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인기 강의 ‘결혼과 가족’ 장재숙 교수

‘연애 실습’하며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수업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김선아 

연애를 장려하는 수업. 대다수 청춘 남녀가 듣고 싶어하는 강의 아닐까. 장재숙 교수는 2008년부터 동국대학교 ‘결혼과 가족’ 수업에서 이것을 실현했다. 처음 본 남녀가 짝을 지어 ‘가상 연애’를 하게 하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수업 방식은 단박에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강의는 ‘대학판 우리 결혼했어요(MBC 가상 연애 프로그램)’ 라 불리며 2013년에는 SBS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100대 좋은 대학 강의’에 선정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 5월 30일에는 연애 고민이 많은 20대를 위해 강의 내용을 엮은 책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RH코리아)를 냈다.
장재숙 교수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가정학과 아동가족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8년부터 ‘결혼과 가족’에 대한 교양 강의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2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 결혼과 가족은 너무 먼 얘기인 것 같아 지금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게 될 ‘연애’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됐다.

“물론 연인과 부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죠. 그런데 건강하게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나중에 결혼도 잘할 수 있고 좋은 부부, 더 나아가 좋은 가족 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트 미션’은 서로를 이해하는 훈련


당시 의욕에 가득 차 있던 그는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수많은 책과 논문을 읽고 개인 연구도 꾸준히 하며 양질의 수업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생각해보니 연애나 결혼은 실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인데 이론만 가르치는 건 듣는 입장에서 흥미롭지 않겠더라고요. 실습도 할 수 있는 색다른 수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남녀 2명씩 짝을 지어 자리에 앉아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그다음 학기에는 수업 외 시간에 약속을 잡아서 교정을 산책하고 오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업그레이드되면서 3년 전부터는 지금의 수업 형태를 갖추게 됐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명씩 세 명의 ‘가상 연애’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짝이 되면 한 번 이상 만나는 ‘데이트 미션’을 수행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수강생이 아닌 외부인이 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그의 강의는 보통 여기까지다. 혹자는 ‘남녀가 데이트하게 해주고 학점 주는 수업’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100점 중 10점을 차지하는 과제일 뿐, 수업 시간에는 여전히 이론 강의를 하고 각 30점 만점의 중간・기말 고사를 본다. 나머지 30점은 출석, 리포트, 그리고 ‘연애 고민 발표’로 채워진다.

학기 초반에 수강생들은 연애를 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10개를 적어 제출한다. 보통 강의당 60명 정도의 수강생이 있기 때문에 취합하면 600가지가 된다. 장 교수는 이중 빈도가 높은 ‘연애 고민 베스트 10’을 뽑아 홈페이지에 올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행동하는 게 자연스러울까요?’ ‘친한 친구의 전 애인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상대를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속상해요’ 등이 주요 고민거리다. 수강생들은 여기에 댓글을 달며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눈다. 수업 시간에는 각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어진다.


지난 5월 출간한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는 몇 년간의 ‘연애 고민 베스트 10’과 그에 대한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담은 책이다.

“20대의 연애는 20대가 제일 잘 알잖아요. 학생들이 서로 자신의 연애 경험담을 털어놓고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니 반응이 좋았어요. 제 수업을 듣지 못하는 많은 20대와 책으로나마 수업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요.”

현재 연애 중인 커플은 물론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모태솔로’와 이별 후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담았다. 연애 경험이 없어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짝사랑은 해봤느냐’고 묻는다. “애틋하게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북돋워준다. 연애의 출발은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이기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연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어짐을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에게는 “스스로에게 온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줘야 한다. 일정 기간 슬픈 감정에 충실하고 나면 제법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하며 어깨를 토닥인다.

진지하게 사랑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그를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학생도 많았다. 그는 스승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언하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 여자 친구가 혼전 임신을 했다며 찾아온 친구가 기억나요. ‘세상에 순서가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아이를 낳아서 그때부터 인생 계획을 잘 세우면 된다’고 말했죠. 지금 깨가 쏟아지게 잘 살고 있고, 아이의 엄마는 다시 복학해서 학교 다니고 있어요. 가끔 감사하다고 그 친구에게 연락이 오는데, 메신저 프로필에 걸린 아이 사진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 만들기


학생들과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그의 친화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그의 성격은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또래보다 훨씬 큰 172cm의 키와 통통한 몸이 콤플렉스였던 그는 길을 다니며 항상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게 아닌데 내가 너무 상상 속 시선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어렸을 때부터 종종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던 게 떠올랐어요. 제 목소리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친구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성격도 점점 밝아졌어요.”

그는 원래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외모가 뛰어나야 할 것 같아 일찍 포기했다. 대신 목소리가 좋으니 라디오 DJ를 꿈꾸게 됐다. 그러나 운명이 아니었는지 여러 번 도전해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직업을 고민하다가 그가 선택한 길은 교수다.

“라디오 DJ와 교수는 공통점이 없는 직업인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말한다는 점이 비슷해요. 교수를 처음 시작할 때는 ‘강의하면서 유명해지면 언젠가 라디오 DJ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어요. 지금은 수강생들이 청취자고, 저는 그들의 연애 고민을 들어주는 라디오 DJ라고 생각하며 제 삶에 만족해요.”

요즘의 20대는 ‘N포 세대’라고 불리며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취업 준비 때문에 연애와 결혼 같은 인간 관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장재숙 교수는 강의에서 ‘그럼에도 사랑은 꼭 필요하다’고 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직장, 좋은 집을 얻는 것도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아닐까요? 그런데 직장을 얻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정작 사랑에 대해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사랑과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돕고 싶어요.”
  •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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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참자유   ( 2017-06-12 ) 찬성 : 31 반대 : 42
솔직하고 배려많고 겸손하신 최고의 명교수님.!
 그릇이크신만큼. 많은활약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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