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언더스탠드에비뉴 대표

취약계층 자립 돕는 문화 예술 공간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하지영 

세 달 전까지만 해도 텅 빈 땅이었던 곳에 커다란 컨테이너들이 줄지어 서 있다. 언뜻 보면 종합 쇼핑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함이 가득한 문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18일 개장한 이 공간의 이름은 ‘언더스탠드에비뉴’다.
김선아 언더스탠드에비뉴 대표.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서울시 성동구, 롯데면세점 그리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사회공헌사업 전문 비영리기관, 이하 아르콘)가 협력해 만든 공익 문화 공간이다. 3305㎡(1000평) 규모의 넓은 땅에 모여 있는 116개의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박스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서 보면 어린 아이들이 지그재그로 쌓아 올린 레고 같기도 하다. 최대 3층으로 쌓아 올린 컨테이너 박스는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서울숲으로 가는 길을 막지 않도록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그 안에는 음식점, 카페, 편집숍, 공방 등 다양한 업종의 매장이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설립 취지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를 뜻하는 언더(under), 일어서다를 뜻하는 스탠드(stand), 길을 뜻하는 애비뉴(avenue)가 모여 ‘사회적인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저희 파트너(이곳에서는 직원을 ‘함께 일한다’는 의미로 파트너라고 부른다) 대부분은 소외계층이에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 자본이 부족해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청년 사업가들이 그 예예요. 방문객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취향에 맞는 액세서리를 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돕게 돼요.”

김선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한 카페 ‘Brinner’에서도 한국어가 약간 서툰 여성이 환한 웃음으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툰 한국어와 낯가림 때문에 카페 일을 조금 어려워하셨던 분인데 지금은 항상 웃고 다니셔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요.”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총 7개의 스탠드로 구성돼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 전경과 내부 모습.
김 대표는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운영을 맡은 법인에 소속되어 있다. 그는 문화사업에 오래 종사하면서 신사업을 기획해본 경험이 많다. 클래식 기반의 공연 기획사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동시에 좋은 문화 콘텐츠를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됐다. 그는 2006년에 CJ그룹으로 이직하여 문화재단과 CSV(Creating Shared Value : 공유가치창출) 경영실에서 2014년까지 근무하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했다. 자연스럽게 대중적이면서 공익적인 사업을 기획하는 일에 흥미를 가졌고, 아르콘 이사장과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에는 전문가 집단으로 참여하다가 올해 4월 언더스탠드에비뉴가 개장하면서 대표를 맡았다.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창조적인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수익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방문객과 파트너들이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유스 스탠드 전경.
언더스탠드에비뉴의 겉모습은 이러한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컨테이너 박스는 물건을 운반할 때 가장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구조인 동시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공사비도 절약된다.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벤치마킹을 할 만한 사례를 두 측면에서 찾아봤다.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하여 지은 공간과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공간이다. 2011년에 문을 연 영국의 쇼핑센터인 박스파크나 크레인과 컨테이너 박스로 이루어진 네덜란드의 MDSM이 전자에, 각종 시상식이나 콘서트가 열리는 영국 런던의 라운드 하우스가 후자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두 가지를 다 충족하는 공간은 찾기 어려웠지만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좋은 사례를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했어요.”

맘 스탠드의 비스트로 내부.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총 7개의 스탠드로 구성돼 있다. ‘유스(youth) 스탠드’는 청소년들이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고 진로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공간이다. 전문 강사진에게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고, 후에 인턴십이나 취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는 네일&페디큐어 숍인 메이릴리(May Lily)와 애견미용 숍인 두들숍(Doodle Shop)이 들어가 있다. ‘맘(mom) 스탠드’에는 다문화·한부모 가정의 어머니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과 음식점이 있다. ‘하트(heart) 스탠드’는 바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힐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다.

‘오픈(open) 스탠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있지만 초기 인프라가 부족한 사회적 기업·청년창업가·예술가들을 위해 제공된 공간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죽 제품에 새길 수 있는 ‘도트윈’을 포함해 파트너 7팀이 있다. ‘소셜(social) 스탠드’는 이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가치 있는 제품들을 위탁 판매하는 곳이다. 파트너 25팀이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그들이 모두 가져간다.

아트 스탠드의 휴게실 내부.
‘아트(art) 스탠드’는 지역 시민들과 예술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파워(power) 스탠드’는 청년을 위한 멘토링이나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꿈을 찾아 이룰 수 있게 돕는 공간이다.

각 스탠드의 파트너는 주로 외부 공고를 통해 모집하지만 유스 스탠드는 성동구에서 추천하는 청소년이 들어오기도 한다.

“May Lily의 대표는 작년에 저희가 모집했던 청소년 중 한 명이에요. 네일아트 교육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서 국가자격증까지 땄어요.”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야경.
공익적인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고 있어 컨테이너 박스 사이에 횡단보도를 그려 넣어 볼거리를 만들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기획은 했는데 실행하지 못한 후보 콘텐츠가 많아요. 언더스탠드에비뉴 규모가 더 커지면 시도해볼 수 있겠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익적인 공간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거예요.”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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