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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슛이 세상을 구해요

‘슛포러브’ 캠페인 진행 김동준·최준우·최준렬·이하람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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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하는 게 거창한 일만은 아니다. 운동장에서 힘차게 쏘아 올린 공이 다시 뛰놀 날을 기다리는 아이에게는 희망의 슛이 될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부를 고민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들이 있다. 사회적기업 비카인드가 진행하는 ‘슛포러브’ 캠페인이다.

사진제공 : 비카인드
경상남도 남서쪽 해안에는 삼천포라는 항구가 있다. 삼천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다른 친구는 한국에 남아 대학교육까지 마친 뒤 대기업에 입사했다. 미국으로 간 친구가 김동준, 한국에 남은 친구가 최준우다. 김동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공부하면서 ‘아주 보통의 기부’에 눈떴다. 이곳에서 기부는 유명한 사람들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캠퍼스 안에서 기부는 공을 던져서 미션을 성공하면 할 수 있는 놀이고, 일상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한국에서도 이런 ‘일상의 기부’를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랜 벗을 떠올렸다. “우리 함께 세상을 구해보지 않을래?” 당시 진주에서 근무하던 최준우는 흔쾌히 친구의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미래는 뜻하지 않게 삼천포(?)로 빠졌다.


우리 함께 세상을 구해보지 않을래?

“회사 이름을 ‘비카인드(Be-kind)’라고 지은 건 우리부터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는 다짐이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한국에서 기부금 관리 소프트웨어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국내 기부금 현황이 몇몇 대형 재단에만 집중되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부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죠.”(김동준)

비카인드의 첫 프로젝트는 ‘생일기부’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후원자가 자신의 생일에 맞춰 모금함을 만들고 공약을 건다. 이 소식을 SNS에 올리면 친구나 지인들이 생일선물을 하는 대신 모금함에 기부금을 넣는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소아암 환우 돕기, 캄보디아 우물 파기, 입양 가정 돕기 등에 쓰인다.

“비카인드가 2012년에 시작했는데요, 2014년이 저희에게는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저희가 후원하던 한 소아암 환아가 세상을 떠났거든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슛포러브’를 기획하게 됐습니다.”(최준우)

파리에서 진행된 슛포러브.
‘슛포러브’는 스포츠와 기부를 접목한 캠페인이다. 소아암 환아들의 소원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들은 마음껏 밖에 나가 뛰놀 수 없다. 이들의 소원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서 실컷 뛰어보는 것”이었다. ‘아픈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우리가 하는 활동을 보고 많은 사람이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슛포러브를 낳았다. 사진을 담당하는 최준렬 작가와 스토리와 메이킹을 담는 이하람 PD가 합류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저희 멤버들도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축구였어요. 축구를 통해 아이들의 치료비를 모으고, 건강해지면 함께 축구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거죠. 대형 양궁 과녁에 축구공으로 슈팅을 해서 획득하는 점수만큼 후원사가 소아암 아이들의 치료비를 기부하는 아이디어는 그렇게 나왔어요.”(김동준)

“때마침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간이 축구장에서 시민, 연예인, 축구선수가 페널티킥 대결을 펼치기도 했어요. 도전자가 한 골을 넣을 때마다 후원금이 5000원씩 쌓였어요. 당시 윤도현, 비스트, 빅스, 서강준 등이 참여해서 화제가 됐죠.”(최준우)

첫 타자는 안정환 선수였다. 아직 비카인드의 슛포러브 캠페인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임에도 이들의 아이디어에 공감해 기꺼이 슈팅을 날려주었다. 그의 도전은 송종국, 기성용으로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태양의 후예〉로 국민스타가 된 진구가 소아암 환아를 위해 50m 거리의 농구 골대에 슛을 넣는 ‘임파서블 미션’을 수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맨땅에 헤딩이 ‘슛포러브’를 만들었다

리버풀 FC 위르겐 클롭 감독.
“유명인들이 함께 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화제가 됐지만, 사실 모든 섭외는 ‘맨땅에 헤딩’이에요. 한국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해외 선수를 섭외할 때는 더 막막해요. 현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선수의 일정도 모르니까요. 그의 SNS를 추적해서 주변 배경과 시간대를 확인한 뒤 구글맵으로 그 위치를 찾아서 근처에 포진하고 있는 겁니다.”(이하람)

FC 바르셀로나의 부단장인 카를레스 푸욜을 만나기 위해 그가 다니는 어학원 앞에서 2주일을 기다렸다. 첼시 FC의 존 테리를 만나기 위해서 그의 집 앞에 찾아가 산책하러 나가는 그를 만나 즉석에서 슛포러브 과녁을 설치하기도 했다. 리버풀 FC의 위르겐 클롭 감독을 만나기 위해 구단 연습장에서 진치고 있다가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기다리다 보면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언제 오리라는 기약도 없고, 서로 예민해져서 다툴 때도 있고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기적처럼 선수들을 만나요. 그동안의 몸고생, 마음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죠.”(김동준)

한국의 유명인을 섭외하러 갈 때도 전략은 필요하다. 그중 승률이 높은 건 ‘배트맨과 수퍼맨’ 작전이다. 배트맨과 수퍼맨 옷을 입은 김동준, 최준우가 유명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우리와 함께 세상을 구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슛포러브의 의도를 설명한다.

“‘임파서블 미션’의 설계를 더 재미있게 하는 것도 숙제예요. 처음엔 과녁 맞히기로 시작했다면, ‘엔드라인에서 크로스바 맞히기’나, ‘수풀로 우거진 언덕 위에서 해변가에 있는 과녁 맞히기’ ‘방파제 위에서 바다 위 요트에 있는 농구골대에 골인시키기’ 등으로 발전시키는 거죠.”(이하람)

FC 바르셀로나의 카를레스 푸욜.
이들은 슛포러브 캠페인이 ‘기부계의 무한도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그만큼 더 재미있는 미션들이 생기고, 미션이 쌓이는 만큼 기부자들의 추억과 기부금도 쌓이는 선순환을 희망한다.

“대기업에 있을 때만큼 생활이 풍족하진 않아요.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이 사실을 모두 다 알고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지금이 그때보다 행복하다는 거예요.”(최준우)

“돈을 벌기를 바랐다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걸 바라지 않고 하는 일이라 더 행복하기도 해요. 이전에 했던 작업들이 이 작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최준렬)

120일 동안 12개국, 26개 도시를 다녔다. 이동 거리만 14만km다. 그 여정 중에 이들의 뜻에 동감해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플레이독소프트와 소아암 환아 치료비를 지원해 준 자생한방병원도 만났다. 그동안 이들이 만난 선수는 76명, 후원금은 1억 5천만원이 쌓였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자발적으로 슛포러브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도 생겨났다.

“곧 리우 올림픽이 시작되잖아요.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이런 캠페인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야구를 접목한 ‘스트라이크 포 러브’나 핸드볼을 접목한 ‘우생순 프로젝트’ 처럼요.”(이하람)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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