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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파트너, 말랑스튜디오 김영호 대표

기본은 탄탄하게 시스템은 말랑하게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 ‘구글 I/O 2016’에 한국의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전 세계 정보기술 업계 전문가 7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말랑스튜디오’가 파트너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면 열매가 뒤따른다”는 공작집단 말랑스튜디오의 김영호 대표를 만났다.
‘알람몬’이 울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음량이 엄청난 알람도, 게임으로 시작하는 알람도 있다. 출근 시간에 맞춰 나가려면 ‘지하철’ 앱은 필수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앱은 자주 가는 출구 번호까지 안내해준다. 지하철을 타면 어휘 학습 기능을 가진 사전 ‘비스킷’을 연다.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찾으면 그대로 저장이 된다. 퇴근 후 새로운 인연을 찾고 싶다면 ‘1㎞’ 앱을 열어본다. 내 주변에 있는 새로운 친구, 인연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여기에서 근사한 인연을 찾았다면 이런 일상을 담는 프라이비트 노트는 다이어리 앱인 ‘Flava’에 쓰면 된다. 여성이라면 한 달을 주기로 찾아오는 호르몬의 변화를 기록하는 ‘매직데이’ 앱도 있다.

사용자의 하루,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이 애플리케이션들은 모두 ‘말랑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생활 밀착형’ 앱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스타트업이다. 말랑스튜디오의 김영호 대표는 대학 시절 마음이 맞는 친구 4명과 함께 팀을 꾸렸다.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싶은 열망을 가진 이 창작 집단은 하나의 동아리 같았다. 처음에는 자취방 하나를 얻어 모임 공간으로 썼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다가 지치면 바닥에 드러누워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만들기도 했다. ‘말랑’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건 소프트웨어는 진짜 소프트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느낌으로요.”

2003년 대학에 입학한 김영호 대표는 10년 남짓 학교를 다녔다. 병역특례로 군에 다녀온 뒤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과 학업을 병행하다가 한 학기를 남기고 자퇴를 결정했다. 회사 대표의 스펙보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스펙이었다.

“창업하고 1년 후에 자퇴를 결정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공부인가, 일인가를 생각했더니 명확하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에 졸업장이 있는가 없는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의 스펙이 더 중요하죠.”


당신 곁에 언제나 All around you


병역을 마친 뒤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엔지니어로 SBS의 라디오 앱 ‘고릴라’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었다. 당시 작업을 통해 만난 여자 친구가 지금의 아내다. 창업 기간 동안 수입은 거의 없었다. 동아리방에 모여 한솥 도시락만 먹으며 지내던 시절이었다. 회사가 자리를 잡기까지 집안의 가장은 아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내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파트너다. 정식 창업, 그러니까 말랑스튜디오의 이름으로 법인이 등록된 건 2013년 2월의 일이다. 다섯으로 시작한 멤버는 현재 36명으로 늘었다. 중국에 말랑스튜디오 지사도 생겼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잡은 말랑스튜디오의 사옥은 마당이 넓은 주택이다. 지하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플레이스테이션과 빔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의 느낌이었어요. 규모가 커지면서 저희 회사도 자취방에서 아파트로, 그리고 지금의 주택으로 자리를 옮겼죠. 저희가 꿈꾸는 회사의 모습은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길 바랐어요. 일단 출근을 하면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거죠. 회사에서 게임도 하고, 축구도 하고, 영화도 보고, 농구도 보고요. 그러다보면 더 말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생활 밀착형’ 앱은 그렇게 탄생했죠. 실제로 상용화 단계를 거쳐보니 반응이 많이 오는 앱을 만들 때 성취감이 크더라고요. 잘 만든 앱보다 자주 쓰는 앱을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그때부터 저희 슬로건이 All around you로 정해졌어요.”

창업을 결심했을 때부터 김영호 대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함께 사용했다. 두 체제의 사용자들을 함께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개발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 서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말랑스튜디오에서 출시한 제품은 스토어에서 대부분 상위에 랭크됐다. 국민알람이라 불리는 ‘알람몬’은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1㎞’는 출시하자마자 앱스토어 무료 앱 전체 2위에 올랐다. 법인 등록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옐로모바일로부터 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것 같은데, 물밑에서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미국, 태국, 중국, 브라질 등에 진출할 때 각 나라의 생활습관을 익히는 면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당연히 알람은 전 세계인이 다 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알람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지역도 있는 거예요.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가 와장창 깨졌어요. 거기는 여유롭고 시간에 관대한 곳이었거든요. 알람을 켜놓고 생활할 만큼 촉박한 삶이 아니었던 거예요. 어떤 앱이든 생활에 녹아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현지화를 위해서는 현지 출장이 필수였다. 어디서나 인터넷이 잘 터지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의 인터넷 수준을 기반으로 앱을 만들면, 대도시에서만 인터넷을 즐기는 나라에서는 승산이 없다.

“중국이나 브라질에서는 디자인이 탁월한 앱보다는 인지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게 더 잘 받아들여져요. 반면 IT가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같은 기술이라면 디자인이 좋아야 하죠.”


기본으로 돌아가라 Back to the Basic


김영호 대표는 한 주에 100시간을 말랑스튜디오에 쏟는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의 20시간은 회사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는 그것이 말랑스튜디오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옐로모바일이나 구글은 그쪽에서 저희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일각에서는 저희가 마케팅을 잘하거나 네트워크가 좋은 줄 아시는데, 전혀 인맥이 없습니다. 다만 저희 생각에는 저희가 기본에 충실했더니 그 성과를 보고 피드백이 왔던 것 같아요.”

말랑스튜디오의 성과는 다운로드 기록, 앱 순위로 드러난다. 구글의 경우 구글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말랑스튜디오의 모든 기록이 집계된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구글이 메시징, 푸시업, 알림, 초대 등의 백엔드 서비스를 늘리고 있어요. 그러려면 그 기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잘 만들 줄 아는 파트너가 필요한 거죠. 많은 레고 중에서 호환이 잘되고 안정적으로 아귀가 잘 맞게 조립할 줄 아는 기업이랄까요. 최근 모바일 앱의 트렌드는 ‘레고’를 조립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말랑스튜디오는 이번 ‘구글 I/O 2016’에서 커플끼리 기념일을 공유하는 ‘츄데이’ 앱과 다이어리 앱인 ‘미타임’을 선보였다.

“저희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건 저희가 처음에 시작했던 그 말랑함을 잃지 않고, 그때 쏟았던 열정도 잃지 않기 위해 쏟은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시대마다 장인정신이 다른데 빠르게 변하는 IT 환경에서 그 상황에 맞는 기능과 시스템을 찾아서 최대한 빨리, 최대한 정확하게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게 지금 시대의 장인정신인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던 김영호 대표와 함께 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말랑스튜디오의 멤버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CTO 등의 이름으로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처음의 마음과 처음의 사람들을 잃지 않는 것 또한 그가 지켜온 ‘기본’이다.
  •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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