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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장애를 느끼지 않는 사진관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든 제일 예쁜 미소를 지으려고 한다. 그런데 저절로 행복 가득한 웃음이 배어나오게 하는 사진관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바라봄 사진관’이다. 이 사진관은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가족 등 소외된 이웃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가족이 함께 이름난 미용실인 ‘김청경 오테르’(홍대점)에서 파마나 염색, 커트 등 머리 손질을 한 뒤 바라봄 사진관에 와서 사진 촬영을 하고, 건강 밥집으로 유명한 카페 슬로비에서 식사까지 할 수 있다. 사진 촬영뿐 아니라 머리 손질과 식사 비용 모두 무료로, 불편한 몸 때문에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않던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된다. 바라봄 사진관뿐 아니라 김청경 오테르, 카페 슬로비가 뜻을 합해 준비하는 선물이다.
사진 촬영하는 것으로 나눔에 동참

바라봄 사진관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나눔에 동참할 수 있다. 일반 가족이 이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 소외된 이웃의 가족사진 비용으로, 영리기업이 행사 촬영을 의뢰하면 비영리단체의 행사 촬영 비용으로 활용하면서 ‘1+1’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바라봄 사진관은 2011년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으로 출발했지만, 가족사진, 결혼사진, 증명사진, 프로필 사진 등을 촬영하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가족사진은 크기에 따라 15만~50만원, 행사 촬영은 4시간 기준 25만원, 8시간 기준 45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비싸지도 않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나눔에 동참했다는 혹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는 행복감에 빙그레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커플 사진을 촬영하는 예비부부들에게도 이곳은 억지웃음이나 과장된 자세를 요구하지 않는다. 홍대 주변에서 데이트하는 장면 등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결혼을 앞두고 나눔에 동참하는 의미도 있어 더욱 특별할 것 같다. 사진관을 찾은 날은 취업 준비생들로 붐볐다. 5000원만 받고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촬영해주는 ‘열린 사진관’ 행사가 매주 목요일 열리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장 대여업체 ‘열린 옷장’이 사진 촬영용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김청경 오테르는 저렴한 비용에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해준다. 착한 기업 세 곳이 가난한 취업 준비생들을 응원하는 행사다.

‘착한 바이러스’를 이렇게 주변에까지 퍼뜨리고 있는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를 만났다. 45세에 이른 은퇴를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는 ‘인생 2막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롤 모델’로도 꼽히고 있다. 그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그런 말들은 정말 부담스러워요. 그만큼 책임이 무거워지니까요. 사진관을 널리 알려야 하지만 나 자신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지금도 적응이 잘 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꿈이나 사명감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니까요.”

45세가 되기까지 그는 정말 열정적으로 일했다. 1980년대 중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어 놓으리라 직감했다. 대학 졸업 후 IT업체에 들어가 3년간 컴퓨터 엔지니어를 지낸 후 영업직으로 전환했다. 그는 정말 신나게 일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영업직을 판매 대리인(sales representative)이라고 부릅니다. 영업 현장에서는 그 회사와 제품을 대표하는 사람이니까요. 스스로 기획해서 움직이고 독립적으로 활동해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 적성과 잘 맞아 신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지사장이 되고부터는 점점 일이 재미없어지고 보람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앉아서 숫자만 보고 있으면서 실적을 올리라고 직원들을 닦달해야 하는 관리직은 저와 정말 맞지 않았죠.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것도 싫었습니다.”

바라봄 사진관은 2011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사진관으로 문을 열었지만,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뚜렷한 계획도 없이 ‘일단 쉬자’는 마음으로 회사를 나왔다.

“20년 넘게 일에 파묻혀 살았더니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두세 달 쉬고 나니 슬슬 불안해져서 헤드헌터를 통해 새로운 직장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취직이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았어요.”

평소 좋아하던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앞날을 새롭게 설계했다.

“행복설계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봉사와 재능기부, 비영리단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재능기부와 봉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사진 봉사를 다니던 그는 장애인 행사에서 뇌병변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를 만났다.

“저보고 사진관에서 나오셨느냐며 아이와 함께 사진 촬영하러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데리고 사진관에 가면 촬영하시는 분이 힘들다고 짜증내실까봐 위축이 된다면서요. 그래서 근처 사진관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일들이 그분들께는 하나하나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마음 편히 출입할 수 있는 사진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2011년 뜻 맞는 사람들과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열었고, 지난해 비영리단체로 전환했다. “인물 사진을 촬영하려면 촬영에 앞서 그들과 깊이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찍히는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해야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소통하려면 물리적으로도 몸을 낮춰야 하지만 마음의 높이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이 됩니다.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은 약자이니 우리가 손만 내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향해 쌓아놓은 장벽이 더 높습니다. 사회의 편견 때문에 받은 상처가 그만큼 크니까요. 그 장벽을 서서히 무너뜨리려면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들어야 합니다.”


일생 잊히지 않을 특별한 시간

바라봄 사진관은 매주 목요일 취업 준비생에게 5000원에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촬영해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머리 손질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식사 대접을 받는 특별한 하루.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보낸 하루만으로도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회를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고,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다고 나종민 대표는 말한다. 바라봄 사진관이 선사하는 게 사진만이 아니라 일생 잊히지 않을 특별한 시간 그리고 사회의 따스한 온기이기 때문이다. 2014년 사진유랑단을 결성해 전국의 11개 장애인 시설을 돌며 사진 봉사를 했던 그는 요즘도 한 달에 한 번 이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캄보디아, 필리핀 등 해외 봉사도 다녀왔다. 한 달에 대여섯 번은 인생 2막 설계와 비영리단체 운영을 내용으로 강의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한다. 사진관은 일반 사진 촬영과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나종민 대표가 따로 가져가는 월급은 없다고 한다. 높은 연봉을 받던 가장이 무보수로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내나 저나 소비 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높은 연봉을 받을 때나 지금이나 생활에서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 좋겠다’고 아내는 말하죠. 아버지의 달라진 삶을 보면서 아들 둘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돈벌이에 급급하지 않아도 남을 돌아보면서 신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으니까요. 서울대에 합격한 큰아들은 고액 과외 제안을 거절하고 무료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교육봉사를 하더라고요. 남을 이기려고만 들지 않고 자신을 내려놓으면서 양보할 줄도 알고요.”

그 스스로는 “롤 모델로 비치는 게 싫다”고 했지만 인생 2막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부모가 자식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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