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스타트업 지원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연결고리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스타트업 지원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연결고리’라는 목표 아래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 협력단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2013년 말 설립됐다. 스타트업과 국내외 벤처캐피털, 글로벌기업, 법률 및 세무 전문가들을 연결하고 지원한다. 스타트업을 알리기 위한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해외 콘퍼런스에 참여해 한국의 업계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보호자이자 대변인’이라고 말하는 임정욱(48)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있다.

사진제공 : 임정욱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다양성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 업계 종사자들의 네트워킹 모임인 ‘테헤란로 커피클럽’이 50회를 맞았다. 그동안 핀테크, 뷰티, 크라우드펀딩, 임팩트 투자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90여 명의 연사와 2500여 명의 참석자가 모여 창업 관련 경험을 공유했다. 8월 초에는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51컨퍼런스’를 후원했다.

“구글, 에어비앤비 등에 입사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경험담을 발표하는 자리예요. 저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대화를 나누고 왔습니다. 1년에 2~3회씩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는데, 갈 때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임 센터장이 실리콘밸리를 자주 방문하는 이유는 다양한 자극과 혁신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다. 그는 1995년부터 10년간 조선일보에서 일했다. 경제부에서 IT 관련 취재를 하면서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임정욱 센터장은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언론사에 복귀해 온라인 뉴스 관련 일을 했지만 인터넷 본류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2006년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이직해 서비스혁신본부장, 글로벌센터장 등을 지냈고 보스턴에 있는 라이코스 본사에서 대표이사로 일했다. 2013년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설립됐을 때부터 한국으로 돌아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제가 유학하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요즘은 우수한 한국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온 뛰어난 인재들의 수도 크게 늘었어요. 예전부터 실리콘밸리에 가면 인도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들이 최고경영자까지 진출하고 있어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처럼요.”

임 센터장은 실리콘밸리 예찬자다. UC버클리대에서 공부를 한 이유도, 언론사를 그만두고 IT업계를 택한 이유도 실리콘밸리에서 접한 혁신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느끼고 싶어서였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혁신이 넘치는 곳이 실리콘밸리예요.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대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 전 세계 우수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들어요.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있는 곳이죠. 실제로 이곳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이민 출신들이고 다국적, 다인종화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붐의 최전선에서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의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퍼졌다. 요즘은 어느 나라나 스타트업을 키워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스타트업 활성화를 이끈 건 2007년 6월 미국에서 등장한 아이폰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 첫 발매 당시 마침 미국 뉴욕에 있었던 그는 그야말로 ‘개벽하는 세상’을 경험했다.

“스마트폰 등장 전까지 IT 스타트업 창업이 그렇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폰이 그 분위기를 바꿨어요. 누구나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서 뭔가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어요.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죠. 당연히 한국에도 영향을 주었고 창조경제를 내세운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붐이 일어났습니다.”

임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한국은 IT산업이 발전하고 앞선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고 했다. 외국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현황을 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다는 의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스타트업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혁신 스타트업들은 주로 미국에 있어요. 이스라엘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형성된 나라로 꼽히지만 괜찮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금세 미국에 팔려요. 그러면 성공한 창업가는 회사를 팔고 번 돈으로 또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해요. 이스라엘과 실리콘밸리는 다양성이 닮았어요. 이스라엘 국민은 대부분 유대인이지만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섞여 있어요. 적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남다른 혁신기술을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함이 있어요. 이 절실함이 좋은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임 센터장은 해마다 수백 개가 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고 창업 아이템들을 접한다. 그가 좋아하는 아이템은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가 ‘크레이지(crazy)’ 한 기업이 나중에 대박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140자 이내로 글을 쓰는 트위터가 나왔을 때 처음엔 블로그를 쓰지 누가 그걸 이용하겠느냐며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거기 투자한 이들이 대박이 났어요. 스타트업 성공률은 보통 10%라고 해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3분의 1은 완전히 망하고 3분의 1은 본전이고 나머지 중 1~2개가 크게 성공해서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정된 낮은 수익률을 올릴 회사보다는 위험해도 10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따지고 투자해요.”

그러나 그는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창업을 권유하지는 않는다. 창업 전에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유망한 스타트업에 입사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공의 열쇠는 남다른 관찰력과 호기심으로 문제 해결방식을 찾아내는 데 있어요. 스타트업 세계는 도전할 만한 영역이에요. 큰 회사에서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일하는 것보다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일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죠.”


트위터가 바꾼 내 인생

임정욱 센터장이 지난 4월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스타트업계에서 잘 알려진 전문가다. 많은 이가 그의 조언을 얻고자 연락하고 칼럼을 청탁하고 인터뷰를 요청한다. 그는 “이 모든 성과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제 인생은 트위터를 쓰면서 바뀌었어요. 2008년 트위터를 처음 접했는데, IT업계에서 일하니까 새로운 것을 한번 써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용했어요. 주로 뉴스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19개씩 트윗을 했는데 정보가 유용하다고 여겼는지 몇천 명씩 따르기 시작하더군요.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이를 알게 되었고 거꾸로 그분들이 저에게 유용한 정보를 줬어요. 8년간 트위터를 썼는데 글감을 찾으려면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하니까 매일 신문을 열심히 읽었죠.”

그의 트위터나 블로그를 보고 언론사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거나 방송 출연과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글 쓰는 훈련을 했어요. 개인 브랜드도 많이 높아졌고 인맥도 넓어졌어요. 많은 이들이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인의 생각을 나누고 인맥을 쌓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길 바랍니다.”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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