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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에게 희망을

인공와우 스타트업 ‘토닥’ 민규식 대표

대부분의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임상시험을 하며 들어가는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다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임에도 단기간에 주목받은 회사가 있다. 청각장애인의 인체에 삽입하여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전자의료기기 인공와우 전극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토닥’이다. 민규식 토닥 대표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소리를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힘쓰는 연구원 출신 사업가다.

자료제공 : 서울대 나노생체전자시스템 연구실
인공와우 외부기 전극을 들고 있는 민규식 대표.
제1회 휴젤 오픈이노베이션 경진대회 1위

2015년 10월 설립한 토닥은 이듬해 1월 글로벌혁신센터(KIC)의 K글로벌 네스팅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2월부터 4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 연수를 받았다. 5월에는 바이오제약 분야의 성공 벤처기업 휴젤과 한국바이오협회가 후원하는 제1회 휴젤 오픈이노베이션 경진대회에서 1위를 하고 현재 투자를 검토받는 중이다. ‘토닥’이라는 이름은 청각 상실로 힘든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는 ‘토닥토닥’의 의미이다.

‘인공와우’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사람이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달팽이관 내 털세포가 움직이며 전기신호로 바뀌어 대뇌 청각 피질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용이 되지 않는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인공와우를 달팽이관에 이식한다. 그러면 인공와우가 달팽이관 내 털세포나 청신경을 직접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대뇌에서 소리를 인지하도록 한다.

이러한 인공와우는 기기 자체의 가격만 약 2500만원, 나라마다 다르지만 수술비가 약 1000만~5000만원이고, 배터리 교체나 업그레이드 등 몇 년간 유지비가 추가로 든다. 특히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수술비보다 기기 자체의 가격이 비싸 인공와우 수술을 받기 어렵다고 한다. 민규식 대표는 반도체 기술을 통한 인공와우의 대량생산이 인공와우 기기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와우의 소리 인식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① 체외기에서 음향 신호를 접수(pick up)한다.
② 음향 신호를 분석하여 데이터로 변조한다.
③ 변조된 데이터와 전력을 전송한다.
④ 데이터를 수신하여 해석한다.
⑤ 전기 자극을 보낸다.
⑥ 전기 자극이 대뇌 청각 피질에 도달하여 소리를 인식한다.
민 대표는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전기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액정폴리머 기술로 만든 인공와우’를 주제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그는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퇴사를 결심하고 교수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면접관인 교수님 한 분이 사업을 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으면 교수가 아니라 창업을 해야 맞지 않으냐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기 이전에 제가 꿈꿨던 사업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났어요.”

막상 사업을 시작하자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가족도 설득해야 했다.

“제가 당시 1억 10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았어요. 사업하는 친구에게 창업을 해야 할까 고민 상담을 했더니 그 친구가 ‘너 어차피 망해봤자 1억 1000만원밖에 잃을 게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사업이 잘 되었을 때 저에게 1000배 이상이 돌아올 것이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을 포기하기에는 아깝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마침 가족도 그를 지지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후배들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본인의 가능성과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어떤 일을 하든지 밥벌이 자체가 목표가 되어 스스로의 가능성을 닫아버리지는 않았으면 해요. 너무 아깝잖아요.”


돈 없는 이들도 쉽게 이용하는 제품으로

인공망막 등 다른 신경 보철 의료기기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인공와우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였기도 하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공와우가 신경 보철 분야에서 가장 드라마틱해요. 유튜브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한 환자들이 딱 스위치 온 하는 순간 엉엉 울기도 하고, 처음으로 들을 수 있게 된 아기가 엄마 목소리에 반응하며 웃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동반하기 마련이에요. 이런 부분은 파급력도 있고, 투자자들에게 어필되기도 합니다.”

혹시 인공와우의 기술이 더 개발되면 궁극적으로 청각장애의 극복이 가능할까 묻자 그렇지는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청각장애에도 종류가 있어서, 청각 신경로, 신경절이 잘 살아 있는 등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인공와우 이식이 가능하다. 달팽이관 기형이나 다른 유형의 청각장애의 경우 인공와우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토닥의 인공와우는 기존의 수작업이 아닌 반도체 미세 공정을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에 비해 비약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더불어 가격을 많이 내릴 수 있다. 기존의 인공와우는 신경전극을 손으로 만든다. 길이는 15~20mm, 두께는 0.3~0.5mm 정도인 전극 안에 22개의 채널이 있다. 백금링으로 만든 전극을 틀에 하나씩 집어넣고 실리콘 몰딩을 하는데, 토닥은 이 모든 작업을 수작업이 아닌 반도체 공정으로 하려 한다. 기계가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고자 할 때도 사람이 아닌, 기계나 원료를 늘리면 된다.

“지금 세계시장은 연 5만 대 정도를 수용하고 있는데, 저희는 연 10만 대가량 공급을 목표하고 있어요. 큰 시설투자 없이 기존의 업체들에 비해 비약적으로 생산성이 좋아진다면 가격이 많이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민규식 대표, 김두희 책임연구원, 유재용 과장.
반도체 공정 외에 또 다른 차이는 패키징 소재다. 기존 업체들은 티타늄으로 패키징을 한다. 티타늄을 파서 그 안에 회로를 넣고 레이저로 밀봉을 해서 만드는 방식인데 그 작업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정말 힘들다고. 이종 접합이라 접합면도 불안정하고 공정도 어렵다.

“저희의 경우에는 전극도 액정폴리머, 패키징도 액정폴리머예요, 즉 동종 접합을 하기 때문에 밀봉을 위한 공정 자체가 간단해집니다. 재료 자체도 기존 생체 재료 폴리머들은 1년이면 몸에서 녹았지만 실험을 해본 결과 액정폴리머는 10년은 거뜬할 것으로 봅니다.”

토닥은 아직 제품을 개발 중이다. 2017년 말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남아 있다. 제품 개발을 완료하면 임상을 위한 검사를 받고, 그때 한 번 더 투자를 받아 임상 지원자를 모집하려고 한다. 임상시험은 2018년 중반까지 1년 반 정도의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제품 출시 및 상용화는 2020년, 본격적으로 글로벌 마켓에 접근하는 것은 2021년이나 2022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품 개발 외에 인공와우 스타트업 토닥의 목표는 무엇일까.

“회사 내적으로는 저희 직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일에 자긍심을 갖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행복할 수 있는 그런 회사요. 궁극적으로는 세계 제일의 신경 보철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토닥의 제품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을 못 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액정폴리머 : 전기부품 탑재 회로의 소재가 되는 고분자량 화합물 폴리머의 종류.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흡습성과 치수 변화율이 낮다.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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