 감각적인 디자인뿐 아니라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미적인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한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결정하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가장 가슴 뛰는 순간은 디자인한 차가 도로를 달리는 것을 볼 때,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차에 대한 후기를 들을 때다.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원동력

차가 좋아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지만 여전히 어렵다. 헤엄을 잘 치지만 물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자동차 업계는 굉장히 크고 변화를 하고 있는데 이따금씩 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데’ ‘뭔가 더 해보고 싶은 욕심’ 등 지금 상황에 만족하기 어려운 것들이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언젠가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를 만들어 보고 싶다. 예를 들면 혼다에서 프로젝트 현장에서 만들지 않으려던 모델이 있었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알음알음 모여 일이 끝난 후 틈틈이 만들어 공식적으로 프로젝트 론칭을 한 사례가 있다.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싶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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