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당신은 누구십니까?”

해외 한국인 입양인 연구하는 김엘리나 교수

1994년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였다. ‘조선족’이라는 존재를 처음 만났다. 서로에 대해 궁금했다. 우리는 한국인처럼 생겼다는 외모적 공통점과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권에서 성장했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었다. 조선족 친구들을 통해 고려인이라는 한국 역사가 낳은 또 다른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가 존재함을 알게 됐다.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의 강사 생활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 문화인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제공 : 김엘리나
고아를 위한 최선의 선택, 입양?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UCI)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김엘리나(Eleana Kim・ 45)교수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재미 동포다. 아버지의 유학으로 캐나다에 살다 어머니가 미국 병원에 취직하며 미국으로 가게 됐다.

어렸을 때 여름방학이면 친척들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 지내 한국이 낯설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오빠와 함께 연세어학당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십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관심은 한국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향했다. 공산주의 체제를 막 벗어난 중국에 가고 싶었다. 1994년,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에 가기 위해 뉴욕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중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싶은데….”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 다른 나라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아버지 지인의 도움으로 연변과학기술대학에 영어 강사로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조선족 대부분은 그녀에 대해 궁금해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자신들과 외모도 뿌리도 같은 김 교수가 영어밖에 할 줄 모르며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점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 교수는 그때 ‘조선족’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들로부터 한국 역사가 낳은 수많은 디아스포라가 중국뿐만 아니라 사할린에도, 몽골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선족 친구랑 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문화 비교를 해볼 수 있었어요. 다른 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으니까 디아스포라나 멀티컬처리즘(다문화) 이런 걸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브라운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뉴욕대 대학원에 진학해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주제는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 입양인 공동체로 정했다.

“어느 날 그냥 ‘Korean’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봤어요. 검색 결과 중에 ‘한미입양인 양부모협회’라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모임을 만들고 첫 번째 콘퍼런스를 연다는 알림이 있어 가 보았어요. 미국 내에 수많은 한국인 입양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알게 됐죠.”

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이 연구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해외 한국인 입양인 수 20만여 명

2010년 듀크대 출판부에서 나온 《입양인의 영토: 다국적인 한국인 입양인과 소속의 정치》 표지. 김엘리나 교수의 저서에서 ‘Adopted Territory'는 성인이 된 한국인 입양인이 세계적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설립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인 입양인에 대해 연구한다고 했을 때 친구와 친척 중에는‘왜 그런 창피한 걸 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연구에 필요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입양인 대부분은 김 교수를 신뢰하지 않았다.

“재미 동포와 한국인 입양인은 인종차별이라는 공통적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해외 입양인은 재미 동포 또는 한국인으로부터도 차별을 당하죠. 그래서 제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문화인류학은 공동체를 비교 분석하는 사회과학이다. 김 교수는 연구의 초점을 ‘공동체’에 두었다.

“입양인 개인의 정체성 문제, 친부모 찾기 등은 사회복지학이나 정신분석학의 영역이에요. 제 연구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한국인 해외 입양인이 어떻게 모여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들의 힘, 문화와 같은 역사를 알아보는 것이었어요.”

김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2010년 듀크대 출판부(Duke University Press)에서 나온 《Adopted Territory: Transnational Korean Adoptees and the Politics of Belonging(입양인의 영토: 다국적인 한국인 입양인과 소속의 정치)》이 그것이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해외 입양인들은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힘과 문화를 갖게 됐다.

“입양인 관련 정책과 정치적인 프로젝트가 많이 생겼죠.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입양 분야의 전문가가 됐어요. 무엇보다 그들의 활동으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해외 입양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해외 입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해외 입양인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

“고아에게 있어 가장 좋은 선택지는 해외 입양이라고 생각하죠. 특히 미국으로요. 하지만 어른이 된 해외 입양인들은 되묻습니다. 선진국이 된 한국은 왜 아직도 해외 입양을 하고 있는지를요.”

김엘리나 교수가 진행하는 DMZ 연구는 인간이 DMZ의 자연과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다.
몇 년 전부터 김 교수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우연히 참석한 한 포럼이 계기가 됐다.

“지질학계에서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 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왔죠.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 기후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만들어진 시대예요. 문화인류학자들도 인류세에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저 역시 입양인 책을 끝내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미국 NGO인 DMZ포럼의 발표를 보게 됐어요. DMZ의 생태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2011년 다시 한국을 찾아 DMZ 관련 현장 연구를 시작했다.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파주 연천 등의 민통선 마을을 다니며 주민, 생태연구원과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해 여름방학에는 민통선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삼 및 홍삼 재배에 대해 조사했다.

“인삼 농사가 토질을 악화시켜요. 그래서 인삼 재배지로 유명한 금산에서 파주, 연천 같은 민통선 마을로 인삼 재배지가 확장되었죠.”

DMZ 생태 연구는 내후년에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영원한 이방인, 무국적자 입양인


“DMZ 연구가 끝나면 해외로 추방되는 한국인 입양인을 좀 더 연구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입양되면 자동적으로 시민권이 부여되지만 2000년 이전 입양인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어요.”

2000년 이전에 입양된 이들은 양부모가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으면 평생 무국적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범죄에 연루되거나 법을 위반할 경우엔 추방 대상자 감옥에 수용돼 있다가 해외로 추방된다.

“추방 대상자가 감옥에 있을 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없으면 변호인도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도움받을 생각을 못 하게 되고 결국 다른 나라로 가게 되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적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미국 내 한국인 입양인 수는 1만 5000여 명이다.

“한국으로 돌아왔거나 고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입양인이 싫어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아세요?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이에요. 그들은 말합니다. 아기였던 자신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고.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타의에 의해 다른 나라로 가게 됐고 그래서 그곳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게 됐을 뿐이라고. 해외 입양인을 외국인으로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이들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김 교수는 덧붙였다.

“해외 입양인을 포함해 다양한 외국인이 한국 사회로 편입된 이상 ‘한국인’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해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다문화를 다시 고민해야 해요. 대부분의 문화인류학자들은 한국의 다문화는 다문화가 아니라고 봐요. 베트남에서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 있다고 하면 그녀의 문화를 포용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만들죠. 입양인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사회와 문화에 녹아들지 않으면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 2016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