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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힘으로 큰 힘을 극복하는 무술 주짓수

이수용 ‘존 프랭클 주짓수 센터’ 관장

글 : 시정민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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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는 격투기 붐과 맞물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UFC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주짓수 기술이 사용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3년 전부터 배우 천정명, 가수 빅뱅의 승리 등 다수의 연예인이 즐기는 운동으로 화제가 됐다. 주짓수가 ‘여자도 남자를 이길 수 있는 무술’이라고 알려지면서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최근 체구가 작거나 힘이 약한 여성들도 주짓수 센터를 찾는 비율이 높아졌다. 주짓수는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도 확정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존 프랭클 주짓수 센터에 들르니 주짓수를 하는 이들이 바닥에 누워 몸을 밀착하고, 양팔과 다리를 감고 엉겨 붙어 대련을 하고 있었다. 주짓수는 상대를 바닥으로 유도해 조르기, 누르기, 비틀기, 뒤집기, 꺾기, 압박, 점유 등의 다양한 기술로 제압하는 무술이다. 주짓수는 종합격투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무술로 알려져 남자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짓수는 상대의 힘과 체중을 역으로 이용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 덩치 큰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것도 ‘몸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익히기 때문이다. 주짓수의 효율성은 해외 특수부대,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실전 격투 기술을 배울 때 주짓수를 접목해 수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주짓수 동작은 뒤엉켜서 뒹굴며 생존과 제압을 위한 동작이 많아 코어 근육부터 관절을 둘 이상 쓰는 다중 관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력, 근지구력, 심폐 지구력 등의 체력 증진에 좋다. 대련을 하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주짓수를 할 때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이 중요하다. 주짓수 동작을 통해 부상당하기 쉬운 관절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여러 번 반복한다. 대련할 상대의 체구가 작아 보인다고 방심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실력은 수련 경력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 성별, 나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대련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상대하는 것이 주짓수 수련의 매너이기도 하다.

주짓수를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을 아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을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대련을 통해 패배를 경험하는 것이다. 자신이 왜 졌는지를 파악하고, 만약 체구가 작고 힘이 없다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테크닉을 구사할 것인지, 자신의 체형에 맞는 테크닉은 어떤 것이 있는지 체크하며 스스로 실력을 아는 것이다. 주짓수는 흰띠, 파란띠, 갈색띠, 검은띠 순으로 승급된다. 개인차에 따라 단계당 1~3년 정도 걸린다.


한국 주짓수 1세대, 2단 보유자

국내 주짓수 1세대인 존 프랭클 센터의 이수용 관장은 2002년 주짓수에 입문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체력 단련을 위해 중학생 때 합기도를 시작했다. 합기도가 좋아 20세 때부터 10여 년간 합기도를 가르쳤다. 인터넷 검색으로 우연히 알게 돼 시작한 주짓수는 그의 삶을 바꾸었다.

“주짓수를 처음 배울 때 ‘과연 내가 이 기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배운 지 얼마 안 돼 실전 기술을 바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주짓수 기술은 이론에서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운동이라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는 강남구 논현동의 한 체육관에서 우리나라에 주짓수를 처음 알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존 프랭클 교수에게 본격적으로 주짓수를 배웠다.

흰띠부터 차근차근 파란띠, 갈색띠를 거쳐 2013년엔 검은띠를 땄다. 주짓수는 검은띠를 따고 3년이 지날 때마다 단이 주어진다. 현재 국내에 2단 보유자는 3명으로 그중 한 명이 이수용 관장이다. 그는 2003년 주짓수를 가르치기 시작해 현재 센터에서 150여 명의 회원과 배우 천정명을 비롯한 연예인, 이종격투기 선수 등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최근에 7~8개월간 수련한 20대 중반의 굉장히 마르고 체구가 작은 여성과 몸집이 훨씬 큰 남성을 대련시킨 적이 있어요. 격렬한 몸싸움을 하다가 여성이 남성을 압도적으로 제압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주짓수는 힘보다 기술이 중요하거든요. 주짓수 동작을 빠른 자세로 전환해 관절 기술을 거는 것이죠. 그래서 여성의 유연함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그 여성은 주짓수를 처음 시작했을 땐 남성을 제압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실전에 유용한 기술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그가 주짓수를 지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수련생들의 수련 기간, 나이,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대련을 시키는 것이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실력이 다르기 때문에 동료와의 다양한 대련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상대방을 제압할 때 자신감과 승리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제압당할 때는 자신을 분석할 수 있어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상대와 겨루며 얼마나 주짓수 기술이 늘었는지, 체력이 증진됐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공포를 이기는 방법


그는 최근 폐소공포와 공황장애를 겪었다. 주짓수의 기술을 기술적으로는 납득하고 이해를 하지만 좀처럼 몸으로 발현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언제나 그는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오는 부담이 원인이 됐던 걸까. 그는 밑에 깔리는 상황이 되면 극도의 폐소공포를 느꼈다.

“상담을 받으면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런데 극복하는 건 단순하더라고요. 공포를 느끼는 곳에 저를 던지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극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주짓수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망치지 않고 부딪치는 게 해결점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더 밑에 깔려 있는 동작을 취하며 점점 극복해 갔어요. 비록 경험이었지만 저와 비슷한 일을 겪을지도 모를 후배들에게 두려워 말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한편으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16년 동안 주짓수를 해온 그는 “주짓수를 하지 않으면 슬럼프도 없다”고 했다.

“슬럼프를 느낀다는 것은 결국 주짓수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죠. 슬럼프라고 느낄 땐 운동, 영양, 휴식 세 가지를 떠올려요.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체크해보고 다시 주짓수를 하면 됩니다(웃음).”

그는 주짓수를 좀 더 오래 하고 싶어 몸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됐다고 한다. 운동에 좋지 않은 술, 담배도 멀리하게 됐고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도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무릎을 다쳤다. 다치면 쉴 법도 한데 오히려 무릎은 되도록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주짓수 기술은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주짓수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에겐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24시간 주짓수를 생각해요. 주짓수 협회를 만들어 자격증을 부여하거나 경기를 주최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지도자로서 어떻게 하면 주짓수 기술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즐겁습니다. 각 개인 특성에 맞게 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익힐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주짓수 : 주짓수는 일본 고유의 무술인 유술에서 유래했다. 일본 유술가 마에다 미쓰요가 실전 대결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브라질의 항구 도시 벨렝에 정착해 기술을 전수한 것이 지금의 주짓수로 발전했다. 주짓수라는 이름은 유술의 일본식 발음인 ‘주주쓰’에서 비롯됐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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